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tory  /  피플

그림과 함께한 22개월의 세계일주 <365 아트로드> - 김물길

13.12.24 7


‘여행’. 참 가슴 설레게 하는 단어다. 누구든 휴식을 위해 혹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혹은 핑계)로 인해 상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여행과 그림이 좋아 22개월간 세계를 누비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365 아트로드>의 김물길 작가. 이제 막 여행을 끝내고 귀국한 그를 만나  <365 아트로드>에 대해 들어보았다.

 

 

간단한 소개

안녕하세요. 그림과 여행을 사랑하는 김물길 입니다.

 



<365 아트로드>는 어떻게 떠나게 되었나

갑자기 떠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교 신입생 때부터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 몇 번 참가하면서 무언가 깨우쳤다 랄까요?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모습이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더 많은 경험을 얻고 싶은데 단기적인 여행으로는 성에 안차서 세계일주를 계획했어요. 그때 제가 목표한 여행 자금이 약 2500만원 정도였어요. 그래서 3학년 마치고 휴학과 동시에 디자인회사 인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아르바이트, 디자인 외주 등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모두 그림과 관련된 일이라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돈이 어디서 생겨서 그렇게 여행 다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2년 반 동안 제가 열심히 일하고 모아서 간 겁니다. 하하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집에서 막내라 더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저도 고집이 있어서 일단 휴학하고 돈을 열심히 모았죠. 그러다 여행을 떠나기 5개월 전(2011년 여름)에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제가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달 동안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힘든 여행을 시작했어요. 이 정도로 힘든 여행을 다녀오면 저를 믿어주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힘들었지만 잘 다녀왔죠! 그러니까 부모님께서도 ‘이렇게 간절한 도전이라면, 가서 어떻게 돼도 너의 인생이니 알아서 선택해라.’ 라고 하시며 허락해주셨어요. 여행을 마친 지금은 값진 경험했다고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세요.
부모님뿐만 아니라 이해를 하지 못했던 몇몇 학교 선배들과 친구들도 있었죠. 휴학을 하기 직전 학년에서 결과가 잘 나와서 학교에서 평이 좋았어요. 그런데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우면 금새 잊혀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주변의 반대에 굴하지 않고 떠날 수 있었어요.



여행은 혼자떠난 것인가?

출발은 혼자 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다시 혼자 떠나고를 반복했어요. 그래서 친구도 정말 많이 생겼어요. 지금도 대부분 연락 주고받으며 잘 지내고 있구요. 제가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카우치 서핑 서비스를 이용해서 현지인 분들의 집에 묵었어요. 그러니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지인 ‘친구’와 함께 지낸 거죠.

<365 ART ROAD> 명함, 그림을 그리며 하는 여행. 손으로 걸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멕시코에서 함께 지낸 알폰소와 로드리고



여행 루트는 어떻게 정했나

텐트 등 불필요한 짐을 줄이기 위해 여름 루트로 정했어요. 계속 여름인 나라로 옮겨 다녔는데 딱히 여행하는 나라의 순서를 정한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정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아프리카에 오래 머물러서 유럽에 도착하니 겨울이더군요(웃음) 한국에 돌아오니 너무 추워요.

<Morocco sandwich>

<Mix Icecream of Leche&Dulce de leche>

- 종이부터 펜, 모래, 신문, 잡지 등 모든 재료는 여행 중에 얻은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마다가스카르! 사실 마다가스카르는 예정에 없던 여행지에요. 그런데 케냐에서 만난 이스라엘 친구가 강력히 추천해줘서 부랴부랴 마다가스카르로 떠났죠. 그런데 정말 좋았어요. 제 여행은 사람이 그 중심에 있거든요. 그래서 그곳이 좋다 안 좋다 라고 판단하는 것이 그곳에 사는, 혹은 만난 사람들이에요. 마다가스카르의 사람들은 정말 순수하고 외부 여행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이 커요. 의사소통이 불편한데도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발벗고 도와주시고.. 섬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싱싱한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았구요. 하나하나 다 말씀 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그래서 두 달 이나 머물렀어요.(웃음)

- 마다가스카르에서 레머와 작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두 가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하나는 케냐의 나이로비에서의 일이에요. 스무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깜깜한 밤에 나이로비에 도착했어요. 나이로비는 아프리카의 뉴욕이라 불릴 정도로 번화한 곳이지만 밤에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누가 봐도 여행객인 제게 어둠속에서 불량해보이는 현지 남성 몇몇이 다가오더라구요. 패닉에 빠져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저를 구해주시고 숙소 찾는 것도 함께해주셨어요. 그런데 마땅한 곳이 없어서 속태우던 참에 아주머니께서 ‘네가 괜찮다면 일단 우리 집에서 묵고 내일 다시 나와보자’라고 하셔서 저는 정말 감사한 마음에 아주머니 댁으로 함께 갔죠. 그런데 도착한 아주머니 댁은 아주 작은 양철 판자집 이었어요. 없는 살림이지만 제가 손님이라고 음식도 대접해주셨어요. 하루 밤 사이에 아이들과도 친해져서 다음날 바로 떠나지 않고 사흘을 묵었어요.

- 우연히 묵게된 아주머니 집에서 무려 사흘을 지냈다고..



듣고보니 굉장히 민폐같은데..

아주머니께서 괜찮다며 더 묵고 가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게 지냈어요.(웃음) 마다가스카르로 떠나는 여행편도 함께 알아봐주시고.. 그분을 통해 가난하다고 베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배웠죠.



