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는 가지공장] 5. 80년대 양옥집을 상상하다, 면채반

15.01.21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착한식당으로 유명한 홍대의 맛집, 면채반

 

점심 시간쯤 홍대 상수역에 가면 늘 대기중인 사람들로 북적이는 매장이 있다. 통 유리로 안을 훤히 보이게 한 대부분의 가게와 달리, 일부러 식탁 하나를 작게 보이게 난 창문이 독특한 이곳은 바로 가정식 냉면과 칼국수를 판매하는 <면채반>이다. 살짝 빛 바랜 베이지색 파사드와 삐뚤빼뚤 낙서를 한 듯한 캘리그라피가 돋보이는 이곳은 이미 방송에도 몇 번 나온 적 있는 맛집이다.

 

- <면채반> 홍대본점

 

 

 

 

긴 인연의 시작

 

 

가지공장과 <면채반>의 인연은 약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면채반>은 현재 가지공장의 인테리어팀을 담당하는 두 실장님이 진행한 첫 프로젝트로, 덕분에 전(全) 작업과정을 참여할 수 있었다. 이 후, 인테리어팀에서 해결하지 못한 그래픽 작업을 <프로젝트 에디>에 의뢰했다. 그렇게 가지공장과 <면채반>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면채반>은 처음부터 디자이너의 입김이 많이 반영된 프로젝트다. 외식업에 일가견에 있는 공동 창업자인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디자인과 시공의 많은 부분을 우리에게 믿고 맡겼다. 두 인테리어 디자이너 역시 단순히 ‘갑을 관계’를 떠나, 첫 프로젝트를 제대로 끝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내내 마치 자신의 매장을 오픈하는 듯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80년대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담은 양옥집

 

‘냉면/칼국수 전문’과 ‘홍대’에 위치했다는 것 외에 특징이 없던 <면채반>은, 클라이언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미팅을 거쳤다. 미팅에 미팅을 거듭한 후 끌어낸 <면채반>의 철학은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이라는 키워드였다. 클라이언트는 당시 판치고 있던 가짜 음식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고, 사람이 먹는 ‘진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매일 손질하는 신선한 식재료와 푸짐한 음식 양, 그리고 건강한 맛까지. 실제로 <면채반>의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칭찬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철학을 효과적인 비주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러한 고민은 ‘과연 진짜 음식이란 무엇일까?’ 는 물음까지 다다랐고, 우리는 답을 아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집, 그리고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30대들의 추억 속에 자리한 ‘80년대의 양옥집’으로 보다 구체화 됐다. 

 

 - 80년대 양옥집을 컨셉으로 한 <면채반>

 

 

 

 

 

 

<면채반>의 인테리어를 밖에서부터 하나하나 뜯어보면, 80년대의 양옥집을 어떻게 디자인에 잘 녹였는지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정사각형 창문은 한 집의 식사시간을 밖에서 염탐하듯 볼 수 있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숨어있다. 반면, 반듯하게 떨어지는 베이지색 파사드 라인은 콘크리트 벽돌과 만나 딱딱하지만 정감 있는 80년대 양옥집을 재현했다.

 

또한, 실내/외 아기자기하게 설치된 각종 장식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일으킨다. 가게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진짜 강아지’가 사는지 살펴보는 개 집도 그렇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개구쟁이 아이 사진과 핸드메이드 동물 인형은 모두 <면채반>의 감성을 끌어내는데 톡톡한 역할을했다.

 

<면채반>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 그 어린아이 사진 있는 곳"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어린아이 사진’ 속 숨겨진 비밀을 하나 밝히자면, 사진 속 주인공 대부분은 인테리어팀의 최실장의 어린 시절 사진이다. 미술선생님이신 부모님 덕분에 멋진 감각을 끌어낼 수 있었다. 누구나 노리고 있는 벽면 액자이지만, 사실  꽤나 엄격한 기준이 있기에 그 벽에 걸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이 글을 읽은 독자들 중, ‘내 어린 시절 사진은 정말 자신 있다.’ 하시는 분은 연락해주시길, 단 78년에서 82년 사이가 가장 좋다)

 

 - <면채반>의 아기자기한 소품구성

 

 

 

 

 

 

브랜드의 확장, BI 시스템의 중요성

 

<면채반>의 컨셉이 가장 잘 드러난 매장은 홍대 본점으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대단하다. 현재는 열 점 정도 오픈 됐고, 오픈 예정인 지점도 꽤 많다. 그 중 홍대 본점과 디큐브 시티점, 삼성점, 목동점이 가지공장이 함께한 매장이다. 뚜렷한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클라이언트이기에 앞으로도 매장을 잘 운영하리란 것은 분명하다. 최근, 늘어나는 매장을 보다 더 잘 관리하기 위해 가지공장과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 <면채반> 디큐브시티점

