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tory  /  피플

[디자인 스튜디오의 일일] 일상의 기록을 돕는, 소소문구

17.06.13 0

<디자인 스튜디오 일일>은 꾸준히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선정해 그들의 일상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색(色)을 구축해가는 이들의 작업에 귀기울여 보세요. 

 

소소문구

 

소소문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유지현(이하 지현): 저희는 ‘디자인 문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상품을 제작하는 <소소문구>라고 합니다. 유지현, 방지민 두 사람이 꾸리고 있어요. 소소문구는 주로 따듯하고 아기자기한 일상적인 소재로 디자인하는 브랜드입니다.

 

대학시절부터 자연스레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지민(이하 지민): 맞아요. 대학 4학년 때였던 2012년에 동기 네 명과 ‘소소문구’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듬해 2013년에 공식적으로 사업자를 런칭했죠.

 

‘소소문구’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지현: 처음 사업을 구상했던 네 명의 작업방식과 스타일이 모두 달라서,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명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각자 한 개씩 이름을 생각해오기로 했는데, 그때 식당 이름, 소설 제목, 유명한 문구 등, 여러 가지 후보가 나왔죠. ‘소소문구’도 그런 아이디어 중 하나였어요. 무엇보다 <소소문구>라는 이름에 ‘stationery’라는 확고한 정체성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또한 ‘소소’라는 표현이 구성원들의 공통점을 하나로 묶는 워딩이기도 했고요.

 

소소문구 쇼룸

 

삐뚤빼뚤한 소소문구의 로고가 인상 깊다.

지현: 로고는 지민씨가 디자인했어요. 펼쳐진 공책 모양을 본떠 만들었답니다.

 

많은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문구’를 택한 이유는.

지현: 여자 친구들이 워낙 일기를 쓰거나 무언가를 기록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초창기 구성원들 모두 그런 성향과 환경에서 자란데다, 학부시절마다 분기별로 제작하는 책 덕분인지 ‘종이’라는 물성에 친숙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노트를 만들자’고 시작했던 게 점차 문구로 확장된 셈이죠.

지민: 저는 어릴 때부터 ‘문구 모으기’를 좋아했어요. 그중에서도 종이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래서 종이인형을 엄청 좋아했죠(웃음). 실은 학부 때 시각디자인을 전공해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작업일지라도 그 결과물이 결국 종이 위에 나타난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On palette planner (3 type)

 

네 명의 친구 중에서 유지현, 방지민 두 사람만 남았다. 각자 맡은 역할이 궁금한데.

지현: 물론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홍보 및 영업은 둘이 함께 하고 있어요. 그 외에 역할을 세분화하자면, 회계 업무는 제가 하고 있고 사진 촬영은 지민이가 담당하고 있죠.

 

벌써 <소소문구>를 런칭한지 4년째다. 소소문구가 지나온 길을 1년 별로 정리하자면.

지현: 그러고 보니 <소소문구>는 지난 4년 동안 ‘공간 변화’가 가장 컸어요.

지민: 맞아요. 1년마다 장소변화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출시하는 제품이 늘면서 재고는 물론, 함께 일하는 친구도 늘고, 그만큼 업무도 늘어서 공간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졌던 것 같아요.

지민: 처음 <소소문구>를 기획했을 때는 창전동 옥탑방에 있었어요. 그리고 이듬해 충무로로 이사를 해서 사업자를 내고 첫 제품을 생산했죠. 그러다 서교동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고, 재고가 더 늘면서 동교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이곳 망원동에는 작년 4월에 이사를 왔고요.

 

지난해 망원동으로 이사한 소소문구 쇼룸

 

2014년경에 진행한 <스트리트H> 인터뷰를 보면 ‘내년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하겠다.’고 했는데 목표는 달성했나.

