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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알 수 없는 심리의 표현, 수아조

15.10.02 5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수아조

 

 

# 01. <일기예보(a weather forecast)>

<일기예보> 


전반적으로 수아조의 그림은 단조롭다. 그림에 사용되는 색감도 그렇고, 인물 표현도 그렇다. 

계속 그리다 보니 현재의 그림 스타일을 갖게 된 점도 있지만, 그림을 그릴 때 불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생략하려고 했다. 특히 헤어스타일이나 얼굴 등, 외적인 요소가 생략된 상태인데 덕분에 인물들의 포즈나 움직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인체 드로잉이 세밀하지 않고 울퉁불퉁 한 지방덩어리 같은 느낌이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상적인 몸매나 미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주는 분위기가 편했으면 했고, 그래서 인체표현에서 구름과 연기 같은 푹신한 이미지를 강조해서 그렸다.


자신만의 정체성이 확실한데, 어떻게 지금의 그림체를 갖게 됐나

어릴 때부터 인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보통 인물화와 달리 인물의 신체를 왜곡해서 그리거나 좀 더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설명 없는 그림’이 됐다. 그래서 사실적인 묘사보다 추상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그림 안에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감정을 상상하며 그린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의 그림체를 갖게 됐다.

 

작품 제목이 <일기예보(a weather forecast)>인 이유

연인관계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말 못할 수많은 생각’을 구름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구름이 많아지면 비가 내린다. 그리고 그림 속 한 사람은 (수많은 생각 때문에) 비가오기 직전의 상태다. 그런데 어깨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두 사람이 이미 비에 젖은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두 인물의 얼굴에는 이렇다 할 표정도 없고, 입도 없다.

평소에 답답한 상황을 마주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그림을 그린다. 말하는 행위에 지쳐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을 때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는 것이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입이 없다는 건 말이 없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서로의 언어가 불완전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림 속 두 인물의 감정은 작품을 보는 관점마다 달라질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한쪽은 서로의 관계에 지쳐있고, 다른 한쪽은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로 보이는 인물의 머리가 구름 같기도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생각의 말 풍선 같기도 하다.

말이 없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인물을 주로 상상하는 편이다. 구름을 이용해 인물이 생각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질문처럼 구름이 ‘생각의 말 풍선’이기도 하고.

 

<일기예보(a weather forecast)>를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무엇보다 그림이 단편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이 다소 우울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밝은 색채를 사용해 다양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림 속에 인물간의 관계를 최대한 보여주면서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

 

 

# 02. <Smoking>

<smoking> 

그림 속 인물이 여자가 맞나

평소 성별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신체묘사를 뚜렷이 하지 않는 편이다. 일상적인 행위는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다 겪는 일이므로 무언가를 할 때 성별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렇듯 성별을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굳이 분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Smoking>에서는 구름머리나 볼록한 가슴을 통해 여성성을 표현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쩌면 이 인물은 여자가 아닐 수도 있다.

 

여자의 머리와 담배 연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이다.


우리는 때때로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뭔가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거나 폭발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런 내적인 감정과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인물의 머리와 담배 연기가 더해져 곧 폭발하려는 화산의 연기처럼 보인다. 감정들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표정 없는 얼굴이 인물의 성향을 추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누드를 그렸지만 전혀 외설적이지 않다.

그림의 내용이 외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것 같다. 인물들은 단지 옷을 입지 않은 채 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자극적인 소재로 그림의 주제가 변질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사실 이들의 분홍빛 피부가 옷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살색을 분홍색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있나

만약 사람의 피부가 살색이므로 살색을 사용했다면 구름머리도, 푹신한 피부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뼈대가 느껴지는 인체를 그렸겠지? 애초부터 구름머리를 갖고 있는 인물은 사람이 갖고 있는 외모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

 

작품에 사용한 색의 조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색감은 내가 좋아하는 색깔 위주로 선정한다. 그렇다고 색을 무작정 선정하는 건 아니고 한정된 색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는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조화가 나올 때까지 몇 십 번은 고쳐 본다. 컴퓨터 작업이라서 그런지 색깔을 선정하는 일에 부담이 별로 없다.

 

기존에 작업했던 작품과 <smoking>작업에 차이가 있다면?

기존에 작업했던 작품들은 구도가 항상 일정했고 인물간의 거리감도 꽤 멀리 느껴졌다. 그러나 <smoking> 속 인물은 마치 사진 같은 구도를 이루고 있어 또한 그림 속 인물과 한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든다.

 

<smoking> 작업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

구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인물의 시선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표현했다.

 

 

<미소녀시리즈2>

 


<소녀감성>

<흥분>

 


텍스트와 함께 그려진 그림, 혹은 일부 그림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다.

초반에는 유령을 소재로 자주 사용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유령보다 우리 주변에 자연스레 존재하는, 때로는 친근해 보이기까지 하는 유령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령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그림에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받는 다면 그건 아무래도 현실감 없는 인물들이 갖고 있는 시선 때문이지 않을까?

<비온다>

 

초기 작에서 텍스트와 그림을 함께 나타낸 이유

텍스트가 갖고 있는 평면적인 느낌이 좋았다. 정말 단순하게도 글자의 모양들이 좋아서 자주 사용했고 수많은 글자들이 하나로 모여 또 다른 패턴을 형성하는 시각적 효과가 재미있었다. 글자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글자들이 모여서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히려 내용 없는 텍스트들은 그림의 내용을 방해하지 않고,순전히 패턴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초기 작업과 최근 작업을 비교했을 때, 인체 표현의 차이는?

초기 작업과 최근 작업에서 가장 큰 차이는 덩어리감 표현인 것 같다. 초기엔 선을 강조하여 평면적으로 인체를 표현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선을 생략하면서 부피감이 느껴지도록 인체를 표현한다.

<snowiness>

 

노트폴리오에 업로딩 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일 수록 애착을 갖는다. 그렇다고 오래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작품의 완성은 나에게 큰 변화로 다가오고, 나는 이런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 그린 그림보다는 내일 그릴 그림이 더 기대가 된다.

 

수아조

http://www.notefolio.net/suuajo
https://www.facebook.com/ssuuaaj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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