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 하루 한장, <아트로드> by. 김물길

15.04.08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냉이의 <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는 필진 냉이만의 디자인 가치철학이 담긴 북 리뷰를 담을 예정입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디자인을 통해 낯선 책을 접해보세요

 

 

 

일상적인 것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권태로움을 선사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기다리면서도 이내 가족이나 직장, 혹은 돈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는 결국 여행을 포기한다. 누군가는 ‘삶이 곧 여행이다’는 말에 만족하며 매일의 삶에 충실할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낯선 곳을 향한 갈망이 차오른다.

 

 

 

 

 

여행이 선사하는 새로움은 단순히 반복된 일상에 대한 일시적인 탈피, 그 이상이다. 모든 ‘새로운 것과의 조우’는 그동안 살아온 익숙한 세계와 그 속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선사한다. 그래서 일까. 서점 매대(賣臺)에 가득 찬 여행자들의 에세이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색깔 있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다. 673일의 여행, 410장의 그림, 46개의 나라, 여행을 시작한 나이 스물 넷. 이 대단한 여정의 주인공은 바로 <아트로드>의 저자 김물길이다. 꽃다운 청춘의 시기, 다른 친구들이 사회로 나설 준비를 하는 동안 그녀는 헐렁한 티셔츠를 걸친 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행 그림’을 그렸다.

 


"예술가는 고정관념, 편견과의 전쟁을 벌인다"

 


언젠가 미디어 아티스트 이용백이 했던 말이다. 대학 내 모든 활동이 취업으로 수렴된 시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아트로드를 개척한 김물길은 그야말로 예술가다.

앞서 ‘여행을 떠나는 어려움’을 얘기했지만, 사실 요즘처럼 여행을 떠나기 쉬운 때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젊은 여자 혼자 세계를 일주하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저자는 여자 혼자 몸으로 만만찮은 기간 동안 ‘그림 여행’이라는 주제를 품고 떠난다.

“첫째, 보고 느낀 것을 매일 그림으로 그린다”

- <아트로드>中 여행의 규칙, 19p

 

 

<아트로드>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그녀의 세계여행을 그림으로 담은 수기이자, 새로운 삶과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한 성장기다. 책에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유럽을 거쳐 남미까지 여행을 다닌 2년 간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감성 어린 그녀의 사유가 담겨있다. 페이지 사이사이에 수록된 그녀의 그림은 여행 후반부로 갈수록 낯선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다양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맨 처음 그녀가 가졌던 목표는 느낀 것을 매일 그림으로 표현하기.

말이 쉽지, 매일같이 똑같은 활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연애 또한 그러한데 그림이라고 다를까. 역시나 여행 기간이 길어지고 새로움 보다는 익숙함이 커진 유럽 여행 기간 중에 그녀는 ‘그림 권태기’를 맞이한다.

 

“억지로 그리지 않는다”

- <아트로드>中 새로운 여행의 규칙, 256p

 

 


우후지실(雨後地實).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그녀에게 다가온 여행 그림에 대한 권태기는 오히려 새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그려왔던 ‘여행 그림’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린다. 저자가 ‘따로 작업’이라고 명명한 이 그림들 속에는 그녀가 여행을 통해 느낀 일종의 문제의식이 녹아있다. 특히 현대인의 존재와 삶을 다룬 작품들을 보면 적잖이 공감이 간다. 흥미롭게도 ‘억지로 그리지 않게 되면서 그리게 된 그림’들이 억지로 삶을 연명해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같다.

 

여행의 묘미란 역시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예측 불가능함 일 것이다. <아트로드> 역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건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철학은 그녀의 여행이 사람과 소통을 향해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시절, 해외봉사에서 경험한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을 바탕으로 그녀는 여행 기간 내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인간적인 교감을 나눴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아트로드>中 401p

 

 

아프리카 나이로비에서 만난 로즈메리 아주머니, 마다가스카르 세인트마리 섬으로 가는 도중 만난 바네사, 아프리카 트럭투어에서 만난 모리스와 그의 친절한 가족들, 멕시코의 히피 알폰소와 로드리고,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이반과 아이다 부부, 유투브를 보고 양념치킨과 불고기를 손수 만들어준 이반의 사촌 유릭,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한국인들 등 수 많은 인연과의 만남. 여행 중간 중간 그녀를 속이고, 괴롭히고, 울렸던 나쁜 사건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고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가능했던 이유는 앞서 거론된 수 많은 따듯한 사람들과 그녀의 진솔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많은 창조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상에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이 널려있기 때문에 웹 서핑 역시 영감을 얻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Karim Rashid)의 “우리는 그 어느 것보다도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영감을 얻는다.”는 말처럼 그녀 역시 여행을 통해 사람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느낀 듯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지 않았을 그녀의 여행담을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유쾌하게 풀 수 있는 것 역시 지구 어딘가에 살고 있을 따뜻한 사람들로부터 발견한 세상과 사람덕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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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트로드 : 스물 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글/그림 김물길
출판일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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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디자인과 디자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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