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는 가지공장] 6.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스, 수종주스!

15.02.26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시한부 환자들이 죽을 때 후회하는 5가지
 
 
"저희는 주스를 판매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왜 건강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도움이 되고자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요즘 유행하는 착즙주스, 일명 Detox Juice(해독주스) 창업을 준비하는 한 클라이언트는 첫 미팅 내내 '꿈', '건강', '왜'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기존에도 Detox Juice 창업을 준비하는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나봤지만 이번 미팅은 당황스럽고 난해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창업가는 대부분 '제품의 특징', '유통전략', '마케팅 방향'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시한부 환자들이 죽을 때 후회하는 5가지'를 언급하는 이 젊은 창업가의 말이 낯설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시한부 환자들이 죽을 때 후회하는 5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2.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3.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한 것 
4. 옛 친구들의 소중함 
5.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  
 
 
 
하지만 몇 번의 미팅 끝에 이 젊은 창업가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데 관심이 높은 사회혁신 미디어 <Benefit Magazine>의 창업 멤버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첫 미팅 때 당황스러웠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그의 창업 철학에 동화됐고, 지금은 그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 역삼역에 위치한 수종주스 
 
 
 
 
 
 
 
‘수종’씨가 들려주는 <수종주스>의 시작
 
 
<수종주스>는 ‘김수종’이라는 창업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선천적으로 사구체신염이라는 신장병을 가지고 있던 그는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기 않아 평소 지병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무역회사의 상사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잦은 음주, 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으로 합병증에 시달렸다. 결국, 의사에게 극단적인 방법 외에 치료방법이 없다는 무시무시한 진단을 받았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해보지도 못한 채, 이대로 몸에 문제가 생기면 너무 억울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 수종씨는 그 길로 회사를 나와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회사에 다닐 때는 꿈도 못 꿨던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병행했다. 그때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 바로 지금의 디톡스 주스, 바로 ‘수종주스’다. 과일과 야채를 모조리 착즙하는 기존의 해독주스와는 달리 삶은 야채와 양배추의 즙을 베이스로 하는 ‘리얼 해독주스’였다. 맛은 달달하진 않지만 그만큼 건강하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주스였다. 그 결과 수종씨는 3개월만에 16Kg을 감량했고 혈압, 콜레스테롤, 신장, 단백뇨 수치를 정상인에 가깝게 만들었다. 
 
 
- <수종주스> 심볼형 Logo 
 
 
 
 
 
 
수종씨의 경험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서울로 올라온 수종씨는 친구들과 함께 해독주스 레시피를 개발했다. 건강하지 못했던 예전의 본인과 같은 삶을 사는 한국의 직장인을 위해 <수종주스>를 런칭하기 위해서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주스,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스, 수종주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직장인들이여, 몸부터 챙기자!!!
 
 
<수종주스>에서 직장인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도 수종씨가 직장인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 착즙주스는 트렌디한 외식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었다. 하지만, 수종씨는 마르고 스타일리쉬한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마시는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았다. 본인이 그러했듯 평범한 직장인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싶었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역시 너무 세련되지 않길 바랐다. 
 
우리는 수종씨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수종주스>의 아이덴티티를 조금씩 구체화했다. 가장 먼저 가이드라인을 잡은 것은 ‘너무 스타일리쉬하지 않은 디자인과 직장인이 좋아할만한 유머, 그리고 한글과 영어의 적절한 배치’였다.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였다. 아직 해독주스가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았고 코어 타겟인 직장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가지공장만의 독특한 위트를 <수종주스>에 넣어보기로 했다. 또한 수종씨의 실제 경험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마치 수종씨가 직장인들의 건강 전도사가 된 것처럼 수종씨만의 캐릭터도 개발했다. 이 캐릭터는 BI에도 심볼로도 사용했는데 ,매장에 방문한 많은 고객들이 주스를 만들고 있는 수종씨를 보고 웃을 만큼 캐릭터와 많이 닮았다. 
 
