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글에 디자인적 상상력을 입히다. - 그래픽디자이너 윤민구

14.07.14 0



몇 년 전부터 한글 레터링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작가가 한글 레터링 작업에 몰두했다. 이전의 로마자를 위주로 한 타이포그래피에서 벗어나 한글을 주인공으로 한 작업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글 ‘레터링’ 작업이 다양해진 것이지, 한글 ‘서체’ 작업이 다양해진 것은 아니다. 한글 서체 작업은 필요한 글자만 선별적으로 그리는 레터링과는 달리 최소 2,350자에서 최대 11,172자 이상을 그려야 하고, 그 글자들이 서로 고르게 어우러지도록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윤민구는 레터링보다도 한글 서체를 만드는 작업에 더 몰입하고 있는 젊은 작가다.

그는 지금도 작업 중인 ‘윤슬체’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데, 윤슬체는 붓으로 쓴 듯한 두꺼운 줄기와 획을 갖는 부리 계열의 글꼴이다. 현재 한글 2,350자 외 로마자, 기호활자 등을 포함하는 한 벌의 서체로 제작 중이다. 서체를 만드는 작업은 ‘나노 타이포그래피’라고도 불리는데, 그는 꾸준히 작은 부분들을 집중해서 보다 보니 남들과는 다르게 글자를 대하게 됐다고 한다. 이를테면 ‘꽃’이라는 글자를 처음 마주할 때, 그는 ‘꽃’이라는 글자 전체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초성 쌍기역의 첫 돌기부분’으로 꽃이라는 글자를 인식한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

윤민구 작가는 자신을 다소 드라이한 성품의 소유자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건 글자를 대하는 그의 냉정한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글자라는 매체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형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만 잘못 만들어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린다. 그래서 그는 타이포그래피 작업에는 늘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글에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는 윤민구는 오늘도, 철두철미하고 섬세한 세공을 걸쳐 세상을 매료시킬 근사한 글자를 직조하고 있다.

 

 

 

<윤슬체>

 

 

<으뜸>

 

<청마>

 

<김정민 및 아카이브 토크 포스터>

 

<휘영청 밝은 달>

 


“한글을 한글답게 쓸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로 말하고, 한글을 쓰는 디자이너잖아요. 당연히 디자인도 한글로 잘할 줄 알아야죠. 한글은 로마자와 다르게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어린 문자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겐 거칠고 다루기 어려운 재료에요.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도 되죠. 더 깊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공부해서 완성도 있는 한글 서체를 만들고 싶어요.”


윤민구
notefolio.net/yoonmingoo

 

Magazine PAPER

Culture magazine PAPE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