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는 가지공장] 7. 우주인이 사는 행복한 쉐어하우스, WOOZOO (우주)

15.04.24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한국 쉐어 하우스의 선두주자, 우주


작년 한해 '공유경제'는 커다란 사회 트렌드 중 하나였다. 공유경제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유’의 개념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바라 보는 소비 형태다. 공유경제는 자동차를 시작으로 빈방, 책, 아이 옷, 한복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번졌다. 그 중에서도 빈 방을 공유하는 ‘쉐어 하우스’는 공중파 예능 소재로도 쓰였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쉐어 하우스 'WOOZOO(우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현재 '우주'는 공유경제라기보다 새로운 주거 방식이 됐지만 어찌됐든 여전히 싱글족과 자취생에게 인기가 많다.


'우주'와의 첫 만남은 뜻밖이었다. 2014년 초, 당시 5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던 '우주'는 계속되는 성장세를 두고 브랜드 리뉴얼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가지공장 공장장의 브랜드 수업을 들던 우주 직원의 눈에 <가지공장>이 잡혔다. 그렇게 시작된 '우주'와의 인연은 약 3~4개월 동안 지속됐다.


- 쉐어하우스 우주 




정확한 디렉션,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우주'의 창업 스토리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됐다. 간략히 말하자면, 우주는 소셜 벤처로는 최초로 엑시(Exit, 투자회수)한 <딜라이트 보청기>의 창업멤버들이 모여 만든 두 번째 회사다. <가지공장>이 리브랜딩 작업을 할 당시 김정헌 전 대표가 우주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는 기존의 소셜벤처 클라이언트와는 확실히 다른 카리스마와 결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김정헌 전 대표를 이어 김정현 대표가 '우주'를 이끌고 있다)


그는 현재 '우주'가 처해있는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우리에게 바라는 사안을 막힘 없이 설명했다. <가지공장>은 어느새 그의 말에 동화되어 '우주'가 품고 있는 철학과 가치에 수긍했다. 막연히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늘 정확한 디렉션을 주지 못해 고생 아닌 고생을 해야 했던 우리로서는 단호할 정도로 본인들이 원하는 모습과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니 오히려 고맙고 감사했다.


"브랜드 로고는 대중적이고 너무 딱딱하면 안 된다. 전체 컬러는 따뜻한 웜톤이되 여성적이면 안 된다. 심볼형 로고가 꼭 있어야 하며, 핸드라이팅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에게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스타일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 하지만 '우주'는 스타일 요구에 앞서 왜 그런 스타일이 필요한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주는 단순한 패션 상품이 아닌 주거공간 브랜드이기에 신뢰감이 필요했고, 주 타겟이 특정 성별이 아니므로 중성적인 로고를 원했다. 또한 컬러 선택에 있어 커뮤니티 역할을 살려 차가운 느낌 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필요했다. 더불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바람으로 핸드드로잉 형태를 제안했다.


- 우주의 리뉴얼 전 로고타입 





- 우주의 리뉴얼 된 심볼형 Logo와 디자인 모티브 
 



우주인과 우주연(緣)


우리는 '우주'의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였고, 이를 브랜드 디자인에 반영했다. 하지만 우리의 작업이 늘 그렇듯, 가장먼저 '우주'의 브랜드 컨셉과 스토리 텔링을 탐색했다. 일단, '우주'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우주를 이용하는지 물었다. 저렴한 가격이나 독특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많은 이용자들은 '우주'를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생각했다. 특히, 택배아저씨를 마주할 수 없어 늘 집에 없는 척을 해야 했던 ‘20대 자취족’과 하루 종일 TV만 보다 밥 먹을 때만 입을 여는 자신이 한심했다는 30대 싱글족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즉, 이들이 필요한 건 저렴한 월세와 좋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소속감'이었다. 이들은 가족과 떨어져 살며 무서움과 외로움을 느꼈고, 어디 하나 자유롭게 누울 곳 없는 척박한 서울 땅에서 서로 의지하고 사는 따듯한 '새 가족'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새로운 인맥도 형성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끼리 '집단'을 만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우주의 키워드를 '소속감'으로 규정지은 우리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용자들에게 '소속감'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또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카테고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줌마가 관리하는 하숙집’이 아닌 힙하고 트렌디 한 ‘엔터테인먼트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하숙집’이었다. 소속감(感)에서 소속사(社)까지 발전한 이야기는 지구인은 살 수 없는 특별한 공간 '우주'와 그 곳의 거주민 '우주인'이라는 이야기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리브랜딩의 카피가 '우주인들만 느끼는 특별한 소속감, 우주연(緣)’이 됐다.




