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by. 권준호

15.08.12 0

 

그동안 필진 ‘냉이’가 진행했던 북리뷰 [먹고 디자인하고 사랑하기]가 저자 권준호의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지금까지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디자인을 통해 낯선 책을 선사했던 냉이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꿈꾼다. 새로운 일터, 연인, 여행 …. 특히, 인생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는 우리에게 새로운 곳에서 일한다는 건 묘한 설렘과 로망을 일으킨다. 처음 권준호 디자이너의 책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을 접했을 때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모던한 디자인과 왕립 예술 학교 등 디자인으로 유명한 런던. 그래서 일까, 책을 펼치며 영국에서 유학 중인 디자이너의 멋진 경험과 쿨 한 작업들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의 여는 글을 한 장, 아니 미처 한 줄도 넘기기 전에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처음 머릿속에 찾아 든 생각은 ‘유학’이 아닌 ‘탈출’이었다.
- 9p,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삶이라는 단어를 곰곰이 살펴보면 그 속에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 소박한 발견이 자못 감동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의 자리를 자본이나 권력이 꿰찬 요즘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작은 힌트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하게 책 속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은 관심이 드러난다. 저자는 디자인을 통해 단순히 산업이나 자본의 수익이 아닌 사람과 삶, 그리고 사회 간에 소통을 꾀하고 싶었던 것이다. 


- Work1, How do you find living in London as s foreigner?

 

 

 

이 책에는 이런 그의 관점이 오롯이 담긴 작업들과 그것이 어떤 사유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담아내고 있다. 더불어 친절하게도 제목을 보고 디자인 이야기와 유학 생활을 떠올렸을 독자들을 위해 런던의 디자인 이야기, 디자이너 인터뷰, 그리고 디자인 학교나 유용한 장소에 대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알차게 담아내 여러 측면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전한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디자이너 권준호의 작업과 생각을 통해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문제의식을 떠올리는 데 있다.

 

 

 

나는 이방인으로서 이방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 보고 싶었다.
- 139p,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회 혹은 스스로가 만든 여러 가지 제약에 묶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41p,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자가 한국을 떠나 런던으로 건너간 일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대상에서 떨어져 제 3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의 자유로움과 불친절함 속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낀 다양한 감각은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그리고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비즈니스에 강력한 가치를 부여하는 도구’로 각광받는 시대다. 특히 단순히 시각적 효과를 넘어 문제 해결과 경험, 그리고 문제 해결 방식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데까지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디자인의 목적과 관심이 여전히 다양한 산업의 ‘수익창출’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클라이언트와 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디자이너에게 ‘뜻있고 소신 있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의실천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소규모 공동체입니다.
그래픽디자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평면 작업에만 머무르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의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 <일상의 실천> 홈페이지 about 중에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국 후, 저자가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이 보여주는 소신 있는 작업들은 디자인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롤 모델이다. 용산참사 문제를 소리와 글자의 질감으로 표현해낸 책에서 다룬 작품인 <저기 사람이 있다>와 세월호 사건의 목소리를 담은 <눈 먼 자들의 국가>,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최근에 있었던 카페 <테이크 아웃 드로잉> 사건에 대한 의식 있는 글을 통해 그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 저기, 사람이 있다 & 테이크아 웃 드로잉, 출처: http://magazine.notefolio.net/story/therearepeople_junhohttp://magazine.notefolio.net/story/everyday_04

 

 

 

몇 년 전, 환경 디자인으로 유명한 윤호섭 교수님께 메일을 드린 적이 있다. 당시 드린 질문은 벼랑끝으로 달려가는 물질 자본주의의 폭주 속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관한 물음이었다. 문득 저자인 권준호 디자이너와 <일상의 실천>이 걷고 있는 행보가 그 답장에서 말씀하신 ‘각자가 해야 할 무엇’에 해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답장 중 일부를 소개한다. 

 

 

디자이너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감당할수도 없고
왜 감당하려고 하느냐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말 할 수도 없습니다.


경제, 환경, 사회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 한 사회'를 답이라 이야기 하지만
현재의 인류의 의식과 사회구조로는 미사여구일뿐이지요.


혼란에 빠질 때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나 자신의 의식과 의식주, 삶의 실상을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무리한 요구지만 클라이언트...틀에서 벗어나는 
극적인 삶의 방향전환이 요구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각자 무엇 하나라도 해야 합니다.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 윤호섭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메일 중에서 -

 

 

 "희망없는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속에 등장하는 대사다. 윤호섭 교수님의 이야기는 우리 역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영화 속 주인공 퓨리오사가 그토록 갈망하던 녹색의 땅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그녀가 처한 현실을 변화함으로써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분명 쉽지 않은 일이며 문제의식과 필요성을 스스로 느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준호 디자이너의 철학이 오롯이 담긴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는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지한 관심의 불씨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큰 흐름과 관심으로 이어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제목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출판사 지콜론 북
글/그림 권준호 
출판일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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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디자인과 디자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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