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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붉은 노을의 뺨과 밤하늘의 털을 가진 사랑스러운 너, 파코(노혜원)

16.07.21 3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파코(노혜원)

#01. 남극의 작은왕 외  

 

남극의 작은 왕 

 

남극의 밤, 펭귄의 기도

 

다녀왔습니다

 

 

많고 많은 동물 중에서 특별히 ‘펭귄’을 그리게 된 이유가 있나.

물론, 펭귄을 소재로 잡게 된 건 ‘좋아하는 동물’이어서도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펭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에 깊게 남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되었죠. 펭귄을 좋아하는 만큼 한 마리 곁에 두고 키워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펭귄인형을 정말 많이 데리고 있어요.

 

‘펭귄’이란 소재 때문인지 모두 푸른 색을 배경으로 하지만 유난히 따듯한 느낌을 준다. 색채 표현과 색감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소재가 펭귄이기도 하고 녀석과 관련된 하늘과 별, 빙하 그리고 바다를 그리다 보니 메인 컬러를 푸른색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그래서 초반 스케치도 푸른 계열로 해요. 컬러를 입힐 때 역시 푸른 색을 사용하지만, 난색의 텍스쳐를 이용하다 보니 거기서 따듯함이 오는 것 같아요. 펭귄의 느낌은 보는 사람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달라져서 재미있어요. 여름엔 펭귄의 푸른 색 때문에 시원하다고 하시고, 겨울엔 ‘펭귄’ 자체가 따듯하다고 해 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작품구상을하고 캔버스 크기를 결정 한 뒤에 스케치와 채색, 묘사 순으로 완성해요. 다른 작가들과 크게 다를 건 없어요. 다만, 조금 독특한 점이 있다면 펭귄의 몸 안에 그리는 풍경이 스케치 단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남극의 풍경은 펭귄의 모습이 완성이 되면 그 때 즉석에서 결정해요. 그래서 작품이 완성되기 전 까지는 이 펭귄이 어떤 펭귄이 될지 저조차 알 수가 없어요.

 

동심 2015 

첫 눈에 반한 펭귄 2015 

 

친구 digital painting, 2014

 

 

특정한 하나의 펭귄이 아니고 이름이 없는 다수의 펭귄을 그리는 이유가 있나.

펭귄은 펭귄 콜로니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동물이에요. 그리고 다들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가 힘이 들죠. 그래서 펭귄도 서로를 목소리로 구분한다고 해요. 만약 제가 남극에서 펭귄을 만나면, 제가 만난 펭귄을 다음에 또 만난다 한들 이 녀석이 그 녀석인지, 오늘 새롭게 만난 녀석인지 알 길이 없어요. 같은 맥락에서 제가 그린 펭귄들 역시 다 똑같은 펭귄일 수도 있고, 전부 다른 펭귄일 수도 있죠. 그러고 보니 작년 겨울쯤, 국립 생태원에서 펭귄을 연구하는 사육사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때 ‘혹시 제일 마음 가는 펭귄이 있냐’고 여쭈어 봤더니 사육사님도 ‘저도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팔에 걸어둔 태그를 봐야 알 수 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작품 속의 펭귄에게도 태그가 없으니 모두 새로운 펭귄인 듯, 아닌 듯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봄 눈 digital painting, 2013 젠투 펭귄

 

남극의 밤 digital painting, 2013 황제펭귄

 

작업에 등장하는 펭귄의 종류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어떤 종류의 펭귄이 등장하며 각자 성격은 어떻게 다른가?

제 작품에 등장하는 펭귄은 모두 남극에 사는 펭귄이에요. 가장 많이 등장하는 펭귄은 ‘황제 펭귄’인데 제일 많이 알려졌고, 그만큼 유명한 녀석이죠. 황제 펭귄의 아기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동물이에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실제로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슬프죠. 그 외에도 제 작품에는 턱끈펭귄, 젠투 펭귄, 아델리 펭귄이 등장해요. 킹 펭귄도 그리긴 하는데 황제 펭귄과 많이 닮아서 녀석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특징을 살려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펭귄 종(種)에 따른 성격은 전해 들은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 작품에는 호기심이 많다거나 난폭하다거나, 가장 순하다는 펭귄 고유의 성격을 담아내기 보다 제가 상상하는 녀석들을 그리고 있어요. 동글동글한 눈을 가진 황제펭귄과 아델리 펭귄은 호기심을 담아, 눈 위에 꽃이 내려앉은 듯한 무늬를 가진 젠투 펭귄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느낌을 담아, 그리고 턱 아래 끈을 가진 턱끈 펭귄은 귀엽지만 의젓한 느낌을 담아 그린답니다.

