아보카도 수류탄과 주사위 삶아먹기, by. PES

16.12.02 0

PES, 출처: http://pesfilm.com

 

PES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스톱모션 영상을 찍는 영상 제작자다. 그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일상적인 사물을 다른 기능을 가진 물건으로 순식간에 재탄생 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상을 보고 있다 보면 특유의 흡인력에 멍을 때리는 건 물론이요,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사물의 개념’마저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다. 영상 속의 그는 수류탄 아보카도를 반으로 잘라 주사위로 토핑하고, 필통에서 꺼낸 색연필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다.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색연필로 스파게티 만들어 먹는 거 당연한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Western Spaghetti, 2008. Filmed in Harlem, New York City

 

Fresh Guacamole, 2013. Filmed in Torrance, California

 

 

I think my work is looking at the familiar world in a different way. There's a certain language among objects that I've developed. I try to tap into hidden associations and meanings that reside within the objects that surround us. There's a lot of word play there, and a lot of logic that can be teased out of something that on the surface (first) appears to be nonsensical. Like if I tell you when I cut an onion it's gonna chop up into dice, it's like whatever.

 

개인적으로 제 작품이 익숙한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표현한 세상에는 사물들 사이에 특정한 언어가 있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 안에 숨은 의미와 떠오르는 연상을 활용하려고 노력하죠. 거기에는 많은 재치가 녹아있고, 무의미하게 보이는 표면과 달리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논리도 있어요. 마치 당신에게 ‘내가 양파를 자르면 주사위가 썰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게 무엇이든 실현될 수 있죠.

 

But if you link in the idea that we use the word 'dice' in our language as a kind of chopping, then the dice all of the sudden become like an insight. Like there was that notion just hanging out in the dice all along that now visually is a joke. That's what I feel makes the films connect with audiences. Because I strive to make connections that people will not see as random but instead, I want them to say, “That makes total sense. It was there all the time, now I see it.”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체계에서의 ‘주사위’와 ‘양파를 자르면 주사위가 나온다’는 명제를 연결하게 되면, 갑자기 주사위가 통찰력을 얻게 돼요. 이로써 지금까지 ‘주사위’에 얽혀있던 많은 관념들(예: 주사위는 게임에 사용하는 도구다, 주사위는 굴리는 것 등등)이 시각적인 농담이 되는 거죠. 이러한 장치를 통해 저와 관객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사람들이 절대로 생각하지 않을, 볼 수 없을 ‘사물의 연결고리’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총체적인 의미를 만들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며 지금 또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놀랍게도 조회수 6천 만을 기록한 <Western Spaghetti>와 <Game Over>는 벌써 업로딩 한지 8년이나 된 ‘오래된 영상’이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세월의 위화감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신박한 그의 발상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영상 대부분이 1분 30초를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그 중 <Fresh Guacamole>는 2013 Best Animated Short Film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 가장 짧다는 점이다.

 

Submarine Sandwich. Filmed in Inglewood, Los Angeles.

 

Game Over. Filmed in Harlem, New York City



PES는 뉴저지 출신으로 학부시절 내내 판화를 공부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뉴욕의 대형광고회사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을 접하게 됐다. 비록 처음부터 영상제작자로서 업무를 할 수 없었지만, 디렉터의 보조로 일하면서 영상에 필요한 각종 스킬과 도구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게슈탈트 붕괴현상’을 일으키는 신박한 영상을 제작하는데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다고 한다. PES가 처음 제작한 영상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2차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어두운 상황에서, 떨어진 폭탄을 보고 소시지를 떠올려 핫도그를 만들어 먹는다는 그의 발상은 태생부터 그가 유쾌한 사람임을 암시하는 바이다. 놀랍게도 <Dog of War>은 아주 최소한의 효과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Dogs of War, PES first film, 1979. Filmed in Hackettstown, New Jersey 

 

 

이렇게 제작된 <Dogs of War>이 대중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는 곧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지붕 위에서 의자끼리 섹스를 하는 모습을 담은 <Roof Sex>였다. 그는 지붕 위에서 의자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스톱모션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구 포르노’를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상 제작에만 몰두하며 ‘지붕에서 사랑을 나누는 의자 2개’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런 그의 선택을 ‘어리석은 미친짓’이라고도 했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 영상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약을 가져다 준 작업이었다고 한다.

 

Roof Sex, 2002. Filmed in the East Village, New York City

 

So I grew up with a facility for drawing and continued to draw through college, but there was this day I had a day of reckoning about my skills as an artist and I had to be honest with myself. I never really enjoyed the process of drawing that much. Like I know other people who love to draw and love doing nothing more than that but for me, even though I can express myself that way, I always get really critical of my drawings. (....)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고 대학 내내 그림을 그렸지만, 작가로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평가해야만 했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져야만 하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저는 결코 그리는 과정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저 역시 마치 ‘그런 것처럼’ 표현은 할 수 있었지만, 제 작업에 대해 비판적이었죠.

 

 

this is related to the beginning of my experimentation in animation, because I realized that if if I grab an object, and I photograph it, I don't need to worry about rendering it or making it look how I want it to look. I didn't have to worry about rendering, shading, drawing, texturing, any of that. All I needed to do was tell the story. And I never have to worry because it's always 100% realistic. That's the great thing about stop motion and the photographic medium, is that everything is always 100% believable because it is real. You never once have to worry about it not looking 100% real.

 

이건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관련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물건을 손에 쥐고 그걸 단순히 사진으로 찍는다면, 이게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이 될지,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렌더링, 음영처리, 드로잉, 텍스처 등,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사진은 100% 현실이기 때문에 제가 해야 할 일은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었어요. 스톱 모션과 사진 매체의 강점은 모든 게 100% 현실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100% 진짜 아닌 건 걱정할 필요가 없죠.

 

살다가 랜선으로 ‘의자 포르노’까지 접하게 될 줄 이야. 새삼 그의 상상력에 놀라면서 오늘 저녁메뉴는 주사위 볶음밥으로 정했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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