로고부터 인재상까지


'우주'는 이러한 뜻을 담고 있는데, 가만 보면 행성 안에 문이 달려 있는 형태다. 문은 지구인과 다른 우주인들만이 열 수 있는 문이다. 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당신은 평범한 지구인이 아닌 '우주인'이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원래 우주의 뜻은 ‘Cosmos’가 아니라 한자인 집 우(宇), 집 주(宙)에서 따온 네이밍이다. 하지만, 우주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행성의 이미지를 로고에 그대로 적용하여 쉽게 기억하고 연상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로고는 집 우(宇)와 집 주(宙)가 연상되는 다소 복잡한 로고였다) 그리고 다양한 일러스트 모티브를 개발해 따뜻하면서도 캐주얼한 브랜드를 구했다. 하지만 임대인들이 경험하게 되는 브랜드 소개서와 계약서에는 브라운 컬러를 사용하여 신뢰감과 무게감을 더했다.













- 계약서와 우주 가이드북 디자인

 

또한 '우주'의 소속감을 주기 위한 작업으로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특별한 작업을 진행했다. 바로 인재상 포스터다. ‘전광석화, 용의주도 우주인, 우주 최강 멘탈’ 이라는 재미있는 카피와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의 조합은 여전히 '우주'의 사무실에 걸려있다.






- 우주의 브랜드 미션과 인재상

 
 
초기 스타트업과 브랜드 리뉴얼
 

'우주'의 리브랜딩 작업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들이 분명한 목표 아래 '우주'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는다는 것이다. 지금 우주에게 필요한 건 ‘미래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였다. 이를 위해 '우주'는 꾸준한 비용과 경험을 축척해놓고 있었다. 로고 리뉴얼부터 그동안 쌓아놓았던 필요한 어플리케이션 리스트(계약서 한 장까지 다 모아놓았었다!!), 웹 사이트 리뉴얼까지! 마치 이 날을 위해 디자인할 목록을 차근차근 모은 것 같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브랜드를 런칭 했을 때, 완벽한 비주얼과 완벽한 시스템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초기 고객들은 사실상 그 브랜드의 메인 타겟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들여 브랜드 디자인을 하는 게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창업 전문 브랜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초반에 비용을 들여서 브랜드 디자인을 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하지만 '우주'처럼 성공 가능성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스타트 업의 경우, 일단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오픈을 서둘러 실제 고객의 취향과 필요한 리스트들을 찾아내는 게 먼저다. 그리고 비용을 최대한 아껴 '아, 이제는 우리 서비스를 알릴 때가 됐구나'는 시점에 리뉴얼을 단행하고, 광고비를 풀어 잠재고객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물론 브랜드가 단순히 예쁜 로고와 멋진 광고로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왕 새로운 모습으로 갈아입은 마당에, 우리 집 안방에서만 옷을 입고 있으면 무엇하랴?


외식이나 패션처럼 초반 브랜드 비주얼이 중요한 사업이 아닌 경우에는 '우주'처럼 조금 때를 기다렸다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쁘게 브랜드 디자인을 해놓고 비용이 없어 명함만 제작하고 끝나는 프로젝트를 너무 많이 접해봤기에,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결국 소통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람들의 눈에 띄어야 하니, 가끔은 고객과 밀당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진출처 : http://www.woozoo.kr/
 
 
 

이지윤

뜨거운 디자이너의 피와 차가운 전략가의 머리가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정체불명의 여자
스몰 비지니스 전문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 <가지공장>을 운영중이다.
www.facebook.com/jeyo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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