지현: 그게 문제예요, 하하. 실은 아직도 만들어 가는 중이에요. 언제부턴가 ‘브랜딩’이란 말이 유행인 것 같아요. 런칭, 브랜딩, 컨셉 등등. 뭔가 딱 각 맞춰 나올 것 같은, 소위 말해 ‘정해진 어떤 것’을 정하는 일이요. 물론, 저 또한 <소소문구> 작업에도 특정 매뉴얼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떠올리는 <소소문구>가 있더라고요. 저희가 지난 몇 년 동안 즐겨 사용하는 색, 종이의 질감, 사용하는 단어 등,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인게 지금의 <소소문구>같아요. 때문에 노선을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크게 저희만의 색을 잃을 것 같진 않아요.

지민: 이곳 망원동으로 이사올 때 공간연출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씨오엠에 인테리어를 맡겼었어요. 물론 <소소문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작업을 진행했지만, 완성된 쇼룸을 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소소문구>를 그대로 표현해주셔서 기뻤어요.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가 가진 색감이나 특징을 인테리어로 표현하는 모습에서 저희만의 브랜딩을 느낀 거죠.

 

Day and night note, sketchbook series, 2th <소-작 프로젝트>

 

<소-작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했나.

지민: 충무로에 사무실이 있을 때, 가깝게 지내던 일러스트레이터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작업실에 놀러 갔는데 서랍 속에 그림이 엄청 많더라고요. 친구가 ‘이거 그림 연습했던 거야’하면서 그림을 보여줬는데, 연습 삼아 그린 그림치고는 퀄리티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 그림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소문구>가 만든 종이 위에 그런 작품을 얹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현: 그래서 소소문구 안에 또 다른 레이블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그럼 이름은 뭐라고 짓지? 그리고 우린 그걸 계속 키울 수 있을까?’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런 물음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니 작가 한 분을 일 년에 한 번씩 모셔서 <소소문구>제품과 협업하는 <소-작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지민: 사실, 이런 식의 작업은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예요. 하지만 <소소문구>는 작가와의 협업 기간을 좀 더 오래 잡았어요. 아무래도 1년이라는 기간 덕분인지 단타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일을 지양하게 되고, 여러모로 <소소문구>와 어울리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소-작 프로젝트> 2016 / NOVODUCE

 

올해는 노보듀스 작가와 함께 했다.

지민: 지금까지의 <소-작 프로젝트>는 약간 추상적인 성격이 강한 작가님과의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노보듀스님의 경우, 그림이 애니메이션 장르인데다 인물이 주가 되는 작업이라 작가님의 그림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제품에 잘 녹일 수 있는 방법이 고민이었어요. 그렇지만 작가님이 그림으로 다루는 소재가 일상적이고 소소해서 저희와 잘 맞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해외로 물품 유통을 많이 하더라.

지현: 해외 수출제안은 보통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이 들어와요. <소소문구>의 첫 해외진출은 2013년 독일이었어요. 마침 독일에 계시는 한국분이 국내 시장을 조사하다가 저희 제품이 마음에 든다며 먼저 연락을 주셨죠.

지민: 해외수출은 바이럴 마케팅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딘가로 수출했다는 사실을 저희끼리만 알고 있는 것보다 이곳저곳에 알리는 게 반응이 좋더라고요. 지금은 독일, 영국, 일본, 태국, 싱가폴, 뉴욕,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도 <소소문구>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소소문구는 쇼룸 근처에 재고를 담은 상자를 배치해두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소소상자> 이벤트가 인상 깊다.

지현: 처음엔 그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시작한 이벤트였어요.

지민: 그래서 남는 재고를 저희가 쓰거나 친구를 주곤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제대로 취급 받지 못하는 느낌이라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하면 이 물건들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무실 근처에 재고를 담은 상자를 둬서 사람들이 가져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현: 반응이 정말 좋더라고요. 1시간 만에 없어졌어요. 여러 개 챙겨가시는 분들도 있고.

지민: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요. 저희랑 같이 있으면 구석에 처박혀 있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기쁨을 주니까요.

