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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WORK HARD, PLAY HARD. RD(박상형)

17.03.31 0

한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자유분방하게 보이는 그의 몸짓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모를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나도 그림 속 인물처럼 용기내어 뛰어내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말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떨어지는 장면일수도, 올라가는 장면일수도 있다’고. 그러고보니 어째서 그가 ‘떨어지고 있다’고만 생각한 걸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아메바컬처 디자이너이자 타투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RD 박상형입니다.

 

항상 RD라는 이름의 유래와 의미가 궁금했다.

사실 RD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름이에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알파벳이자 좋아하는 것들의 철자죠. 단지 어감이 좋아서 쓰는 이름인데, 지인 분들께서 의미를 자주 여쭤보셔서 요즘엔 뜻을 넣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RD와 그가 키우는 시바견 ‘모두’ @everymodoo

 

학창시절의 RD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당시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학창시절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우연히 알게 된 꼼데가르숑의 준야 와타나베나 헨릭 빕스코프가 자기 생각을 옷을 통해 실현하는 게 멋져 보였거든요. 저는 학교보다 학교 외 생활을 더 즐기는 학생이었는데, 학교가 끝나야 진짜 학창생활이 시작되곤 했어요. 그래서 클래식스쿠터 동호회도 하고 주말에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근교에 나가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친한 형들이 음악을 해서 자연스레 음악 작업에 참여 하기도 했고요. 모두 그냥 하고 싶어서 했던 활동인데, 이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현재 아메바컬처 디자이너로, 타투이스트로,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세 가지 일을 동시에 병행하게 됐나.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세 가지 직업 모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에요. 일러스트레이터 일은 친한 누나이자 섹스칼럼니스트였던 김얀 작가의 <한겨레> 칼럼 삽화 제안으로, 타투이스트는 친한 형이자 친구인 오피움타투의 104의 제안으로 시작했어요. 당시엔 ‘네 그림을 타투로 새기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고, ‘타투는 어느 나라에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죠. 당시에는 타투를 배워 미국에서 살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2014년에 첫 개인전을 준비할 때 아메바컬처의 아트디렉터였던 GRAFFLEX형의 제안으로 회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워낙 형을 동경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작가여서 무조건 하고 싶다고 했죠. 당시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메바컬처에 입사하면서 모두 무산됐어요. 그만큼 꼭 일하고 싶었던 회사였어요.

 

RD에게 세 가지 직업은 각각 어떤 의미로, 어떻게 정의되나.

셋 다 ‘직업’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이에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큰 의미가 또 있을까요.

 

Don't Panic magazine x RD, 출처: notefolio


수많은 분야의 디자이너가 존재하지만, 힙합레이블에 소속된 디자이너인 만큼 왠지 힙(HIP)하고 트렌디한 작업을 많이 할 것 같다. ‘아메바컬처’라는 이름이 가진 힘 같기도 한데, 실제로는 어떤 작업을 하나.

제가 좋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메바컬처’라는 창구를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아티스트들과의 취향도 잘 맞는 편이라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의 교집합과 조화를 찾다 보면, 자연스레 새롭고 멋진 것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개인 작업의 경우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시도할 수 있지만,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 타투샵을 따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공간 운영은 어떻게 되나.

구성원들이 워낙 열심히 해주기도 하고, 월세는 각자 모아 해결하기 때문에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공금으로 두고 재료를 구입하는 데 사용해요. 물론, 타투샵 마다 운영방식이 다 다르기는 하지만 저희는 공동체를 중시하기로 했어요. 더 큰 작업실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긴 했지만, 지금 작업실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무리하진 않을 생각이에요.

 

<monotone.seoul>展, at. space EMOK

 

모노톤 타투팀에 대해 설명해 달라.

모노톤타투.(mototone tattoo.)는 컬러를 쓰지 않는 타투이스트들이 모인 집단이에요. 물론, 컬러를 쓰지 않는 게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기에 손님이 원하시는 컬러는 포인트로 작업하기도 하죠. 모노톤타투.는 타투를 주 작업으로 삼고는 있지만 그 외의 제품 디자인이나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의뢰 받기도 해요. 때문에 타투 역시 그림 그리는 일의 연장선이지 ‘타투만 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지난해 개최한 <모노톤. 서울>展은 어떤 메시지와 감상을 전달하는 전시였나.

