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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세계의 확장과 일상의 재발견을 그리다, 가울

17.02.09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울 

에펠탑의 빛, at Paris,France, Watercolor on paper

 

낯선 시선, at Addis Ababa,Ethiopia, Watercolor on paper

 

파리의 악사, at Paris,France, Watercolor on paper

 

축제의 춤, at Barcelone,Spain, Watercolor on paper

 

‘여행’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다. 특별히 ‘여행’을 작업의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나.

제게 여행은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그래서 낯선 모든 장면을 두 눈에 담고싶다는 욕심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리잡고 있었죠. 하지만 최초의 여행을 기억하려면 더듬고 또 더듬어야 해요. 몇 번의 여행을 그런 식으로 흘려 보내고 나니, 제가 가진 기억들을 온전히 간직하고 싶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했던 여행일기와 스크랩북이 지금의 여행웹툰으로 이어졌어요.

 

웹툰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이하 낭만은 원래)를 연재하고 있다. 많고 많은 콘텐츠와 기법 중에서 ‘웹툰’과 ‘수채화’를 작업매체로 선정했나

사실, 처음부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저 또한 평소 웹툰을 즐겨 보는 독자일 뿐이었죠. 물론, 언젠가 한번쯤 연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했어요. 그래서 웹툰에 도전하게 되었고, 제 손에 가장 익은 도구였기 때문에 수채화를 택하게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수채화를 선택한 나름의 이유를 찾게 되었는데,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수채화 특유의 감성이 제가 독자 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성과 잘 맞닿아있어요.


노트르담 성당, at Paris, France. Watercolor on paper


여행의 한 순간 한 순간을 기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낭만은 원래> 속 가울은 여행을 떠난 후의 일상을 한 순간 한 순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자신만의 ‘순간을 기억하는 기억법’이 있나.

우선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기간에 비례하는 두께의 노트를 마련해요. 그리고 노트 한 면에 크게 하루의 일정을 쓰고, 일정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즐거웠던 일들을 에피소드 단위로 짧게 나눠 써요. 그 외에 저만의 특별한 기억법이 있다면 감동을 받은 순간의 햇살모양과 온기, 공기의 무게, 주변의 소리, 발에 닿는 바닥의 질감 등, 시각뿐만 아니라 오감을 함께 기억하려 애를 써요. 한 동안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면서 모든 감각을 기억의 방에 차곡차곡 쌓아둔다는 느낌으로요. 

빛나는 기억, at Paris, France. Watercolor on paper

 

가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밝고 좋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밝은 색채 특유의 분위기와 몽글몽글한 ‘텍스트’ 덕분인 것 같다. 작가 본인이 생각하기에 작품 특유의 분위기는 어디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나.

아마 햇빛을 좋아해서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햇살을 참 좋아하는데, 같은 장소라도 빛의 방향과 힘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게 참 신기하고 즐거워요. 그래서 작업할 때도 빛 표현에 애쓰는 편인데, 이게 바로 ‘햇살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는 텍스트 작업도 빠질 수 없겠죠. 동화와 시를 좋아해서인지 글을 쓸 때 거친 표현은 삼가는 편이에요. 함축적인 문장과 서정적인 표현, 공감각적인 언어는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지 않나요? 이 세가지 요소를 채우려 노력하다보니 몽글몽글하단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1.우리의 컨셉은 모다??! 
일반폰트를 사용한 텍스트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카디프] 24. 꿈꾸는 바다, 카디프 베이
가울의 손글씨로 작업한 텍스트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파리] 39. 파리의 따뜻한 사람들 편 
직접 타자기를 사용해 연출한 텍스트 

 

텍스트해서 말인데, <낭만은 원래>를 감상하다 보면 텍스트 표현방식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최초에 ‘일반 폰트’를 사용했다면 그 다음은 ‘가울의 글씨체’ 그대로, 최근의 작업에서는 ‘타자기’를 이용해 연출했더라. 특별히 텍스트 표현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나.

웹툰을 보신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초기 작업물과 지금의 스타일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요.막상 작업을 해보니, 처음엔 알지 못했던 고민을 점차 하게 되었고, 조금씩 변화를 준 게 텍스트예요. 웹툰은 독자들의 피드백이 굉장히 빠른 편이거든요. 그래서 글씨가 작다거나, 흐리다는 의견을 바로바로 수렴할 수 있었죠. 초반에는 독자들의 의견을 따라 손글씨의 가독성을 다듬었는데, 이후에는 전체적인 감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수동 타자기를 사용해 작업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만, 일부 독자들은 여전히 가독성에 이견이 있더라고요. 개선해야할 요소라고 생각해요.

 

가울이 사용하는 한글타자기 

 

웹툰에 삽입할 텍스트를 일일이 타자기로 치다 보면, 작업에 소모되는 시간이 상당할 것 같다.

