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우울함은 극복해야 할 감정이 아니다 - 신은정

13.11.13 1


신은정의 그림을 마주한 후 들었던 첫 느낌은 ‘음울하다’는 것이었다.
몽환적인 느낌이 감도는 현대판 잔혹 동화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눈이 가려진 소녀들의 그림들이 유독 많은 걸 보면서 ‘상처가 많은 사람이 아닐까?’란 짐작도 들었다. 그녀의 그림들을 몇 개 더 곱씹어 보다 보니 조금 다른 각도로 작품들이 다가왔다. 의도적으로 그로테스크함을 그려냈다기보단, 자연스레 체득된 슬픔과 우울함이 녹아든 작품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녀는 슬픔과 우울함을 피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감정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림 또한 일부러 거칠게 보이는 스타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느낀 감정 그대로를 드러낸 것이다. 신은정의 작품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건 그녀가 펜을 사용하기 때문. ‘블랙펜’이라는 모임에서 활동 중인 그녀는 펜촉이 종이를 긁을 때 종이에 잉크가 스며드는 느낌이 좋아서, 또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펜을 애용한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스물여섯 살의 작가는 indivisualplay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 indivisual은 ‘개인의, 개성 있는’이라는 뜻을 가진 individual과 ‘시각의’라는 뜻을 가진 visual을 합성한 단어다. 마지막의 play는 말 그대로 즐겁게 놀아보자는 뜻이다.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들을 마음껏 그리면서 인생 한 판 즐겨보자’는 의미를 담아 이런 닉네임을 지었다.


“세상에 외롭고 우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우울할 때는 주변에서 아무리 위로의 말을 건네봐야 소용이 없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그림(혹은 영화든 책이든)을 보면서 위안으로 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아마도 그 밑바닥에는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 깔려 있지 않을까? SNS를 하면서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반짝반짝하고 행복한 것들이 우울하고 슬픈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내가 뭔가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건가’라는 불안감, 자괴감 등을 느끼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내 그림을 통해서 ‘살면서 슬프고 우울하고 외로운 감정이 드는 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신은정 notefolio.net/indivisualplay

 

 

<from the inside>

 

<매혹적인 위선>

 

<누군가 보았다>

“문어가 다리를 뻗는다. 누군가 한 명이 끌려간다. 이 아이는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기에 끌려 나가는 걸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을 봐버린 걸까. 앞만 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은 어떤가. 저들 중 아무도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지 못한 걸까? ‘누군가 보았다’라고 말할 때 생각나는 중의적 상황을 설정하고 문어, 끌려가는 아이, 책만 보고 있는 수많은 다른 학생들. 그 어떤 대상에게라도 자신을 투영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

 

<shadow>

 

<사막에서 만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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