저희는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에 본거지를 두고 작업하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서울을 주제로 작업을 하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서울은 다른 장소일거예요. 이러한 시선에 중점을 둔 게 이번 전시의 내용이에요. 저의 경우,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것 같은 서울’을 주제로 삼았어요. 충무로의 인현상가라든가 종로의 중앙고등학교 같은 공간이요.

 

전시에 제공되었던 보약패키지로 포장된 더치커피가 인상적이더라. 

<커피 주아>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주아(@coffeejua)라는 친구가 있는데, 지인의 소개로 서포트를 부탁했어요. 패키지의 아이디어는 주아의 아이디어죠. 멋진 아이디어와 질 좋은 커피 덕분에 전시에 오시는 분들께 좋은 커피를 대접할 수 있었어요.

 

Monotone Monday event, @monotone_official

 

모노톤 ‘먼데이 이벤트’가 흥미롭다. 타투를 위한 도안과 일반 일러스트가 구별되는 점이 궁금한데.

먼데이 이벤트는 월요병에서 착안했어요. 사람들이 월요일을 기대하고 기다릴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착안한 이벤트인데, 생각보다 월요일 도안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꾸준히 하려고 해요. 타투를 위한 도안과 일반 일러스트에 특별한 차이는 없어요. 제가 그리는 그림은 모두 타투 도안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타투이스트로서 RD에게 ‘타투’란 무엇인가?

작업의 연장선

 

FALLING 01 : HELP

 

FALLING 02 : LACK OF AFFECTION

 

FALLING 04 : GROW UP

 

FALLING 06 : FALL IN LOVE

 

FALLING 08 : UNCERTATION

 

FALLING 09 : LOVE

 


FALLING 10 : GLOOMY

 

FALLING 12 : BEGINNING

 

FALLING 14: CONVICTION

 

RD의 개인작업을 보면, 단색의 배경에 검정색 실선으로 구성되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기까지 변천사는 없었나.

사실 그림에 배경색을 넣은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 동안은 모노톤으로 구성된 그림을 좋아해서 모노톤으로 그림을 그렸거든요. 그래서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그림이 모두 모노톤이면 기존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림에 어울리는 색상을 배경으로 넣게 되었어요.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제가 선택했던 색상들이 해당 그림을 작업하며 느꼈던 심리와 주제에 꼭 맞는다는 이야기를 컬러테라피 교수님께 들었어요.

02_ GALAPAGOS PENGUIN, 420 x 594


03_GALAPAGOS PELICANS, 420 x 594


04_CIGAR, 420 x 594

 

05_LIGHTER, 420 x 594


08_ENJOY ILCHOMA, 420 x 594

 

최근의 작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종의 꼴라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RD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작업스타일을 몇 가지 키워드로 꼽자면 무엇일까. 

러프함, 스트릿, 위트, 서브컬처.

 

그 중에서 <FALLING> 시리즈는 폰 케이스로도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개인전을 기획할 당시,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무척 힘든 시기였어요. 그 때 오래된 사진들을 보다 우연히 다이빙 하는 사람을 봤는데, 그 장면이 꼭 내 상황에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떨어지는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FALLING>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FALLING>시리즈는 당시 제가 하던 여러 작업 중의 하나일 뿐이었죠. 처음 언급하는 사실이지만, <FALLING>시리즈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떨어지는 장면일수도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일 수도 있어요.

 

FALLING 10 : AMBITION, EMPTY

 

<FALLING> 시리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과 이유가 있다면.

<FALLING 11 : AMBITION, EMPTY>. 컬러와 그림, 배치가 마음에 들어요. 이 작품은 아트포스터로도 제작해 전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했어요.

 

2014년 첫 전시 이후, 개인전 계획은 없나.

에이전시가 생기고부터 개인전을 하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아직 제 작업에 특별한 변화가 없고 개인전을 준비할 여력이 없어 미뤄두고 있어요. 사실, 다음 전시에는 그림작업보다 필름사진으로 촬영한 일상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단조로운 색감선정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며 조화롭다.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을 사용할 경우, 색감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나.