 

The cactus man diary

 

지금까지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지현: 저는 작업 동안의 시행착오가 기억에 남아요. <The cactus man diary>라고 선인장 일러스트가 들어간 스케줄러를 만든 적이 있어요. 당시엔 판형이라든가 내지와 커버의 종이 사이즈, 비례나 크기 차이를 잘 몰랐었어요. 그래서 내지에 들어가는 선의 최소 굵기를 고려하지 않고 인쇄를 해서 다 폐기하게 됐어요.

지민: 그런데 선 굵기를 수정해서 재차 인쇄를 했는데, 이번에는 내지와 커버사이즈에 오류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내지 사이즈에 맞는 커버를 다시 생산해서 배로 제작했어요. 또 만들고 또 만든 거예요.

 

그럼, 작업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지현: 저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려고 해요. 그래서 시도 읽고 소설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어요. 그러다가 좋은 글귀를 만나면 메모해두고, 가사가 좋은 음악의 가사도 기록해 둬요. 저는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려고 해요. 하지만 이러한 감상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민: 저는 거창하진 않지만 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들이 영감을 줘요. 사진은 여행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던 감상들을 전해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구체적으로 영감을 주는 요소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제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라는 생각을 갖게 해요. 디자인이라는 게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원래 세상에 있던 것에서 모티브를 얻어 살을 붙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방지민, 유지현 대표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던 생각을 제품으로 가시화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지민: 실행력이요.

지현: 저도 ‘실행력’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서 ’이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무리 짓고 사람들에게 소개했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흥행여부에 관계 없이요. 이런 생각 때문에 <소소문구>의 제품이 많아 진 것 같아요.

 

<소소문구>를 통해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지현: 저는 매일 매일이 뿌듯해요. ‘내가 여기 쇼룸을 만들었구나.’, ‘내가 전시를 하는구나.’라는 모든 사실이요. 그래서 책상 앞에 앉아 4년째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해요.
지민: 저는 저희 제품을 다 사용한 모습을 봤을 때요. 사실 문구류는 반쯤 쓰다가 어딘가에 처박아두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도 제품을 끝까지 쓴 모습을 보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너무 뿌듯해요.

 

네이버 웹툰스튜디오 x 소소문고, 이동건 작가의 작품인 <유미의 세포들>을 주제로 한 입체 카드 3종. 캐릭터들의 귀여운 표정과 포즈를 강조한 입체 카드로, 응큼세포, 사랑세포, 평화 사절단이 전하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소소문구>를 대표하는 3개의 키워드를 꼽자면

지현: 편안함, 가까움, 일상적인
지민: 조화, 자연스러움, 기능성

 

요즘 빠져 있는 일들이 궁금하다.

지현: 저는 안마 의자요, 하하. 이번에 안마의자를 샀는데 너무 잠이 잘 오더라고요. 그리고 현재 스페인, 홍콩여행을 준비 중이라서 그거에 빠져 있기도 해요. 매달 있을 저를 위한 이벤트가 기대 돼요. 아마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 또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을 얻어서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을 전달하겠죠.

지민: 저는 새로운 자극보다는 꾸준한 것에서 힘을 얻어요. 요새는 산책하기 좋은 날씨라 산책에 빠져있고, 책에 빠져 있어요. 앞으로 보게 될 전시도 기대가 되고요.

 


린나이코리아 프로모션 다이어리.부드럽고 유연한 촉감의 폴리우레탄 커버에 고무 밴드를 추가했다. 내지에는 린나이 코리아의 제품 사진과 메세지를 인쇄했다.

 

만약 소소문구를 안 했더라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현: 저는 영화미술을 하고 싶어서 시각디자인 과에 진학 한 거라 그쪽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지민: 저는 빵집이요. 그게 아니면 사진 찍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소소문구가 되고 싶나.

지현: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쭉 갔으면 좋겠어요.
지민: 선물하기 좋은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http://sosomoongoo.com
http://instagram.com/sosomoongoo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