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by. 스테판 비알

15.02.03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냉이의 <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는 필진 냉이만의 디자인 가치철학이 담긴 북 리뷰를 담을 예정입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디자인을 통해 낯선 책을 접해보세요

 

 

 

 

 

2004년 GOD의 4집 앨범 타이틀 곡 <길>을 기억하는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난 걸어가고 있네

 

 

 

 

 

 

<길>의 가사는 당시 방황하던 청소년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그에 힘입어 GOD는 2004년 방송3사 연말시상식을 대상으로 휩쓸었다. 가사가 참 공감이 간다. 앞서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남녀노소를 불문, 노래가 전하는 감성을 공유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현재와 앞날에 대한 관심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태동한 이래 현대의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은 인생에서 자신의 존재와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흔히 ‘역사에서 길을 찾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문제를 겪는 주체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선행됐을 때, 비로소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가 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개인을 비롯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특히 다른 영역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디자인’ 분야에서는 더 필요하다.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경험과 성취를 토대로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고, 매년 전문기관에서 수 많은 디자이너를 배출한다. 작업 프로세스나 도구의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많은 디자인 연구가들은 아직까지도 막연한 디자인의 본질적 개념에 대해 더 많은 고찰과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접근한 결과물이 스테판 비알의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다. 스테판 비알은 프랑스 님 대학교의 디자인학 교수로 철학자의 입장에서 디지털과 디자인을 연구했다. 그래서인지 개념에 대한 접근방식이 단어의 어원과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의 의도까지 꼼꼼하게 따져나간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의 역사, 의미, 그리고 디자인 효과 등 각각의 주요 개념을 적절한 인용과 통찰로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으며 오히려 흥미롭다. 동시의 그 만의 디자인에 대한 증명과 고찰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에 의해 사회조형적 성격을 지닌 디자인의 탄생과 거대자본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역설’에 대해 여러 번 기술한다. 이를 토대로 디자이너의 창조방식과 미래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 또한 엿볼 수 있다.

 

 

 

 

 

 

 

 

흐름을 짧게 요약해보면 디자인의 태생적 본질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고, 때문에 ‘혁신을 위한 원동력으로써의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이 원동력이 되는 혁신’을 향해야 하며 동시에 윤리와 미학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마케팅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 전, 다른 책의 리뷰에서 마케팅과 디자인, 개발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광고업계의 트렌드라는 언급을 했다. 스테판 비알은 이에 대해 마케팅과 디자인의 명백한 선을 그으며 디자인의 경우, 시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는 윤리적 입장을 제시한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윤리적 태도에 대한 입장을 견지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도 산업을 제외할 수 없는 디자인의 숙명을 인정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한다.

 


 

 

 

 

 

 

 

 

책에서 디자이너가 날마다 외워야 할 좌우명으로 “그대의 행위가 지구 위에서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영속성과 일치하도록 행동하라”같은 문구를 인용하는 것을 보면 디자이너에게 조금 과한 숭고함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문제의식이 깃든 책 장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문구들은 디자이너의 사명감과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뒤돌아보게 한다.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의 서문에는 ‘이 책은 디자인에 대한 짧은 고찰이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책은 짧은 서문만큼이나 간결하고 가볍다. 하지만 내용은 디자인과 디자인이 아닌 것에 대한 기준을 잡고,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고찰할 수 있을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과연 디자인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 일까? 그 윤곽을 그려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제목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저자 스테판 비알
역자 이소영 
출판사 홍시
출판일 2014.03.10

▶ 책 정보 더보기

 

 

 

냉이

디자인과 디자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