색감 선정에 따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마다 제가 하고 싶은 컬러를 충동적으로 선택해요. 예를 들어 어제 봤던 올드카의 컬러가 마음에 들면, 그 색을 작업에 차용하는 식이죠.


 

아메바 컬처의 디자이너이자 타투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세 가지 직업에서 오는 만족도가 어떻게 다른가.

저는 어릴 때부터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직접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아메바 컬처는 컨텐츠를 제작하고 그걸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아주 좋은 창구라고 생각해요. 해당 작업이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제가 참여한 작업이 아메바컬처의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된다는 건 생각보다 짜릿하고 즐거운 일이에요.

타투이스트로서의 작업은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제 작업의 연장선이에요. 단순히 타투로 명성을 떨치기 위해서라기보다, 저의 그림을 종이가 아닌 사람의 몸에 새기는 거죠. 제 그림이 어떤 사람의 몸에 새겨져 그 사람이 여행을 다니고 일을 하고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뿌듯해요. 일러스트레이터 일은 직업이라기 보다 그냥 노는 일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RD가 운영하는 SNS를 살펴보면 일과 삶의 균형이 적절히 분배된 느낌이다. 일을 즐기는 듯한 느낌 덕분인지 자신이 좋아하고, 또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 같기도 하다.

WORK HARD, PLAY HARD. 요즘 제가 꽂힌 구문이에요. 일을 열심히 하고 그만큼 잘 놀자는 거죠. 다행히도 저는 즐기면서 일을 하고, 그만큼 잘 노는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직업이 된 거니까요. 단순히 일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그 일이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주변 동생들이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하면, 돈이 되든 안되든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해요. 물론 이건 제게도 해당하는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예요.

 

RD의 반려견 모두(@everymodoo)와 반려묘 무우

RD하면 ‘모두’라는 시바견이 생각난다.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해 소개해달라.

사실 먼저 데려온 건 반려묘 ‘무우(터키시 앙고라, 7살)’예요. 고양이 카페에서 파양하려는 아이를 데려왔죠. 오랫동안 입양되지 않던 아이인데 선천적으로 귀가 안 들리는데다 1살이 넘은 성묘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베개 옆에서 잘 만큼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가족이에요. ‘모두(시바견, 3살)’는 정말 오랫동안 고민 끝에 데려온 아이예요. 서울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니까, 야외활동을 함께할 가족을 들이고 싶었어요. 절대 혼자 두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무우가 있어서 큰 안심이 됐죠. 유기견을 입양할 의향도 있었지만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선뜻 데려올 수 없었어요. 애견샵은 쳐다도 보지 않았기에 부산에 있는 시바견 카페 회원에게 ‘모두’를 분양 받았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모두의 엄마는 일본 시바견 챔피언이었어요. 분양을 받고 한달 뒤, 혈통증명서를 받아보고서야 알았죠. 제게 ‘무우’는 마음의 안식처이고 ‘모두’는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예요.


만약,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더라면 RD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사실 아직도 제가 디자인을 잘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요. 때문에 안목을 높이려고 수많은 자료를소비하죠. 게다가 저는 주로 손으로 작업을 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많이 어색해요. 때문에 ‘디자이너’라기 보다 멋진 것들을 많이 찾아보고 제안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찌됐든 디자이너가 아니었다면 컨설팅을 하거나 사진작가, 혹은 시인이 됐을 것 같아요.

 

요즘에 유독 관심 있는 것들

바퀴 달린 것, 오래된 것들

 

RD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는 누구인가.

너무 많아서 꼽을 수가 없어요. 동네 세탁소 사장님마저 영감을 주시니까요.


RD의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RD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스타일은 물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제가 하는 것들을 제가 하는 방식대로 작업하다 보면 시간이 흘러 그게 곧 스타일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것들을 존경해요. 때문에 제 생활방식이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것, 그게 제 목표예요.

 


사실, RD는 단순히 ‘디자이너’라기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작업을 하는 사람같다. 본인이 정의하는 RD는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가.

질문이 참 좋네요. 맞아요,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에요. 멋진 사람들을 소개하고 작업을 하는 사람이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돈이 되는 것보다 멋지고 가치 있는 것들을 제안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RD(박상형) 
 

http://notefolio.net/rdrdrdrd
http://instagram.com/rdrdrdrd
http://www.rdrdrdrd.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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