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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반짝이는 당신들의 얼굴, 전포롱

17.05.02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전포롱

 

마법소녀 소녀 소오녀

 

전포롱의 그림은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마치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색채와 구도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이러한 그림체를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예전에는 색연필을 이용해 종이를 빈틈없이 채우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금세 손목에 무리가 와서, 그림을 그만 그려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죠. 하지만 그림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재료를 찾다 보니 지금의 ‘오일 파스텔’을 만났어요. 그런데 짧은 시간 동안 휘리릭 러프하게 그려내는 오일파스텔의 성격과 본래 제 성격이 잘 맞더라고요. 게다가 어릴 때 즐겁게 그림을 그렸던 추억까지 떠올라서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어요. 오일파스텔은 손목도 지키고 멘탈도 지켜주는 일석이조의 재료예요!

 

작품의 소재로 영감을 주는 것들, 보통 어떤 때 “이건 꼭 그려야 해!” 싶은지 궁금하다.

감정을 따라가요. 그런데 제게 ‘감정’이란 긍정적인 기운보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훨씬 강해서, 그런 부분이 자주 작업에 반영되더라고요. 작년에 했던 작업이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에는 ‘행복의 진동’을 더 느껴보고자 해요.

 

알로하 크리스마스 

전포롱의 작업은 화려한 색감이 눈에 띈다. 작업시 색감 선정은 어떤 기준을 통해 이뤄지나.

스케치에 앞서 색을 먼저 정하는 편이에요. 우선 메인 컬러를 정하고, 작업을 하는 동안 느껴지는 그림의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우연의 색’을 첨가하는 식이죠. 사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상상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을 떠올리며 색을 선정해요. 예를 들어 지난 번에 작업했던 그림의 연두색과 분홍색이 사랑스럽게 어울러졌다면, 그 기억을 떠올려서 이번 그림에도 대입해 보는 식으로요. 물론, 이런 방법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결국에는 많이 그려보는 수밖에 없겠죠?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의 키워드를 꼽자면

별, 달, 새벽

 

# 얼굴 일기

 

<얼굴 일기> project

 

<얼굴 일기>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하다. 프로젝트 명으로 보면, 직관적으로 <오일 파스텔 캐리커처>와 별반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두 프로젝트의 차이는 무엇인가.

<얼굴 일기>는 인상 깊었던 어떤 하루에서 시작됐어요. <오일 파스텔 캐리커처>가 즉석에서 의뢰 받은 얼굴을 효과적으로 그리는 작업이라면, <얼굴 일기>는 제가 주인공이 되어 그날의 감정을 뱉어내는 작업이에요.

 

얼굴 표현에서 특히 ‘반짝임’이 느껴진다. 전포롱이 얼굴 표현에 ‘반짝임’을 가미하는 이유와, 표현 시 가장 유의하는 부분 있다면.

모든 감정의 극단에는 눈물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의 반짝임은 곧 ‘눈물’이죠.

 

물론 눈을 커다랗게 뜬 인물도 있지만, 게슴츠레한 표정의 인물은 감정을 캐치하기가 힘들다.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 요소가 있다면.

제 그림에는 늘 ‘색감’에 가장 많은 힌트가 들어있어요.

 

# Insomnia girl


 

<Insomnia girl>의 탄생비화가 궁금하다.

불면의 새벽을 달려 그린 그림들이에요. ‘insomnia girl’은 결국 저를 나타내고, 모두 실화입니다.

 

<Insomnia girl>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경우, 피규어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작업이 아닌 여타 다른 매체의 작업물도 있나.

금속 배지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은 조그만 브로치에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별조각을 담아내는 작업도 하고 있고요.

 

피규어로 제작된 <Insomnia gir> 및 작업물  

 

그동안의 작업과는 다르게 어두운 색감을 이용한 작업이었는데, 특유의 ‘전포롱 다운 반짝임’을 잃지 않은 작업이었다. 작업 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꾸미지 않은 ‘솔직한 새벽의 시간’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잡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단했기 때문에 실은 어두운 색감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어요.


전반적인 작업과정 및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불면의 시간 동안 부정적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와 단기간에 작업을 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이 시리즈의 그림을 볼 때면 작년의 5-6월이 떠올라 힘들어요. 말 그대로 엉엉 울며 그리던 그림들이기 때문이죠.

 

# 오일 파스텔 캐리커처

 

<오일 파스텔 캐리커처> project

 

특별히 해당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킬링타임 용으로 시작했던 지인들을 그린 낙서가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어요. 실제 작업에서는 주재료인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인물을 그려요. 색에는 제한을 둬서 4가지 색상만 이용하기 때문에 좀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와요.

 

인물의 특징을 주로 어떤 요소에서 어떻게 잡아내는지 궁금하다.

눈매와 그날 입은 옷을 유심히 관찰해요. 목소리에서 분위기를 캐치 할 때도 있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의뢰인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

장난 삼아 그리곤 했던 작업실 메이트가 어느새 애인이 되더니 점점 미화되고 있어요(하하). 아마도 제가 가장 많이 작업한 의뢰인이 아닐까 싶어요.

 

기억에 남는 의뢰인, @토마쓰 리

 
완성된 그림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캐리커처를 작업하는 동안 의뢰인 분께서는 저와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으셔야 해요. 그래서 그림을 볼 겨를도 없으실 텐데, 완성된 그림을 보고 나면 항상 수줍고도 기쁜 표정을 지어주셔요.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저 또한 기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한 명 한 명 더 그려나갈 이유가 생겨요.


<오일 파스텔 캐리커쳐> 외의 구상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크게 구상 중인 프로젝트는, 애인이자 작업 동료인 토마쓰리 작가와 작업실 겸 재미있는 일을 꾸밀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는 거예요. 둘다 마음만 앞서서 ‘호테루 라브’라고 이름부터 먼저 지어놨네요(하하).


전포롱

http://notefolio.net/jooyo89
http://instagram.com/jeon_polong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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