 
 - <수종주스> Variation Logo- 
 
 
 
 
 
 
주스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은 조금 더 위트를 가미했다. 각 주스 라인마다 독특한 네이밍을 한 것이다. 시금치가 함유된 초록주스는 "뽀빠이의 재림", 뿌리채소 비트가 들어가 흙 맛이 느껴지는 "엄마 쟤 흙 먹어", 나트륨 배출에 효과적인 장 트러블러들을 위한 "회식한 다음날", 피를 맑게 하는 당근이 가득 든 "내 삶은 당근", 안티 에이징을 위한 블루베리와 토마토의 조합인 "소개팅 이틀전"처럼,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네이밍으로 각 주스의 특징을 절묘하게 매칭했다. 
 
 
 
- 수종주스 패키지 및 스티커 
 
 
 
 
 
또한,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를 제작해 주스 병에 붙였다. 예를 들면 "함께해요, 출근길", "해 떨어지면 퇴근합시다", "선 퇴근, 후 행복", "혼자 있고 싶어요, 모두 나가 주세요"와 같은 문구다. 실제로, 직장인이 많이 포진한 역삼역에 위치한 <수종주스>는 이미 입소문이 쫘악 나서 스티커를 모으는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 <수종주스>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수종 스테이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수종주스> 매장은 얼핏보면 화이트 타일이 깨끗한 키친 느낌을 풍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어딘가 묘하게 지하철 플랫폼을 연상케 한다. <수종주스> 매장 모티브가 런던의 지하철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두 번씩 들려야 하는 지하철에는 삶의 애환이 녹아있다. 하지만 빠르게 달려가는 인생에서 한 번쯤 ‘쉬어가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즉, <수종주스>는 직장인들이 매일 오가는 지하철 플랫폼의 연장선으로 건강을 위해 꼭 들러야 하는 중간역인 것이다. 
 
 
 
 
 
 
 
 
 
 
 
 
분위기 연출을 위해 런던 지하철 플랫폼에 쓰인 타일을 주 재료로 사용했다. 또한, 지하철 광고판 느낌의 실버 알루미늄 액자로 스타일링 했다. 나아가 주스를 만드는 모습을 고객에게 노출할 수 있게 과감히 오픈 키친을 열었고, 제철 재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플라스틱 과일바구니를 설치했다. 
 
재미있는 요소는 옆으로 여는 메인 도어에 붙은 수종씨 캐릭터의 로고다. 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겹쳐지는 모습을 사전 계산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눈치 채지 못하지만 우리에겐 ‘디테일의 차이’라며 붙이고 나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매장 안에 붙은 포스터 역시 <수종주스>만의 위트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읽는 신문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의 특징인 자극적인 문구들, '이럴 수가!', '충격', '속보', '독점입수'와 같은 키워드을 적절하게 배치해 마치 찌라시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꿈을 이루려면, 먼저 건강해야 합니다. 
 
 
잠시 아팠던 수종씨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인은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부족으로 많은 대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 것일까? 건강은 날씬한 몸매와 멋진 복근이 아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나의 가족과 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건강'은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이다. 그래서 수종씨의 <수종주스>는 기존의 다른 해독주스와 달리 날씬하고 스타일리쉬한 삶을 좇는 패피(패션피플)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수종주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나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한 "꿈 보조제"다. 
 
 
 
 
 
나 역시 대사증후군에 하나인 ‘당뇨’를 앓고 있다. 10여년의 회사생활과 3년동안의 창업으로 얻은 쓴 열매 중 하나다. 때문에 수종씨의 "왜 건강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회사"라는 창업 철학이 절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사업 좀 한다’는 많은 분들은 수종씨의 창업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해서 돈 벌겠어요?'라고 서슴없이 말 한다. 나 역시 수종씨에게 그래도 돈을 벌어야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마케팅 전략을 조금 다르게 해보자”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건강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게 만들자"는 그의 바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이지윤

뜨거운 디자이너의 피와 차가운 전략가의 머리가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정체불명의 여자
스몰 비지니스 전문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 <가지공장>을 운영중이다.
www.facebook.com/jeyo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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