 

 

 

 

 

가지공장이 생기기도 전에 문을 열었던 <면채반>은 캘리그라피 로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인테리어팀에서 디자인 전략을 짜고 진행했기 때문에 BI 시스템 체계가 없었다. 홍대 본점만 운영할 때는 그런 요소가 ‘홍대’스럽고 예뻤지만, 매장 수가 늘어남에 따라 환경도 다양해졌고 BI 시스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기존 매장에는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면채반>은 달라진 모습으로 고객과 만날 예정이다. 먼저 기존에 쓰인 캘리그라피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사인물에 쓰일 경우가 많다 보니 로고가 깔끔해야 가독성이 좋아진다. 또한, 다소 딱딱했던 음식 사진을 보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톤 앤 매너로 재촬영 했고 이를 메뉴판과 각종 홍보물에 적용했다.

 

특히, 이번 리뉴얼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매장 스타일링에 필요한 그래픽을 추가한 것이다. 옛날 어린아이 사진과 어울리는 그림일기와 어린 시절 많이 볼 수 있던 커다란 달력, 그리고 작은 냉면과 칼국수가 들어간 그래픽이 그것이다.  

 

 - 리뉴얼 전(前) 면채반 로고

 

 - 리뉴얼 후(後) 면채반 로고

 

 - 새로 추가된 그림일기 일러스트

 

- 새로 추가된 면채반 지정 패턴

 

- 리뉴얼 전(前)  메뉴판과 족자 디자인

 

- 리뉴얼 후(後) 메뉴판과 족자 디자인

 

 

 

 

 

하지만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지점에도 <면채반>의 BI 시스템이 잘 적용되도록 다듬는 작업이었다. 이를 위해 공간을 몇 개의 분류로 나눈 후 각 공간에 최적화된 디자인물을 배치했다.  예를 들어 긴 벽면에는 어린아이 사진이 들어간 액자와 그림일기를, 좁은 벽면에는 <면채반>의 철학을, 선반에는 테라코타 도기와 핸드 메이드 종이인형을 배치했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이 많은 경우의 수를 어떻게 다 생각하고 디자인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하지만 막상 구성을 하고 나니 BI와 인테리어가 모두 완벽하게 짝을 이룬 최고의 프로젝트였다.

 
- 공간에 따라 분류된 BI 시스템 활용법

 

 

 

 

면채반과 가지공장의 성공적인 조합 

 

아직도 <면채반>은 현재진행형인 프로젝트다. <면채반>은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모토로 하는 가지공장과 가장 잘 맞는 프로젝트이자 최고의 클라이언트다. 전적으로 디자이너의 편에 서 이야기를 들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디자인 전략에 있어서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본인이 해야 할 사업전략과 운영전략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간혹 우리를 찾는 몇몇 창업자는 디자인만 잘 나오면 상품이 날개 돋칠 듯이 판매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본인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고, 상품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만 우리들이 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이들도 있다. 그건 마치 “내 아이디어  너네들이 가져가세요.”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아이디어는 누구든지 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밑그림도 아니고 계획도 아니다. 판을 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 <면채반> 디큐브시티점

 

 

 

 

<면채반>이 가지공장의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던 건, 각 분야의 전문인이 만나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존중했기 때문이다. 로고 심볼에서 “본인들의 사업분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 전에 본인들의 사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 몇 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을지, 유통 채널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등 ‘진짜 고민해야 할 것’들을 과연 얼마나 해결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면채반>은 한번도 디자인에 본인들의 스타일을 강요하거나 수정을 요한 적이 없다. 추구하는 컨셉과 방향을 공유했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브랜드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맡겼고, 본인들은 외적인 부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물론 사업전략부터 상품, 디자인, 영업, 마케팅까지 모든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 디자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솔루션은 아니기에 우리를 선택한 이상, 디자인 부분은 믿고 맡기고, 그 외 분야의 현실적인 요소에 시간을 투자하길 바란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브랜드 창업만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이제는 클라이언트만 봐도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아니면 투자금만 날릴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당연히 <면채반>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진정한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향하여

 

가지공장이 문을 연지도 이제 1년하고도 4개월이 되어간다. 우리보다 창업 년도가 짧은 클라이언트가 대부분이기에, 당연히 <면채반> 외에는 아직 2년이상 장수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바람이라면 우리와 함께한 클라이언트들이 창업 안정기라는 ‘3년’을 모두 훌쩍 넘겼으면 한다. <면채반>처럼 정말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할 수 있게 오래오래 지지고 볶고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이지윤

뜨거운 디자이너의 피와 차가운 전략가의 머리가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정체불명의 여자
스몰 비지니스 전문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 <가지공장>을 운영중이다.
www.facebook.com/jeyo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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