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 런던의 착한 가게 by. 박루니

14.12.17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냉이의 <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는 필진 냉이만의 디자인 가치철학이 담긴 북 리뷰를 담을 예정입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디자인을 통해 낯선 책을 접해보세요

 

 

 

 

다음의 글의 30초 내에 읽어보자.

 

 


 

 

 

 

언젠가 위 문장을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래 전 인터넷 게시판을 떠돌며 유행했던 문장인데, 나 역시 아무 거리낌 없이 문장을 읽고 이해했다. 하지만 이내 문장 속 글자의 배열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신기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나처럼  “이 문장은 배열이 잘못됐다.”는 설명을 읽은 후에야 진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오류투성이의 문장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는 논리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무언가를 인식하고, 잘못이나 오류를 발견하는 데는 다소 무신경 -그것이 인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 할지라도- 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숨어있는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문제를 깨달아야 한다. 즉, 문제인식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필요한 것이다. 마치 위의 문장이 잘못됐다는 설명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루니의 <런던의 착한 가게> 속 13명의 디자이너와 메이커들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고정관념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런던의 착한 가게>는 공정무역, 재활용,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소규모 산업과 공유경제 가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런더너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사실, 앞서 진지한 소개와는 달리 책은 매우 읽기 쉽게 쓰였다. 작가가 인터뷰이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그들과 함께 자리한 것 같다. 시원시원하게 들어간 사진도 한 몫 한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에 취해 단순히 '역시 요즘은 이게 대세구나.'혹은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이해한다면, 책 속에 담긴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물건의 생산이 분업과 유통이라는 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점점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들로부터 멀어졌다. 우리가 사먹는 밥은 ‘농부가 흘린 땀의 결실’이라기 보단 그저 내 돈 5000천원을 주고 사먹는 밥이 돼버린 것이다. 때문에 물건을 통해 ‘사람’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주얼리 디자이너 피파 스몰의 생각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공정무역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사피아 미니’, 버려진 서랍으로 책상을 만드는 ‘루퍼트 블랜차드’부터 소비자가 소유주이자 운영자인 <피플스 슈퍼마켓>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런더너들의 이야기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 실천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뤄가는 태도는 우리에게 영감을 제시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재활용브랜드와 공정무역 제품이 등장했고, 공유경제 개념을 활용한 다양한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역시 사회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는 것, 즉 문제인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노임팩트 맨 (No Impact man)>이라는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바로 환경운동의 대상이 ‘환경’이 아니라 ‘인간’이고, 인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 곧 환경운동이라는 이야기다. <런던의 착한 가게>이야기가 모두 환경운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더 나은 미래상을 위한 생각과 가치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아직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선 디자인의 역사를 가진 영국이 변화하는 중이라면, 그 흐름이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파도가 되어 올 가능성이 크다. 변화를 읽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 때문에 <런던의 착한 가게>를 읽는 것은 우리들에게 많은 가치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제목 런던의 착한 가게
저자
박루니
출판사 아트북스
출판일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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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디자인과 디자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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