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들이 모여서 만든, 경계 없는 세상 - 일러스트레이터 윤슬기

14.01.22 0



윤슬기의 작품들을 보자마자, 추억의 오락실 게임이 생각났다. 휘황찬란한 3D 그래픽으로 중무장한 게임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가끔은 오락실에서 마구 스틱을 휘젓던 그때가 그립다. 그 무렵의 고전게임들은 플레이할 때 ‘손맛’이라는 게 있었다.

픽셀아트를 중점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윤슬기의 작품들도 그렇다. 물론 컴퓨터로 작업한 일러스트이긴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서는 작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묻어난다. 하나하나 날실과 씨실을 엮어서 만들어낸 조각보 같은 느낌. 완벽한 형태를 구현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픽셀들이 모여져 만들어진 그녀의 그림들은 세세한 디테일이 규칙적으로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평소에 무심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감정에 휩싸이기보단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픽셀아트는 제격인 일러스트 분야였다. 픽셀아트는 기나긴 작업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처음부터 잘 짜인 플랜이 구축되어야 완성할 수 있는 장르다. 포토샵에서 연필 툴을 1픽셀 크기로 설정해 그리기 시작해서, 무수한 레이어를 사용하고, 시도 때도 없이 Ctrl+s를 눌러 이미지를 저장해야 한다. 이후엔 확대 보기와 축소 보기의 무한 반복이다.

윤슬기는 작품의 내용보다는 픽셀아트라는 기법 자체에 빠져 있다고 했다. 픽셀아트를 타 장르에 접목해서 별의별 작업들을 몽땅 시도해보고 싶다고. 현재는 조각보에 픽셀 일러스트를 활용한 여러 작품을 실험 중이다. 1픽셀이 품고 있는 잠재력을 믿는 그녀는, 작은 점들이 모여서 만드는 경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작품에 마음껏 제 생각과 감정들을 펼치려고 했다면, 전 애초에 픽셀 아트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워낙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편인데다, 어떤 뒤죽박죽인 생각들도 스스로 분석하고 정리해서 심플하게 이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계획을 세워서 차례대로 꼼꼼하게 점들을 배치하는 픽셀아트의 방식이 저와 잘 맞아요. 이렇게나 작은 점들이 하나씩 모여 어떤 사물, 어떤 표정을 만들어낸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매력적이에요. 저는 픽셀 아트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픽셀아트를 응용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최대한 다 시도해보고 싶어요.”


윤슬기
http://notefolio.net/yunseulki

 

 

<소년>

 

매거진 <바앤다이닝>, 2012년 12월호 표지 일러스트

 

<The Joy of Laundry>

 

<Picnic Alone>

 

 <Evening Tea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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