블로그를 보니 타지에서 무려 양념치킨도 먹었더라

네 그게 두 번째 이야기에요. 멕시코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가족과 함께 승용차를 탄 아저씨께서 저를 태워 주셨어요. 제 여행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기특하다고 하시며 밥도 사주시고 같이 구경도 다녔어요. 칸쿤에 거주하시는 분이었는데 칸쿤에 오게 되면 꼭 찾아오라고 하셔서 나중에 진짜 그 분 댁으로 찾아가서 일주일 정도 지냈어요(웃음). 그런데 그 부부께서 정말 저를 딸처럼 아껴주셨어요. 지금도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을 때 저는 그분들을 멕시코 엄마, 아빠. 그리고 그분들은 저를 딸이라고 부르셔요. 그렇게 모든걸 베풀어주시는 분들이었어요. 친구분들과의 식사자리에도 저를 데려가실 정도로요(웃음). 그렇게 보살펴주시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그 하루하루를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족처럼 지냈어요.

- 맥시코 가족들과 함께

 

그러다 다른 곳으로 떠났을 때는 그 지역의 친척분께 연락해주셔서 그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셨어요. 연결해주신 유릭(Yurik)이라는 친척 아저씨도 얼마나 천사이신지.. 그때가 한국 날짜로 추석기간이었어요. 유릭 아저씨가 제게 뭐가 먹고 싶냐고 하셔서 무심코 양념치킨이랑 불고기를 말했는데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고, 회사 오후 업무 모두 취소하시고 집에 일찍 오셔서 요리해주셨어요. 한국에서도 양념치킨 집에서는 안 해먹잖아요.(웃음) 그렇게 좋은 분들과 인연이 닿아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 유릭 아저씨와 마티아스

- 유릭 아저씨의 깜짝 한식 선물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난 것 같아 부럽다. 여행 중에는 뭘 하며 지냈나

사실 관광은 하루 이틀이면 다 하니까, 보통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냥 일상을 같이 보내요. 관광보다 사람들이랑 노는 게 더 좋더라구요(웃음).



오랜기간 여행하다보면 향수병도 생길 법한데..

여행 기간 동안 한번도 귀국하지 않았어요. 아프리카 여행을 마칠 즈음에 향수병이 상당히 심했어요. 그때 에티오피아에서 안 좋은 일이 많았고 향수병까지 겹쳐서 너무 힘들었어요. 우울하고 아무런 의욕 없이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랬었어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드네요.. 뭐 이후에 이집트에서 좋은 분들 만나서 회복되긴 했어요.



그림은 매일 그렸나

여행을 시작하고 인도에 있을 때까지는 매일, 아프리카에서는 이틀에 한번 그리다가 유럽에서 권태기가 왔었어요. 사람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딱히 보고 느낀 게 없으니 그림을 즐길 수가 없게 되더라구요. 그때 ‘절대 억지로 그리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세웠어요. 유럽에서 그린 그림을 보면 여행에 관련 된 그림은 거의 없고 제 개인적인 생각을 그린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따로 작업’ 시리즈가 이때 나온 게 된 거에요.

따로 작업 시리즈 중 <스스로는 소리를 낼 수 없는>, <맛있는 요리>

 



오랜기간 여행을 했는데, 그림은 어떻게 보관했나

그림이 어느 정도 쌓이면 한국으로 보냈어요. 우편으로 보내는 건 믿을 수가 없어서 여행 중에 만나는 한국인 관광객 분들께 귀국하시면 공항에서 우편으로 저희 집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림들의 크기가 크지 않고 그렇게 짐이 되지 않아서인지 모두 흔쾌히 도와주셨어요. 어떤 분은 직접 저희 아버지를 만나서 전달해주시기도 했어요(웃음).

 

 

여행 중 그린 그림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있는 그림은?

딱 고르기가 어렵네요. 그래서 가장 의미가 있는 그림을 골라보라는 질문을 다른 기준을 세워 골랐어요. '내가 단 한 두장만 소장할 수 있다면 어떤걸 선택할까.' 그래서 고른 것이 갈라파고스에서 인상적이였던 파란발부비새를 그린 것, 그리고 쿠바신문으로 표현한 체 게바라에요.

<파란부비새>, <che guevara, cubahavana.>

<파란부비새>는 파란발을 바다에 담궜다 뺐다고 표현을 할까 하늘과 하나가 되게 그릴까..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나온 결과물인데,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기도 하고요. 동물과 자연을 담은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체 게바라> 작업은 재료자체가 특별해서 의미가 커요. 쿠바 아바나 신문이거든요. 쿠바신문으로 표현한 체 게바라. 그림은 정말 똑같이 그리라면 다시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이건 복제가 안되는 정말 하나밖에 없는 작업이잖아요.



365아트로드가 본인에게 남긴 것

제 자신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여행 전의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통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알게 된, 현재까지 제가 좋아하는 색은 ‘울트라마린’ 이에요! 사소한 일이지만 오랜동안 미술을 해왔던 제게는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여행이라는 것은 항상 저와 함께하는 것이라 저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제가 여행에 대해 항상 좋게 얘기하지만 사실 힘들었던 부분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렇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경험을 해보니 작은 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이 마음을 변함없이 계속 갖고 싶어요.



10년후에 자신을 상상한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저는 여행을 하면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다’ 라는 삶의 목표가 정말 커졌어요.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지만 아마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꼭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살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

내년 2월에 전시를 계획중에 있구요. 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기대해주시길.

 


김물길
http://notefolio.net/sooroway

 

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