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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 번 더 생각해봐, 론 잉글리쉬(Ron English)

17.05.01 0

뚱뚱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로날드’가 길게 늘어서 있다. 파란색의 형광 빛이 로널드의 턱을 강하게 비추자 ‘삐에로’라는 그의 정체성이 한층 더 확고해지면서도 귀여운 미소가 눈에 띈다. 팝 아티스트 론 잉글리쉬(Ron English)의 작업은 이렇다. ‘맥도날드’의 ‘로날드’라는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제시하지만, 자신의 회사가 판매하는 햄버거를 먹고 뚱뚱해진 몸매가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지난 26일, 론 잉글리쉬가 성수동에 위치한 SUPY스토어에서 첫 개인전<EAST MEETS WEST>展을 개최했다. 

 

론 잉글리쉬를 모르는 한국의 관객들에게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나.

오! 만약 그렇다면 저는 팝 아트의 초현실주의 작가이자 3D 미술운동가, 그리고 아트토이 예술가인 ‘론 잉글리쉬’ 라고 말하고 싶어요. 

 

SUPY스토어에서 자신의 토이를 관람 중인 론 잉글리쉬

 

슈퍼사이즈 맥(Mc Supersiezed), 론 잉글리쉬

론 잉글리쉬는 <supersize me>라는 작품 시리즈를 통해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로널드 맥도날드’ 를 공포스럽고 폭력적인 캐릭터로 변화시켰다. 또한 "McDonald's, better living through chemistry. (맥도날드, 화학물질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해 미국의 대중문화, 특히 정크푸드로 대변되는 식문화를 꼬집었다. 출처: 네오룩

 

아이들이 역사적 인물이나 대통령은 몰라도 캘로그의 캐릭터는 단번에 알아보고,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등, 온갖 네온 사인에 둘러싸인 밤하늘 싫증을 느껴 작업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대의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역사적인 인물은 누구인가.

아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역사적인 인물이요? 음, 저는 맥 도날드의 ‘로널드’를 말하고 싶어요. 그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면서 다른 장소와 다른 사람들에게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는 절대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기에 ‘로널드’를 꼽고 싶어요.

 

맥도날드의 ‘로날드’, 론은 기억하고 싶은 역사적인 인물로 로날드를 꼽았다.

 

항상 메시지가 담긴 패러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점을 고려하나.

만약 디즈니를 패러디 한다면, 패러디 작품에 우리가 봐왔던 디즈니의 익숙한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은 원작과 같아요. 하지만 그 캐릭터가 제시하는 메시지는 아주 다르죠. 저는 패러디 작업이 원작이 가진 본래의 이야기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작업하고 있어요.

 

Ron English paints high-speed Homer Simpson

 

fat fuck

 

Ron Jeremy Ads

diet coke wall queens ny

Trustoland Mural, Miami Art Basel, 2010, 출처: CFYE magazine

 

이처럼 대중적인 캐릭터를 이용해 풍자적인 내용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팝 파겐다(popaganda)’라고 불린다. '팝파겐다'라는 용어가 무색하지 않게, 그의 작품 활동은 단지 스튜디오 안의 그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회에 참여하는 참여예술로도 발현됐다. 출처: 네오룩

 

론 잉글리쉬’하면 떠오르는 스마일 로고의 영감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해부학적으로는 사람들이 웃을 때 코가 올라가는 데서 영감을 받았어요. 아주 작고 미묘한 신체의 변화를 영감적인 요소로 삼은거죠. 또, 의미적인 차이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원숭이가 웃는다는 건 ‘사람을 죽이겠다’는 표시인데, 사람의 미소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의미적으로 발생하는 차이에서도 영감을 받은거죠.

 

론 잉글리쉬의 아트토이는 겉보기에 유아적이지만 ‘무서움’과 ‘두려움’도 내재한다. 공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작품 안에는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이 녹아 있어요. 때문에 재미있고 귀여운 감정도 발견할 수 있지만, 무서움이나 공포 또한 인간이 가진 감정이기에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2009년에 박영균 작가와 2인전으로 개최했던 <밝은 사회>展과 현재 개최하는 <EAST MEETS WEST>展의 큰 차이는 무엇인가.

