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양으로 간다, 오디너리 피플] 3. 오월 어느 날, 2011~

15.07.28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축제 <오월 어느 날(Someday Festa)>은 봄 끝자락 5월쯤, 상수역부터 당인리 발전소 앞 일대에 열리는 이른바 ‘동네 축제’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일상이 예술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썸데이 피플’이 주최/주관한다. 축제는 당인동 골목 주민들과 함께 세대 간의 융합을 추구한다. 그리고 오디너리피플은 2011년 1회부터 지금까지 행사를 위한 디자인작업을 지속해왔다.

 

 

1. 일상을 축제로

<오월 어느 날> 축제는 다 같이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통장님께 참기름 짜는 법을 배우고, 옆집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길거리에서 파전과 막걸리를 먹고 마시며 갤러리에서 인디 밴드들의 공연을 즐기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모두 같이 즐기는 이상적인 동네 축제다. 우리는 당시 <포스터 만들어드립니다>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었고, 상수역 부근에 위치한 북소사이어티의 소개로 썸데이 피플을 만나게 됐다.

축제의 기획팀이라고 할 수 있는 썸데이 피플은 의미 있는 축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여가 시간을 반납한 직장인들이었다. 그들은 시간을 쪼개 축제를 기획하고 있었다. 열정적인 사람들과의 작업은 항상 좋은 자극이 된다. 우리는 이 작업을 진행할 때, 예외적으로 썸데이 피플을 직접 찾아가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는 이를 ‘출장디자인’이라 불렀다.


- 2011년의 <오월 어느날> 축제 리플릿 

 

 


가장 먼저 작업한 결과물은 달랑 ‘리플렛' 한 장이었다. 처음 열리는 조그만 축제에 경제적 지원이라고는 ‘막걸리 50병’뿐이라 인쇄비 같은 홍보물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지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막걸리는 잘 마셨습니다.)
의지는 넘쳤지만 예산이 부족했던 첫 리플렛의 메인은 특별한 색상 없이도 골목을 상징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골목 어디서도 볼 수 있는 발전소 굴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골목에서 보이는 하늘의 실루엣을 따 그 안에 사진을 담았다. 이와 같은 연출은 자연스럽게 전봇대와 지붕의 윤곽선을 드러나게 해 골목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골목에 세세한 약도와 프로그램 일정표를 빽빽이 꾸겨 넣은 리플렛은 동일한 포맷으로 4회까지 이어졌다. 익숙한 포맷은 인쇄 직전까지 변경되는 프로그램들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었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이 리플렛을 손에 쥐고 다니며 원하는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했다.

- 2012년의 <오월 어느날> 축제 리플릿 

 



첫 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좋은 취지가 알려져 2회부터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게 됐다. 축제가 회를 거듭할수록 디자인도 풍성해졌다. 두 번째 포스터에서는 참여공간(카페, 갤러리 등)들의 약도 상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 이들이 묶이고 연결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2. 타자의 시선에서 축제의 일원으로

2012년에는 <오월 어느 날>의 가을 버전으로 동네 골목에서 열리는 운동회인 ‘와글와글 활력 운동회’가 개최됐다. 이름부터 생기가 넘쳤다. 세발자전거 계주와 폐 현수막 줄다리기 등, 굉장히 재미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운동회를 위해 기존 <오월 어느 날>과 전혀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마침, 썸데이 피플의 대표님이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셨고 우리는 예전부터 대표님의 그림을 사용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와글와글 활력 운동회’에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이때다 싶어 대표님께 그림을 요청했다. 대표님은 누구보다 골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본인이 원하는 축제의 이미지를 가장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망하셨던 것인지 귀찮으신건지 대표님은 계속 연락을 피하셨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을 스토킹해서 겨우 스케치를 받아냈다.

- 대표님... 잘 그리신다면서요...

 



언뜻 보면 성의없어 보이는 흔들린 그림 속에는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개를 산책시키는 할머니가 보였다. 퍼커션을 두드리는 뮤지션도 동네 카페에서 마주치던 낯익은 얼굴이었다. 운동회에서 이루어질 활동과 프로그램도 그림 속에 잘 설명되어 있었다. 


-2012년 <오월 어느 날> 축제 속 '와글와글 활력 운동회' 일러스트 

 

 

 

완성된 그림은 예상대로 축제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었고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가장 어려운 그림 받아내기를 성공하고 나니 그 다음 과정은 아주 손쉽게 마무리 되었다.


- 2012년의 <오월 어느 날> 와글와글 운동회 리플릿 

 

 

그림과 운동회의 성격처럼 포스터와 리플렛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졌다. 마우스로 휙휙 그어서 요소를 그려 넣었고, 무려 ‘컬러’로 인쇄를 했다. 포스터에서 리플렛까지 즐거움이 묻어나는 작업이 마무리되자, 축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점차 달라졌다.

 

2013년에는 우리 스튜디오도 축제의 거리인 당인동 골목에 자리 잡게 됐다. 축제 때 간혹 찾아오던 골목이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고, 2013년 <오월 어느 날> 축제는 우리에게도 일상 속 ‘축제’가 됐다. 일상이 축제로 탈바꿈 하는 단 3일의 시간을, 더 이상 타자가 바라보는 아름답고 소소한 골목의 모습으로만 표현할 수 없었다. 이 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음을, 그리고 그 즐거움을 알리고 싶었다.

-OP STUDIO

- 2013년의 <오월 어느날> 축제 리플릿

 


그렇게 2013년 <오월 어느 날> 축제 포스터가 완성됐다. 예전의 디자인을 과감히 무시했다. 이제는 축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디자인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축제의 일원으로서 디자인 작업 자체도 축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즐겁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를 통해 조용하던 골목을 활기를 띠고, 색을 얻는다. 사실, 적혀있는 글씨는 중요하지 않다. 읽지 않아도 축제를 느낄 수 있는 현수막과 판넬, 포스터가 골목골목을 채운다. 꽃가루가 떨어지는 포스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이 보인다. 여기, 웃고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 2013년의 <오월 어느날> 축제 리플릿

 


매 해 축제를 거치며 바뀌는 인상이 다음 작업에 반영된다. 이러한 방식이 어쩌면 축제의 아이덴티티를 흐릴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즐기기 위해 만든 축제에 디자이너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저 즐기면 되는, 그야말로 축제와 함께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 축제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화하고 또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진 결과물이 만드는 더 크고 즐거운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 축제 소식을 접하시거든 꼭 파전을 먹으러 오시기 바란다. (4년 동안 함께 해온 오월 어느날 축제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2013년 이후로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즐거운 축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Ordinary People

강진, 서정민, 이재하, 정인지, Mr.NoCount가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 피플은 다양하고 능동적인 시도,실험을 통해
보다 나은, 정확한,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한다.

ordinary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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