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 참여 디자인 by. 헬렌 암스트롱, 즈베즈다나 스토이메로브이치

14.11.17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냉이의 <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는 필진 냉이만의 디자인 가치철학이 담긴 북 리뷰를 담을 예정입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디자인을 통해 낯선 책을 접해보세요

 

 

참여 디자인(Participatory Design)이란

 

참여 디자인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어디서나 적극적으로 디자인의 작업 과정과 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전통적인 디자인은 클라이언트가 비용을 지불하고 디자인 전문가를 통해 실현됐다. 그러나 참여 디자인에서는 사용자와 더 나아가 일반 대중들도 이해관계자로 인식하여 모두 작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출처 : participateindesign.org

 

 

 

 

- 존 마에다(John Maeda)가 리트윗한 김윤재씨의 디자인, 출처 : insight.co.kr

 

 

 

 

며칠 전, 애플에 입사한 디자이너 김윤재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미니멀리즘 아이콘 디자인을 즐겼던 그는 작년 온라인 포트폴리오 사이트 비핸스(www.behance.net)에 자신의 작업을 업로드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의 작업을 본 전(前)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총장 존 마에다(John Maeda)가 김윤재씨의 작업을 리트윗했고 곧이어 애플과 에어 비엔비(Airbnb)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 9월부터 애플 본사에서 아이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다.

 

놀라운 이야기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런 영화 같은 스카웃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애플이 김윤재씨를 택한 것은 디자인 능력, 혹은 개인적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셜 네트워크’가 그를 애플 아이콘 디자이너로 이끈 중요한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윤재씨의 이야기가 무척 새롭지는 않다. 그러니까 이와 유사한 형태의 일들이 이미 수없이, 수많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현재 우리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연결은 비핸스(www.behance.net)나 노트폴리오(www.notefolio.net)와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존재할 수 있게 하고,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들의 '연결'과 '참여'를 통한 새로운 작업방식을 가능케 했다.

 

 

 

 

 

 

위와 같은 발상 혹은 관련된 작업들이 지금 막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디자인의 한계 혹은 새로운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미 시도 했고, 또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헬렌 암스트롱과 즈베즈다나 스토이메로브이치의 <참여디자인>은 탐독해볼 필요가 있다. 

 

"참여 디자인을 이용한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참여 디자이너들은 완성된 작품을 수동적인 관객에게 전달하기보다 열린 생산 시스템을 만든다. (…) 사용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빈 공간을 완성한다는 기대감으로 다가가 활발하게 콘텐츠를 투입한다." - 헬렌 암스트롱-

 

 

 

 

 

 

<참여 디자인>은 독자들이 ‘참여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흥미롭게 구성돼 있다. (참여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쉬운 설명은 물론이고) '참여'의 개념을 넘어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 그리고 의지 있는 독자들이 실제로 참여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는 짧은 레퍼런스도 제공한다. 책은 이를 커뮤니티, 모듈, 유연성, 기술이라는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사실 '참여'라는 주제로 묶여있지만 책이 다루는 영역은 프린트부터 디지털, 의류, 공간 디자인까지 굉장히 광범위하다. 때문에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랑은 좀 동떨어진 이야기야. 나는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이 많은 것들이 다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에 대한 답변을 책의 글귀를 빌려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디자이너는 무언가를 발상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사람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범주의 도구와 방법을 다양하게 매치시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각 분야의 디자이너로서 가지는 능력과 작업 프로세스들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인프라가 마련된 상황에서 -이를테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자신의 작업에서 표현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참여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다. 책 속에 소개된 디자이너 스테판 부셰의 이야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스테판 부셰는 그의 참여 디자인 프로젝트인 <데일리 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층을 확보했고, 본래 목적이던 자신의 작업 <잉크 얼룩 몬스터>를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참여 디자인을 주목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제는 옆집 꼬마아이부터 윗집 할아버지까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통해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질적인 차이는 있지만 디자이너들이 해오던 일을 이제는 집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전문 디자이너들이 창작 가능한 참여자들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디자인의 민주화와 함께 그래픽 디자이너의 근본적인 역할이 멘토, 스승, 리더로 옮겨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프로젝트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디자이너들이 코딩을 배우고, 초등학교 교육에 프로그래밍을 도입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감안한다면 결코 동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다. 더군다나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오픈 소스(open source)를 통해 비전문가도 쉽게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작년쯤, 어느 광고 행사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바로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미 끊임없이 스스로를 계발 해야 하는 시대지만 현재의 기술과 환경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이를 토대로 틀을 깨는 창조력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그러한 맥락에서 ‘참여 디자인’을 이해하는 것은 언젠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렇다면 먼저 출발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원제 Participate : Designing with user - generated content
저자
헬렌 암스트롱, 즈베즈다나 스토이메로브이치 
출판사 비즈앤비즈
출판일 201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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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디자인과 디자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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