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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상상 속 이야기의 실현, 나노

17.06.20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노

<수류탄>

"안전핀 제거하고 45도 각도로 포물선이 그려지게 던지면 돼. 알겠지?"

"뭐라고?"

 

<이것 좀 보게>

 

<봄, 피어나는 소녀의 시간>

 

<I bought a swan>

 

나노의 작업은 왠지 모르게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 반대선상에 있지 않을까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캡션에 달린 문구가 나노의 작업을 한층 더 재미있게 한다.

저는 평소에 마주한 현실이나 감정을 토대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일상에서 느낀 감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니 각 요소가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나노의 작업이 되는 대상물의 키워드를 꼽자면?
현실과 비현실, 경계.

 

<I'm brave>

 

전반적으로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은 아날로그 적인 느낌이다. 작업 시 사용하는 도구가 궁금한데.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러한 아날로그 풍의 감상을 추구하는 이유

무엇보다 만질 수 있어서 좋아요. 붓으로 색을 섞고 손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색연필을 꾹꾹 눌러 칠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게 즐겁더라고요. 사실, 몇 년 전 까지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했어요. 그러면서 매끈하고 예쁜 이미지를 만들었죠.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아날로그 작업을 했는데, 그 투박하고도 따뜻한 느낌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어요. 그 후로 계속 수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직 사용하는 재료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재료와 표현을 익히고 싶어요.

 

# siamese twin



작업 동기가 궁금하다. 많은 소재 중에서도 ‘샴 쌍둥이’를 주제로 택한 이유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림을 그리는 모임을 했었어요. 그때 당시의 주제가 ‘쌍둥이’였어요. 이 작업을 했을 때 일종의 ‘마음의 분열’을 느꼈던 시기인데, 그 마음을 표현하기에 ‘샴쌍둥이’가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쩐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고스란히 불안을 견뎌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그림으로 풀어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지더라고요. 예상하셨을 수도 있지만, 그림 속에 있는 소녀는 바로 저예요. 뒤에 쫓아오는 늑대는 당시에 느꼈던 막연한 불안과 공포의 표현이고요. 그래서 배경도 공터에 버려진 폐건물로 설정했어요.

 

전반적으로 음울한 기분이 느껴진다. 낮은 톤의 색 배합이 한층 분위기를 더 했는데, 색 조합은 어떻게 이뤄졌나.

표현하고 싶었던 느낌도 그렇고, 배경이 밤이다 보니 주로 어두운 계열을 쓰려고 했어요. 낮은 채도의 색들을 쌓아 올리면서 작업했죠.

 

작업 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

인물의 표정과 전체적인 분위기의 조화를 많이 생각해요.

 

# TEEN



일반적인 ‘소녀’의 이미지와 다르게,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심장, 까마귀, 수류탄, 총, 칼 같은 상징적 요소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TEEN>은 십대소녀에 대한 이야기예요. 가끔 제가 십대일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지금도 종종 소녀들과 대화할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너무 순수하면서도 파격적이라서 마치 살아서 쿵쿵 뛰는 심장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맥락에서 각 요소들의 상징적인 의미도 궁금한데.

제 지난 십대를 생각하면 상반되는 모습들이 떠올라요. 마치 폭발할 듯 날이 서 있지만, 또 외부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은 예민하죠. 그래서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거나 슬퍼하는 감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들을 수류탄이나 총, 그리고 소녀가 앉아 있는 심장 아래의 맥도날드 포장지로 표현했어요.

 

전반적으로 밝은 색감의 그림이지만, 그럼에도 차분함이 느껴진다. 채색하는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원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해서 그 외 요소들은 저채도의 색으로 연출했어요.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게 색을 쓰고 싶었거든요.

 

<나는 늘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우느라 본게임엔 나가지도 못한다>

 

이처럼, 나노의 작업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의미’와 ‘스토리’가 녹아 있는 그림이 많다.

작업하는데 재미있어서 이러한 장치를 활용해요. 그리는 대상에 이야기를 설정하면 그리는 동안에도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흥미가 생기거든요. 동시에 저만의 세계가 만들어지면서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즐거움과 에너지가 생겨요.

 

작품의 ‘제목’들도 상당히 흥미롭다. 작품의 제목을 정하는 본인만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가장 염두 해두었던 생각을 제목으로 정해요. 이 그림은 10대 소녀의 관한 이야기지만, 포커스가 10대에 좀 더 맞춰져서 <teen>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 큰 고양이와 사는 할아버지



너무 귀엽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이야기다.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큰 고양이와 사는 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개최했던 <일러스트 페어>에 참가하면서 준비한 그림이에요. 처음엔 '고양이 발'로 시작했는데, 추후에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등장했어요.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작은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과,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일이 즐거워요.

 

<큰 고양이와 사는 할아버지 #2>를 보고 짐작하건대 고양이가 아무래도 식인인가 보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를 먹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주로 어떻게 설정하는 편인가.

인물간의 조합을 먼저 생각해요. 일명 ‘콤비’라고 하죠. 그래서 잘 어울리거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콤비를 늘 염두 해둬요. 주로 기존에 봐왔던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 인물들, 혹은 주변인물 중에서 좋아하는 요소들을 조합하고 상상하죠. 개인적으로 이 과정이 제일 재미있어요. 그래서 인물간의 에피소드를 무한정 만들어내고 혼자 상상하고 웃으며 그리곤 해요.

 

<내가 이런거 주워오지 말라고 했니 안했니>

 

할아버지와 큰 고양이의 첫 만남이 궁금한데.

아주 평범해요. 모든 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보통의 만남이에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 전부 말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할아버지가 샵에서 사온 고양이는 아니랍니다.


큰 고양이의 얼굴도 보여줄 수 있나.

아마 마지막까지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아요.

 

향후 그림책을 출간할 의향도 있나.

<큰 고양이와 사는 할아버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모아서 작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실제로 일전에 그림책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개인 사정으로 출간하지 못했거든요. 그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어요. 남겨놓은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보여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노
http://notefolio.net/nano
http://instagram.com/universenano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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