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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따듯한 마음을 전하는 엽서 한 장, 기마늘

16.06.30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기마늘

#01. Tourist

            

Tourist

 

<Tourist>는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그림이에요. 처음으로 온전히 감정을 쏟았다고 해야 할까요? 보는 이에게 선 하나하나에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그리고 싶었어요. 전 가끔 생각이 필요할 때 무작정 걸어요.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덮고, 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생각을 던지며 무작정 걸어요. 그렇게 걷다 보면 나쁜 생각, 좋은 생각이 뒤엉켜요. < Tourist> 속 걷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저들은 무작정 '인생' 이라는 길을 걸으며 언젠간 찾아올 기쁨을 기다리면서 끝이 언제일지도 모르는 그 길을 계속 걷고 있어요. 저는 그들을 ‘Tourist’ 라고 부르고 싶어요. 우리 모두 인생(길)의 여행자인 것처럼요.

 

이렇듯 기마늘의 작업은 ‘그림’에서 얻는 정보보다 ‘타이틀’에 의해 얻는 정보가 더 크다. 그만큼 제목을 선정하는 일이 중요한 작업일 듯 한데, 이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나. 또, 그림 작업 후에 제목을 붙이는지, 제목을 설정하고 그림을 그리는지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본래 저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싫어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림의 스토리를 제목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아직까지도 그 고집을 버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에요. 제목은 보통 작업 후에 붙이고 있어요. 작업 전에 미리 설정해두면 제목에 맞게 작업하게 되어서 감정의 깊이가 좁아지더라고요. 제목을 정할 때는 관객에게 최대한 쉬우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도록 많은 단어를 찾아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색채는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그림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Tourist>는 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 셈인데, 작품을 특별히 흑백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유년시절을 생각해보면, 처음 그림을 배울 때 하얀 도화지에 선을 그리는 것부터 배우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작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저는 ‘인생’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무(無)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각자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무(無)색은 어두운 색으로 보일 수도 있고, 무지개 색으로도 보일 수 있겠죠. 특정한 색으로 표현하기엔 아직 우리의 인생이 색(色)을 발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온전한 시간이 지난 뒤, 관객 분들이 제 그림을 봐주셨을 때 어떤 빛으로 채워질지 많이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02. Our evening sea

            

Our evening sea

 

기마늘의 작품에는 인물과 그림자, 여백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특별히 이러한 구도와 요소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마다 ‘미니멀리즘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인물’과 ‘빛의 구도’, ‘여백’은 보는 이에게 시선을 넓혀주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특히, 인물의 경우 ‘얼굴’과 ‘표정’이 없다.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있거나 뒷모습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장치를 두는 이유가 있다면.

마치 ‘시집’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소설보다는 ‘예리한 시’같은 그림이요. 시는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소한 몇 가지 단어로 마음에 잔상을 남기죠. 저 또한 표정과 감정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얼굴대신 뒷모습이 보이도록 장치를 뒀어요.

 

 

Playing Alone

la donna e il mare 여자와 바다

 

Sandman 
- 기마늘의 작품 속 인물은 대부분 뒷모습이거나 표정이 없다

 

 

<our evening sea>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간결한 선을 통해 '우리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꾸며진 허상’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그린 그림이요. 현실 속의 우리는 하늘 한번 쳐다보기 힘겨운 ‘차가운 사람들’이지만, 실은 그림 속 붉은 노을만큼이나 '따뜻한 사람들'이니까요.

 

흑백 작업도 그렇지만, 채색 작업을 한 작품은 더더욱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전한다. 작품에 사용하는 색감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하나.

색감선정은 사실 작업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리저리 색을 맞추다 보면 이 색도 그림과 맞는 것 같고, 저 색이 더 그림과 잘 맞는 것 같은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사진과 영화를 많이 찾아보고, 그림의 분위기와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으려 해요. 특히 요즘엔 색 선정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많이 참고해요. 참, <Our evening sea>의 색감은 영화 <Her>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답니다. 개인적으로 세고 과한 색 보다는 톤 다운된 색을 좋아해요.

 

<our evening sea>의 모티브가 된 영화 <her>포스터와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장면, 출처: http://entertainmentland.ca 및 영화 캡처

 

<our evening sea>는 특히 일몰, 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 색을 통해 ‘어떤 장면’과 ‘어떤 감정’을 이끌어 내고 싶었나. 

