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컷(Paper cut) 너머의 얼굴 by. 화가 유현(Yoo hyun)

16.09.10 3

Untitled_hand cut paper, ink on Korean paper, 76x76cm, 2014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은 어쩌면 그의 작품을 일컫는 관용어일지도 모르겠다.

화가 유현(Yoo Hyun)은 종이를 잘라 얼굴을 그린다. 언뜻 보기에 규칙성 있는 선들로 세밀한 작업을 거쳐 이루어진듯한 그의 그림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곧 찢어질 듯 아슬아슬한 선과 공간으로 구성된 입체작품이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좀 더 가까이 그의 그림을 살펴보면, 그 어떤 맥락도 찾을 수가 없다. 되레 불규칙함을 지닌 선들의 조합이 정확히 그림의 어느 부분인지, 그래서 이 선 하나하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더더욱 알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선들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관조적 태도로 작품을 바라보면 ‘커다란 숲’이 눈에 들어온다. ‘숲’은 존 레논과 키스해링, 마릴린 먼로, 백범 김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분야 속 명사(名士)의 얼굴로 나타난다.

 

 

 

나는 동양을 대표하는 소재인 한지와 먹을 활용해 전통회화의 표현방식과 현대적인 재연 사이의 조화와 균형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왔다. 그 고민들은 작품 속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먹의 이미지와 합을 이룰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소재로 흑백 필름 시대의 대중스타를 선택하게 되었다. 마릴린 먼로나 존 레넌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도 아련한 감성을 선물한다. 비록, 그 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순수 오리지널리티를 표현하고 싶었다. 때로 존 F케네디, 넬슨 만델라 등, 내 작품에 차용된 정치적인 이미지가 다소 무거운 소재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허나,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시대적 상황을 환기할 수도 있고, 나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출처: <수성문화 에스콜론> 2016 No.21 SUMMER 인터뷰 中

 

- 모든 이미지 출처: 유현 인스타그램


그리고 구멍 난 종이의 빈틈을 채우는 배경이 있으니, 바로 흩뿌려진 먹물을 담은 레이어다. ‘먹’의 특성상 작품 대부분이 흑백의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컷팅 된 종이의 배경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때문에 유현의 작품 속 배경 레이어는 유화작업을 거친 캔버스가 될수도, 컬러풀 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작품에 쓰인 종이가 한지라는 점. 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에게 익숙한 재료들이 공간을 채우는 서양화의 특성과 만나 그만의 기법을 창조한 셈이다.

 

(...) 깊은 늪처럼, 발버둥치는 노력과 시도는 오히려 나를 먹과 한지라는 전통재료로 되돌려 놓았고 결국 처음의 자리로 돌아와 한국화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한 탐구를 계속했다. 그 중 하나가 한국화에 현실적인 공간개념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숱한 반복과 실패 속에 먹의 퍼짐과 커팅된 한지를 분리해 공간을 형성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종이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커팅의 섬세함을 입힌 ‘페이퍼 컷-아웃(paper cut-out)’이다.

- 출처: <수성문화 에스콜론> 2016 No.21 SUMMER 인터뷰 中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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