처음엔 많은 연습이 필요했고,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어요. 수동 타자기는 글을 쓰는 방식이 기존의 타자와는 판이하게 다르거든요. 기본적으로 글을 쓸 때 오타가 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고, 글을 다 옮긴 이후에는 스캔해서 디지털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니 작업에 소모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만약, 누군가 강제해서 이 방식을 고수했다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겠지만 스스로 즐기고 있기에 즐거울 따름이에요.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낭만은 원래>가 다른 웹툰과 구별되는 점은 ‘수작업 웹툰’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 컷 한 컷 그리기에는 타자기 작업과 마찬가지로 품이 많이 들 것 같다. 평소 작업 분량이나 소요시간은 얼마나 되나.

초반에 비해 웹툰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하나의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인 것 같아요. 평소 작업분량은 큰 그림과 작은 그림 기준으로 했을 때 큰 그림은 3~4장 정도, 작은 그림은 15장 내외로 그려요. 소요시간은 그때 그때마다 달라요. 

 

가울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동화적’이란 생각이 든다. 혹시 평소 가울이 작업하는데 영감을 준 동화책이 있나.

원래 꿈이 동화를 쓰는 작가예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제 동화를 읽는 아이들의 마음에 자그만 빛으로 남을 수 있는 동화를 그리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작업을 통해 동화적으로 발현되는 것 같아요. 영감을 준 건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과 ‘장 자끄 상페’의 그림을 꼽을 수 있어요. <프레드릭>은 어린 저를 위로하던 삶의 스승이에요.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장 자끄 상페’의 그림은 ‘작업적인 스승’이에요. 특히 그가 그림 속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무척이나 온화하고 따뜻하죠. 그 속에서 위트도 놓치지 않았고요. 저 또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어떤 기준으로 색감을 선정하나

낭만적인 분위기는 무척 주관적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풍경을 바라봐도 어떤 사람은 낭만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제 경우에는 '특히' 낭만을 느꼈던 부분에 감성을 넣으려고 노력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실제와 다르거나 왜곡되더라도 당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을 강조해요. 노을이 아름다웠다면 노을을 더 넓고 풍부하게 채운다든가, 쏟아지는 비에 젖은 나무의 색감이 아름다웠다면 다양한 초록으로 그림을 채운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요.

 

여행하는 동안 여러 나라를 방문한 만큼, 여러 도시와 다양한 풍경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특별한 ‘한 장면’을 선정하는 기준. 그리고 그런 장소를 딱 한 곳을 꼽자면 어디인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한 장면’을 선정하는 기준은 ‘강렬한 감동’이에요. 그런 감동을 받았을 때를 특별한 ‘한 장면’으로 선정하는 편이고요. 아직까지도 그 감동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사라지지않을 듯한 감동을 준 장소들이 몇 곳 있어요. 딱 한 개로 꼽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로 추려보자면 바티칸의 천지창조를 바라보았던 경이의 순간,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폭우 속에 바라보았던 폭포의 웅장함, 자전거를 따라 달리던 순천만의 갈대숲을 향해 내려오던 노을, 햇빛이 부서지던 찬란한 제주도의 바다 등, 그 외에도 무척 많아서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中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라는 명제가 맞다고 생각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종종 제목 탓에 오해를 받곤 하는 데, 그럴 위험성을 안고 정한 제목이기도 해요. 앞서 언급했다시피 낭만은 제멋대로이며 온전히 주관적인 영역이에요. 때문에 누군가 에게는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라는 명제가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히말라야 정상의 등반가에게도, 심해 속의 잠수부에게도 낭만은 있어요. 헐리우드 영화 속의 주인공에게도, 영화관 속의 우리에게도 낭만이 있고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불완전을 채우는 완전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당시 저의 여행은 적은 여행 경비때문에 빵 하나만 먹고 무작정 걸어다녀야 했지만, 그를 통해 채워지는 새로운 낭만이 있었어요. 때문에 당시의 여행이 ‘낭만은 원래 돈이 없어야 하는 거래’ 라는 말로 정의되었던 거고요. 

 

 

그래서 말인데 ‘돈이 많아서 오는 낭만’을 주제로 여행 웹툰을 그려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말 언젠가 꼭 그리고 싶어요!

 

여행을 즐기는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면 더욱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여행을 하니까 ‘꼭 해야 하는 것’은 없어요. 본인의 성향에 맞춰 여행을 즐기세요! 일정대로 움직이고, 먹고, 체험하지 않아도 여행은 많은 것을 선물해주니까요.

 

가울에게 여행이란

제게 여행이란 세상을 확장하는 모험이며, 일상의 재발견이자 낯섬의 회복이에요.

 


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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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a_wool.blog.me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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