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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표출, 이홍민

15.11.16 1




일그러지고 폭발하며 뒤틀린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 그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울분마저 느껴진다. 분노를 통해 고통을 토하는 이홍민의 작업은 자신의 원초적인 감정을 마주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제는 ‘분노’가 작업의 원천이 된,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는 그를 만나 분노와 고통의 의미를 되짚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 

그림작업 하는 이홍민입니다.


작업하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 그간의 작품들을 어떤 특정 한 분야로 규정짓기가 힘든데.

그렇다. 사실 내 작품들은 아무 분야에 속하지 않기도 하고, 속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서인 것 같다. 

<샤워> watercolor, acrylic & digital painting, 35 x 32cm, 2013 

<초사이어인> watercolor, acrylic , digital painting, 2014

 

그림에서 왠지 모를 에너지와 분노, 폭발하는 감정이 느껴진다. 작업의 영감이 되는 소재는 어디서 얻나.

모든 작가가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작가는 자기가 살아온 히스토리에서 작품을 만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영감을 주로 얻는다. 사실, 자라온 환경이 권위적이어서 ‘환상’을 심어주는 만화에 몰입 했던 경향도 있다. 현실에서 금기됐던 일들이 만화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니까. 그런 방식으로 내 주변을 둘러싼 권위를 깨고 싶었다. 그림을 시작했던 계기도 그랬고 작품의 영감 역시 표현방식이 과장된 ‘만화’가 주된 요소 같다.

 

- 작가 이홍민


섬세하고 구불구불한 근육 표현, 눈물인지 뇌수인지 알 수 없는 체액이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더한다. 이 장치가 곧 ‘이홍민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런 특징들은 나만의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은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개성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홍민스럽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성향에 주목하다 보니 자연스레 얻어진 것 같다. 물론, 그런 장치를 의도적으로 끌어내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배어 나오기도 한다. 질문에 언급된 ‘섬세함’도 사실 원래 성격과 관련 있겠지? 사실, 성격이 꼼꼼하다기 보다 무언가를 구분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 이홍민 작가의 초기작, "야하다는 느낌보다 기분 좋게 그렸던 작업이다."

 

<시선3>



초기작에서도 울분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현재의 작품과 느낌이 다르다. 지금의 스타일을 갖기까지 변화가 궁금한데.
 

초기작인 <시선3>은 연작 일러스트의 일부다. 청소년기에 성스러운 공간에서 에로틱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 그 기억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업할 때 특별히 울분 같은 감정을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종교적 공간은 다양한 감정이 뒤범벅된 장소라서 이런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

 

인간이 느끼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 중에서 이홍민은 노(怒)를 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분노의 감정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인생을 살다 보면 본래 성격이랑 다르게 원초적으로 느끼는 고통이나 분노가 있다. 그런데 분노는 상대적으로 다른 감정보다 센 것 같다. 뭔가 화끈거리고 ‘확-’하고 올라오는 느낌 말이다. 때론 그 감정 뒤로 엄청난 절망이 다가온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왜 이런 분노를 느끼지?”라고 고민하면서 작품이 시작됐다. 그런데 또 그림에 깊이 들어가려면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분노와 고통이 나와 관련이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분노가 작업의 원천이 됐다. 내가 더 작업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 것이다.

 

상상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그림에 집중하면 그렇게 되는 듯 하다. 관람객이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그림을 통해 자기가 욕망하는 것을 볼 수도 있고. “작가가 왜 이렇게 그렸을까?”하고 파고들 수도 있으니까.

<고통과 모멸> 2012

 

특히 2012년에 작업한 <고통과 모멸>은 제목에 언급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낸 것 같다. 사연이 있을 거 같은데.

예전에 이별을 경험한 적 있다. 사람들은 이런 순간에 발라드 음악을 듣거나 슬픈 영화를 보면서 감정을 증폭시킨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당시 접한 작품들은 내 감정을 대변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슬프다’는 감정이 거짓말 같았고 마치 꾸며진 감정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미화된 슬픔’ 말고 원초적인 슬픔과 고통을 끄집어 내고 싶었다. 쿨하고 멋스러운 슬픔 말고 찌질한 본능적인 슬픔 말이다. 나에게도 이 감정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궁금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이 작품을 유독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 처음에 완성했을 때는 작품을 내보이기가 창피했다. 당시의 감정이 가물가물하지만 이제는 ‘나라는 사람이 저 때는 그랬구나’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되기도 했고.

