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영원한 터전’’은 신기루, 믹스라이스의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17.02.20 0


믹스라이스, 이주에 관한 운세과자


반(反) 트럼프 시위가 거세다. 작년 전 세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인물이었던 트럼프는 그가 말했던 공약들을(생각보다 엄청)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그 중에서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정책들을 강경하게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벽을 쌓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민자들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등등 생각만으로도 위험한 이런 일들을 정말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자 KBS 뉴스에서는 고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게 된 타국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나왔다. 내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어 좋다는, 학생의 아주 평범한 인터뷰였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전개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보도되었다.

 

그러나 정작 재미있는 건 미국인들의 반응이다. 이민자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극단적인 ‘순혈주의’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똘레랑스’를 외치는 프랑스와 이민자들을 많이 수용했던 독일에서 다문화와 이민자들에 대한 선례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들 또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입장이 커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민자 차별정책이라는 트럼프의 강력한 행동을 통해 세계가 ‘다문화’에 의한 ‘혼돈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다문화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다문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뜨거운 감자가 있다. 특히 요즘에는 할랄 음식을 만드는 사업과 관련해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허용된 것을 ‘할랄’, 금지된 것을 ‘하람’이라고 한다. 그 중 음식에 대한 것 중 육류는 이슬람 심자에 의해 이슬람 방식으로 도살 - 도살 시 “하나님의 이름으로(비쓰밀라)”라고 말해야 하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카로운 칼로 목을 단번에 베어야 하며, 도살 후 머리를 아래로 하여 피를 모두 제거하는 방식에 의해서만 ‘할랄’으로서 조건이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파키스탄>

 



믹스라이스 채널 mixrice channel

 

물론, ‘할랄 식품’에 관한 아이디어가 대통령 측근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밝혀져 신뢰성이 결여된 사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할랄식품 단지를 세울 것인지 말 것인지’의 담론이 아니라 ‘다문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묻는 문제기도 하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교에 가보기만 해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 학생들이 있고 캠퍼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쉽게 우리와 섞이지 못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최근, 우연찮은 기회로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말레이시아 친구를 만났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한 가게에서 말레이시아 학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쉿’표시를 하고 “조용히 해. 여기는 너희 나라가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학교에 처음 방문했던 날, 길을 몰라 한국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만 아주머니, 길을 여쭤보려고 하는데요.”라고 운을 뗐더니 아줌마가 무턱대고 화를 냈다고 한다.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라면서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내 귀에 대고 ‘꺼져 중국인’이라고 말하던 프랑스인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던 나를 쏘아보던 프랑스 여자애나 파티에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삼삼오오 모여 손가락질하고 놀리던 프랑스인들도 생각났다. 그러나 인종차별을 경험해봤음에도,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도 해줄 수 없었다. ‘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특징, 그리고 내가 속한 한국에서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이중잣대가 어떤 지도 섣불리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한국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니 그것 때문에 한국을 싫어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티셔츠 T-Shirt, 믹스라이스


그래서 다문화는 어렵다. 우리는 대부분 다문화에 무지하다. TV는 단지 외국인 며느리와 한국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비추거나(EBS <고부열전>) 뉴스에서 명절이나 때때로 보도하는,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가 아이들 학교에서 일일 선생님을 한다는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뿐이지, ‘다문화’가 무엇인지 그 속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는 더욱 더 ‘다문화’가 될 것이다. 원래 영원히 정착할 수 있는 집은 없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이 공유와 이동욱의 집에서 살다가 짐을 싸면서 “이 곳이 나의 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 생에 집은 없나 봐.”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우리네 인생이 느껴지지 않는 가. 영원한 집과 영원한 나라, 그리고 ‘우리’라는 단어 안에 속박되는 ‘영원한 판타지’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섭고 두렵기에, 또 어렵기에, 그리고 닥쳐본 적이 없기에 같은 피부색과 같은 언어, 혹은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을 ‘우리’로 규정한다. 그것만이 영원한 표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핫케잌, 믹스라이스

서울출입국관리소 조사과 직원 여러분께 믹스라이스의 달콤한 핫케익을 드립니다.
100% 오뚜기표 핫케익가루와 100% 서울우유로 만든 핫케익입니다.
간식으로 맛있게 드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믹스라이스 드림----

제조일은 9월 21일입니다.  
유통기한은 이틀입니다.

  

믹스라이스는 다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들이다. 이들을 처음 알게 된 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작가상>展을 통해서다. 또 일전에 SBS에서 방영했던 <아트멘터리>를 통해 믹스라이스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믹스라이스는 조지은(1975)과 양철모(1977)로 구성된 듀오그룹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인 이주 노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진, 영상, 만화, 벽화, 페스티벌 기획 등 전 방위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 가려져있는 (불법)이주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나 인권 문제에 대한 피상적인 조명을 거부해왔으며,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주'의 상황들, 즉 '이주'의 흔적과 과정, 그 경로와 결과, 기억에 대한 탐구 등 다층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믹스라이스는 2006년 이후 마석가구단지의 이주민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자생적인 발언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예술가와 이주노동자가 협업하는 공장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들의 관심은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식되어는 식물들의 '이주' 과정을 추적하고,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강제 '이주'된 아시아 근대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작업으로 끊임없이 확장되며 진행 중이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展 


믹스라이스 양철모(왼쪽), 조지은(오른쪽) 작가, 출처: 아트인컬처

 

믹스라이스의 작업이 재미있고도 심오한 건, 그들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작품활동을 벌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한국 국적을 가진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들 ‘한국인’이면 적어도 이 나라 안에서는 괜찮다는 생각을 하지만, 우리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설 곳을 잃어가고 있으며 자신의 자존감 하나 지키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믹스라이스, 21세기 공장의 불빛

 

믹스라이스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이 실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부당함을 느끼는 요소를 작품 속에 녹여낸다. 그러나 아주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다. 하지만 ‘무서움’을 놀이로 승화하는 것은 실로 큰 힘을 발휘한다. 믹스라이스의 작품은 ‘다문화’에 무지한 우리에게 ‘다문화’를 인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무작정 ‘다문화’라고 어렵게 끝나는 것보다 우리 주변의, 아주 세세한 밀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임을 알린다. 또한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동시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가시화한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울림이 있다.

 


인권줄넘기(human right skipping rope) 믹스라이스 

인권줄넘기를 해보세요!

인권위원회, 출입국관리소, 거리 시위와 집회 때 이용할 수 있는 인권 줄넘기.

매우 힘들지만 즐겁답니다!

1.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권리 보호에 관한 협약
2. 친구, 애인, 혹은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다.
3. 옆에서 같이 외쳐주면 더욱 좋다.
4. 둘이서, 혹은 넷이서 같이 넘을 수 있다.
5. 단, 매우 힘이 들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의 방법은 실로 좋지 않다. 애석하게도, 그의 이러한 일 처리 방식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한다. 애초에 우리는 어디에 영원히 속할 수 없으므로, 그것을 애써 지키려고 한다면 행위 자체가 폭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더 연결될 세계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다문화’의 개념은 무엇 일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지도자 덕분에(?) 국민들의 생각이 정립되고 있다. 부디 좋은 쪽으로 방향이 흐르길 바라며, 또한 우리 역시도 ‘다문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개인에게 주어진 영원한 터전은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