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양으로 간다, 오디너리 피플] 2. 꿈을 좇는 <THE BREMEN>, 2011

15.04.06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THE BREMEN>은 오디너리 피플이 자체적으로 기획, 제작, 전시한 프로젝트다. 이 전시에서 오디너리 피플은 자신들과 닮은 꼴인 ‘유토피아로 향하는 브레맨 음악대’를 이야기한다. 전시 작품은 스카프로 제작 돼 전시, 판매했다.


-BROWN BREATH WALL 전시 이미지

 

 


1. 꾸준히 움직이는 것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프로젝트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다. 포스터를 사용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 그리고 다른 매체로 확장하는 그래픽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이러한 욕구를 해결하고 오디너리 피플이 어떤 그룹인지 알리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즈음, 브랜드 '브라운 브레스'의 소속 공간 ’BBWall’에서 전시를 제안했다. 제안은 흥미로웠다. 작품은 그 동안 ‘의뢰 받는 작업’이 갖는 제약에서 벗어나 오디너리 피플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왜’ 작업 하는지 설정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만 있는’ 작업이었다.

 

 


2. 노동의 맛

‘어떻게 하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까’는 고심 끝에 <브레맨 음악대>를 컨셉으로 정했다. <브레맨 음악대>는 여러 가지로 오디너리 피플과 닮아 있었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버려졌다고 낙담하기 보다 꿈을 위해 여정을 떠난다는 점, 집에 든 강도를 그들만의 협동과 재치로 물리치는 모습이 그랬다. 마침내, 함께 음악을 하며 즐겁게 사는 브레맨 음악대 모습에서 오디너리 피플의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ko.wikipedia.org/wiki/브레멘_음악대

 



작업에 담을 이야기를 정했으니 이제 ‘어떻게 그래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는 고민을 했다. 나아가 고민은 ‘어떻게 노동의 가치를 디지털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로 이어졌다. 이는 우리가 그래픽 디자인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세대여서 갖게 된 물음이기도 했다. 당시, 오디너리 피플은 과거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장인처럼 하나하나 손수 작업하는 모습과 그렇게 제작된 작품에서 풍기는 아우라에 대한 존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을 단순히 겉 포장지처럼 바르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시대, 디지털환경’에서 어떤 방법으로 그래픽을 재해석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고민 끝에 픽셀을 찾아냈다. 픽셀로 그려진 그래픽은 디지털을 기원으로 했고, 이는 과거의 방식을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마침 이 시기에 멤버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리를 비웠다. 우리는 브레맨 음악대에 등장하는 네 마리의 동물을 각자 한 마리씩 맡았다. 

 




-<브레맨> 픽셀 그래픽 

 

 

우리는 캔버스로 90cm x 90cm 의 실크 스카프를 선택했다. 스카프는 펼쳤을 때 포스터 성격을 띄어 접근하기 좋았다. 또한, 버리지만 않는다면 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이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구겨지고 매는 방법에 따라 그래픽 형태가 변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3. 결과물과 전시

 

전시를 위해 우리는 <THE BREMEN>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아이덴티티부터 제품, 패키지, 포스터, 인쇄 홍보물, 전시 디스플레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오디너리 피플이 <브레맨 음악대>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은 네 마리의 동물이 서로의 등에 올라타 괴물이 되어 도둑을 물리치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이 장면을 차용해 'THE BREMEN'의 자소(字素)를 쌓아 올려 괴상한 실루엣을 표현했고 동물들의 머리를 세리프로 표현해 아이덴티티를 완성했다.


-<The Bremen> 포스터 

 


전시 주제는 ‘브레맨 음악대’, 전시작품은 ‘스카프’였다.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각기 다른 멤버들의 손을 거친 동물들을 한 장에 담아야 했다. 우리는 이들을 각각 한 장의 레이어로 추출해 네 장으로 겹쳐 포스터를 완성했다.

 


-<The Bremen> 패키지

 

 

 

우리는 이러한 컨셉이 모든 작업에 적용되길 바랐다. 패키지도 물론 그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홍대의 한 편집 샵에서 빈티지 소품으로 전락한 중고LP판을 발견했다. 문득, LP판이 음악대(band)라는 키워드와 나이 들었기에 저(低)평가된다는 점, 버림받은 이후 ‘변모’한다는 점에서 브레멘과 잘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몇몇 LP커버는 가운데가 뚫려있어 안에 어떤 스카프가 들어있는지 나타낼 수 있었다. 우리는 LP커버에 브레멘의 로고와 설명문을 직접 실크스크린 했다. 스카프를 보호하기 위한 LP속지도 한 장 한 장 도장을 찍어 완성했다.


-<The Bremen> 엽서

 

 


홍보를 위해 <브라운 브레스> 월에서 사용하는 판형에 맞추고, 동물들이 각각 메인이 되는 네 종류의 엽서를 제작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스카프를 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실크 스크린 틀에 스카프를 크게 펼쳐 두고, 직접 맬 수 있는 스카프를 입구 상단에 배치했다.

 

 


정면의 유리와 현관 문에 브레맨 로고와 스카프 정보, 작업 의도를 게재했다. 한쪽 벽면에는 서로 다른 LP커버로 만든 패키지를 빼곡히 붙여놓았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스카프를 넣을 수 있는 패키지 장치의 인기가 좋았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전시 포스터

 



그 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한 번 더 < THE BREMEN >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행인들은 세 개의 쇼 윈도우를 통해 오디너리 피플의 작업(스카프)을 볼 수 있었다. 스카프를 윈도우 내부에 붙인 후, 그래픽으로 출력한 액자를 둘러 연출했다. 보통, 작품은 액자 속에 넣는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스카프)은 직접 만지고 맬 수 있는 ‘제품’이었으므로 관객과 작품 사이에 유리를 두는 눈속임을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브레맨 전시에 사용한 글이다.

 

 

——————————


우리는 컴퓨터 한 대와 다섯 평 남짓한 공간만 있으면
간판 걸고 작업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디지털 환경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접하고 익힌 우리에게
태생적인 한계인 ‘노동의 아우라’와 ‘손맛’이
획일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인지, 구시대의 유물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생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그래픽 육체노동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우리는 기존의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로 옮기는 어떠한 활동에도 관심이 없다.
반대로 매우 건조하고 일률적인 디지털 작업이
우리 손에서 벗어나 구현될 때 생기는 수많은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우리는 태양으로 간다.


——————————


EXHIBITION DESIGN, BRANDING, PRODUCT DESIGN

 

 

Ordinary People

강진, 서정민, 이재하, 정인지, Mr.NoCount가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 피플은 다양하고 능동적인 시도,실험을 통해
보다 나은, 정확한,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한다.

ordinarypeople.k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