 

그럼 <고통과 모멸>을 작업할 때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겠다.

<고통과 모멸>은 많은 객관화를 거치고 그린 작품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겪고서 새벽 3시에 쓴 글과 그 다음날 오후에 쓴 글은 그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다. 그림도 이와 비슷해서 감정을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고통과 모멸>을 작업할 때 분노를 느꼈으면 선이 거칠게 나왔겠지?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오롯이 내 감정대로 그리면 그림을 망치게 되더라. 그래서 작업을 할 때 최대한 감정과 거리를 두고 마주보려 한다. <고통과 모멸>도 이별 후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감정의 객관화를 거치고 난 그림이다.

 

혹시 그림을 통해 위로 받거나 작업을 통해 치유한다는 느낌을 받나

맞다. 설령 그림을 완성한 다음에 보지 않아도 그리는 순간에 치료가 되고, 위로가 된다.

 

전자양 <소음의 왕>

 

유일하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 이번 전자양 <소음의 왕> 앨범에 쓰인 작품 같다. 

앨범디자이너가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원본은 최근 <CHOHYPER>展에 쓰인 작품이다. 주제가 장난감이었는데 평소 작업하지 않던 분야여서 흥미로웠다. 귀여운 여자 아이 얼굴이 이질적일 수 있는데 전시 컨셉에 맞게 작업했다.

- 이홍민 <缺婚>展

 

<나도 이제 결혼한다1>


<나도 이제 결혼한다2> oil on Canvas, 89.4 x 130.3cm, 2015

 

<청혼> oil on Canvas, 97 x 130.3cm, 2015

<맨 얼굴>

<붉은 결혼> oil on Canvas, 162.2 x 97.0cm, 2015

 

올 초(2015.03.13~2015.04.05)에 개최했던 개인전의 전시명이 <결혼(缺婚)>이다. 처음에는 ‘결혼’하면 떠오르는 따듯한 감상들과 반대되는 작품에 당황스러웠는데, 전시 포스터를 자세히 보니 ‘맺을 결(結)’이 아니라 ‘이지러질 결(缺)’이더라.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애초에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자어로 유희를 준 건 단지 전시될 그림을 담기 위해서였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결혼을 이야기 한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결혼’ 하나에 온갖 잡다한 문화들이 조잡하게 결합되어 있는 현상을 되짚고 싶었고, 미혼자로서 결혼에 부차적으로 드는 여러 가지 부담도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그에 대한 분노의 표현도 있지만 젊은 세대의 혼인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사회문제도 다루고 싶었다.

 

- 월간 윤종신 9월호 

 

최근 월간 윤종신 9월호 커버 작업을 맡았다.

<월간 윤종신>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속작가 여섯 명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작업하는데 올해 두 번째 작업이었다.

- <월간 윤종신> 9월호 커버와 <맨 얼굴>



9월호 커버는 개인전 <결혼(缺婚)>에 전시했던 <맨 얼굴>과 비슷한 구도다.

초기에 아트디렉터가 <맨 얼굴>을 커버로 제안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에 좀더 욕심이 생겨서 다른 방식으로 작업해봤다. 원작과 영화가 ‘마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지만, 영화는 <맨 얼굴>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강렬한 빨강색채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구도는 같은데 담은 내용이 다르다는 건가

맞다. <The Lobster>는 45일 안에 커플이 되지 않으면 자신이 지정한 동물로 변하는 영화다. 서로 사랑한다는 전제가 깔린 연인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커버 속 두 사람은 ‘눈’에 대한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공통점이 영화의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부딪히는 <맨 얼굴>과 달리, 키스 같지만 그렇다고 키스는 아닌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 작가 이홍민



이홍민이 좋아하는 작가나 영감을 주는 작가는 누구인가?

그때그때 바뀐다. 구포 브라더스로 함께 작업하는 형들에게 받기도 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받기도 한다. 작가는 아니지만 최근에 <에반게리온>을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시절에는 공감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세계관과 캐릭터, 구성이 잘 짜여 졌더라. 

- 구포 브라더스, 출처: http://www.musinsa.com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딱히 그런 건 없다. 지금 작품을 하고 있고 나 자신조차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 모르겠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기대가 된다. 그래서 목표가 없는 게 좋다. 만약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업한다고 하면 그림이 달라질 거 같다.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

몇 달 남지 않은 올해 계획 정도. 그다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

 



이홍민 
http://notefolio.net/freezm1
https://www.facebook.com/leehongminGF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blog.naver.com/haen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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