2009년도 전시는 좀 더 규모가 큰 전시였고, 지금은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느낄 수 있는 전시예요. 이번 전시는 전시장에 방문하는 사람들 중 아무도 소외감을 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슈퍼사이즈 맥(Mc Supersiezed), 론 잉글리쉬

 

아시아 투어를 하며 방문하는 도시를 ‘슈퍼사이즈 맨(supersize man)’에 담았다. 어떤 요소를 고려했나.

작업할 때 문화적인 요소를 많이 고려하는데, 해당 도시의 특색과 문화를 기반으로 했어요.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러 위협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이유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제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선입견을 바꾸고 싶었거든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편견이 생겨요. 그래서 내가 입는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여야 할지,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의식하며 살아가죠. 또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큰 위협을 감수할 필요가 없죠.

 

그러니까 작품을 통해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건가.

맞아요. 사람들이 자신에게 ‘왜?’라고 질문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by. Ron English

 

현재 한국 역시 자본주의의 급격한 발달로 발생한 사회문제가 많다. 지나친 사교육 열풍과 정치인 비리등, 최근에는 여성이나 장애인,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담론으로 시끄럽다. 만약, 한국의 사회문제로 작업을 한다면 어떤 주제를 택하고 싶나.

오,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이런 문제는 어디에나 존재해요. 하지만 한 가지 꼽아야 한다면, 제 작업적 아이디어가 모두 자본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capitalism’을 꼽고 싶어요. 이런 사회문제 모두 ‘돈’때문에 발생하니까요. 사실, 제가 좋은 아티스트인지 나쁜 아티스트인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 그림이 ‘얼마에 팔렸는지’로 결정돼요. 가격이 곧 소장가치가 되는 거죠.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제 작업의 주제였고, 앞으로도 제 작업의 주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가.

제 부인(my wife)이요. 그녀는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작업적인 영감도 주거든요.


<EAST MEETS WEST>展 전시전경, 전시는 5월 14일까지 SUPY 스토어에서 열린다.

 

요즘 흥미가 있다거나 빠져있는 일이 있나.

딱히 없어요. 어쩌면 조금 다른 이야기 일순 있는데, 여행하는 걸 좋아하긴 해요.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죠. 사실 지금 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모두 저와 관련된 음악이에요. 제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도 있고, 제가 작업한 노래도 있어요. 아주 길고 큰 이야기를 가진 34개의 리스트 업으로 구성되어 있죠.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나.

다원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요. 작업은 시각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미 저의 작품은 많은 시각적인 감명을 전달했기에, 앞으로는 청각적으로 감명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평면적인 작업에서 나아가 3D 피규어를 선보였던 것처럼, 이제는 좀 더 발전적인 형태의 오감을 자극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대중들이 제 아트토이를 봤을 때 좀 더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음 작업은 ‘음악’에 포커싱을 맞춘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론 잉글리쉬(Ron English)

 

10년이 넘게 작업을 했으면서도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있나.

영감을 받는 원동력을 꼽아서 이야기는 할 수 없어요. 저는 삶 자체에서 영감을 받아요. 자다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혹은 꿈속에서도 받기도 하고…. 영감은 정해진 게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에서 받는 감정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새로운 걸 만드는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5개의 히트 송을 만든 어떤 밴드(band)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밴드가 계속 노래를 만들다 보면 스스로 만든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올 수도 있어요. 아마 그 때는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요. 작업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지만, 작업을 하는 동안 영감을 모두 분출해버려서 질리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이요.

 

한국에 와본 소감은 어떤가

아주 좋은 호텔에 머물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웃음). 그리고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어제는 채소와 함께 바비큐를 먹었어요. 한국은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해요.

 


론 잉글리쉬(Ron English)


http://popaganda.com
http://instagram.com/ronenglishart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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