저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해요. 많은 작품 중에서도 <미드나잇 인 파리> 속 한 장면을 꼽고 싶네요. 영화 초반에 주인공 ‘길’이 그의 약혼녀인 '이네즈'와, 그리고 친구들과 석양을 등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요, ‘예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그들 무리에 속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제 작품 또한 편안하고 수다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관람객이 석양 속에 동화되어 따뜻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이요. 그런데 질문에서 일몰의 감상이 느껴진다고 하니 제 의도가 통했나봐요 (웃음)

 

 

#03 Friendship
 

            

 Friendship

언젠가 너로 인해 

 


서로에게 다가가는 남자와 강아지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둘의 서로를 향한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데, <Friendship>의 우정 이야기는 무엇인가.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Friendship>은 이 노래를 모티브로 삼아 작업한 그림이에요. 사실 이 노래가 모티브가 된 작품이 하나 더 있는데요. 같은 제목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그림이에요. 이 작업은 강아지 사진을 찍고 있는 소녀를 그린 것인데, 언뜻 보면 강아지 앞에서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처럼 보여요. 그리고 방금 전 소개한 노래의 가사를 보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라는 가사가 있는데, 사람보다 빠른 시간을 사는 ‘반려견의 죽음’에 대한 주인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해요. 그래서 노래의 메시지가 온전히 담기면서도, 어둡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제 그림 속에서는 그 공간을 '천국'으로 표현했죠. 그리고 언젠가 ‘강아지는 천국에서도 주인을 기다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바다(천국)에서도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다, 주인이 나타나자마자 제일 먼저 반기며 달려오는 강아지를 그려봤어요. 작품 속 인물을 백발의 노인으로 표현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 그림 중에서도 가장 메시지가 많이 담긴 그림이죠.

 

그럼, 노인과 강아지에게 한 줄 대사를 넣는다면 어떤 말을 넣고 싶나.

노인 : 잘 지냈어?
강아지 : 그럼! 보고 싶었어! 내 친구들도 너를 보고 싶어해.

 

- Friendship 상세 컷, 출처: http://notefolio.net/fromsky/48470 

 

 

위아래 구분 없이 하나로 연결된 푸른 하늘과 바다 표현이 <Friendship>을 수채화 작업처럼 느껴지게 한다. 색채 작업 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현실적인 하늘색을 표현하되, 물감이 퍼지듯 은은한 하늘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바다가 마치 천국처럼 느껴지도록 일렁이는 파도에 구름처럼 몽실몽실한 느낌을 주었죠. 참, 노인의 발 밑에는 그림자가 있는데 강아지의 발 밑에는 그림자가 없어요. 관객들에게 주는 제 나름의 힌트인데 티가 났을까요?

 

마치 ‘사진 같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 대부분에서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이는 종이의 질감을 표현한 것 인가.

이 부분은 정말 솔직하게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적은 요소로 작업을 하다 보니 넓은 여백이 자칫하면 밋밋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종이의 질감을 추가하는 반칙 아닌 반칙을 범했답니다(웃음).

 


Between the line 

 

Salar de Uyuni

 

Star Wars 

 


<Between the line>, <Salar de Uyuni>, <Star Wars>를 포함한 몇몇 작품은 <our evening sea>와 같은 일러스트와 달리 ‘사진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 동안의 작업 변천사를 보면 단순 일러스트에서 점차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변화한 것처럼 보이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과거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 차이가 무엇 인가.

작업 초기에는 배경을 아예 단색으로 처리했어요. 이러한 작업의 장점은 인물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만큼 배경에서 연출되는 감정선을 표현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our evening sea>작업부터는 배경에서도 다른 감정선을 느낄 수 있도록 잔잔한 효과를 주거나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해봤어요. 사실, 전에 그렸던 작품 모두 마우스로만 그렸던 그림이에요. 일명 노가다(?) 펜툴 작업이었는데, 지금은 타블렛과 마우스로 작업하고 있답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스케치는 보통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바로바로 펜을 잡고 그리는 편이에요! 사실, 드로잉에 소질이 없는 편이라 누군가에게 스케치를 보여드리면 ‘피식’하고 웃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스케치를 끝낸 후에는 디지털 작업을 시작해요. 보통, ‘인물 선’ 작업 후에 배경 채색을 하고요. 사실, 스케치 이후부터 마무리까지 디지털 작업을 고집하고 있어요. 여기에 질감을 더해 아날로그 감성을 연출하고요.

 



기마늘 작품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방식의 결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본인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

‘엽서’같은 작품이요. 제 숨은 취미 중 하나가 엽서를 수집하는 거예요. 솔직히 요즘 젊은 층 사이에 엽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잖아요. 물론, 저처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요. 저는 제 작품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한 통의 엽서처럼, 따듯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기마늘  

http://notefolio.net/from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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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facebook.com/KHN0925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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