 

#02. <Sunset> & <Sunrise> 외 

 

Sunset 노을빛으로 물든 가을의 아기 펭귄, digital painting, 2015

 

Sunrise  digital painting

 

<sunset>과 <sunrise>의 일몰과 해돋이 장면은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두 작품의 작업 동안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일출’과 ‘일몰’을 구상하고 작업했던 건 아니에요. 먼저 작업했던 게 <Sunrise>인데, 펭귄을 완성하고 나서 해가 떠오르는 남극의 풍경을 몸에 담았죠. 그 후, 연작으로 그린 작업이 <Sunset>이에요. 이미 <Sunrise>의 연작으로 시작한 작업이라 <Sunset> 속 펭귄에 들어갈 남극 풍경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사실, 처음에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의 밤하늘을 그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제목도 <Sunset>이 아니었죠. 그런데 아기펭귄이 어른펭귄이 되면서 녀석의 뺨 털이 붉어지는 것이 떠올라 붉은 노을 빛을 가진 펭귄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Sunset>의 아기펭귄은 곧 해가 진 뒤, 아름다운 밤하늘의 털을 가진 어른 펭귄으로 성장할 거예요. 맞아요, 이 펭귄들은 모두 같은 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특히, <sunset>에서 녹은 빙하가 인상 깊다. 그동안 노혜원이 작업한 그림을 보면 남극, 펭귄, 빙하 등, ‘자연’을 다루고 있어서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물론 환경보호에도 관심이 많아요. 아무래도 펭귄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많아졌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교과서적으로 권장되는 환경보호 운동을 100% 지키지는 못하고 있어요. 대신 ‘이것만은 꼭 지키자!’고 마음 먹은 게 ‘텀블러(개인 컵) 들고 다니기’와 ‘손수건 들고 다니기’예요.

 

 

물고기 상상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맛있는 물고기를 상상하는 아델리 펭귄,
digital painting & 캔버스 출력 , 2014

 

노트폴리오에 게재한 작품은 디지털 작업이 대부분이지만 수작업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펭귄을 작업하면서 느끼는 디지털 작업과 수작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작품을 완성하고 난 뒤,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가’에서 차이를 느껴요. 디지털 작업은 정말 편해요. 그래서 디지털로도 수작업 느낌을 낼 수 있도록 페인터까지 배웠죠. 그래서 별일 없는 한 계속해서 디지털로 작업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디지털로 작업한 그림은 어찌됐든 모니터 안에 있어서 아무리 크게 그려도 모니터 크기로밖에 볼 수가 없더라고요. 한 예로, 전시 때문에 1:1 사이즈의 펭귄 작품을 출력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처음으로 출력된 작품을 봤는데, 제작품인데도 정말 그림이 새롭더라고요. 그 때, 어떤 관객 분께서 “모니터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보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도 제 작품을 이렇게 직접 보는 게 처음이에요. 항상 모니터를 통해 봤었으니까요.”라고 답변 드린 적이 있어요. 요즘 다시 수작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꿈 속의 바다 digital painting, 2015

 


바다 위 파도의 물결, 바닷속으로 내리쬐는 빛의 산란, 수심 깊은 바다, 하늘 위의 오로라 등, 오묘한 빛 표현이 인상 깊다. 이러한 장치가 더더욱 펭귄을 반짝이게 하는 것 같다. 그만큼 노혜원의 작품에서 ‘빛’을 빼놓을 수 없는데 ‘빛’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빛은 ‘희망’과 ‘시작’을 나타내요. 제 작품 중에도 빛 표현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그림이 바로 ‘아기 황제펭귄’이 등장하는 작품이에요. 아기펭귄들의 그림에 빛을 넣어서 이제 막 시작하는 생명을 표현했죠. 동시에 빛을 이용해서 펭귄이 더 아름다우면서도 신비한 매력이 느껴지도록 표현하고 싶었어요.


노혜원의 펭귄은 유난히 잠이 많은 것 같다. 펭귄은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갈까.

아름다운 바다를 날아다니듯 헤엄치는 꿈을 꾸지 않을까요?  

반짝반짝 digital painting, 2014

 

반짝반짝 작은 펭귄2 good night digital painting, 2015



작품 속 펭귄을 실제로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하기 보다 품에 꼬옥 끌어안아보고 싶어요.


특별히 동물원을 방문하거나 펭귄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것 외에는 펭귄을 접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작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펭귄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일본에 가면 남극에서나 볼 수 있는 황제 펭귄을 실제로 볼 수 있다고 해서 신혼여행도 일본으로 다녀왔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황제펭귄이 있다는 수족관은 가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델리 펭귄, 젠투 펭귄, 바위뛰기 펭귄, 킹 펭귄을 만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펭귄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자카스 펭귄이 대부분이거든요. 그 외에는 펭귄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 본다거나 펭귄 인형, 피규어를 수집해서 자료로 활용 하는 방법으로 펭귄을 홀로 연구하고 있어요.

 

 

빅(big)펭의 빅뱅 digital painting, 2015

 

<빅펭의 빅뱅>은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집에 ‘빅펭’이라는 이름의 펭귄 인형이 있어요. 1m에 가까운 크기의 커다란 인형인데, 단순히 큰 펭귄(빅+펭귄)이라서 지은 이름이에요. 작품의 제목과 이미지 모두 인형에서 따왔죠. 직관적으로도 아시겠지만, ‘빅뱅(bigbang)’과 ‘빅펭(big)’은 서로 어감이 비슷한 단어잖아요. 그래서 ‘빅펭의 탄생이 빅뱅과 같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우주 탄생’을 그려봤어요. 그런 맥락에서 <빅펭의 빅뱅>은 펭귄을 그리는 제 세계관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럼, 앞으로 어떤 펭귄을 그리고 싶나.

지금까지 그래왔고 언제나 그렇듯 ‘행복한 펭귄’을 그리고 싶어요.

 


파코(노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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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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