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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원한 것은 없다. 역동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 이세훈

14.01.07 0



디자이너 이세훈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삶의 짧은 순간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역동성은 그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순간적인 역동성을 표현하기 길게는 한 달 동안이나 PVC 비닐에 열을 가해가며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가구라고 바라보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디자이너 이세훈. 그가 표현하는 '역동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역동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이세훈입니다.


- 디자이너 이세훈의 작업들

 

실내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가구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저는 ‘가구 디자이너’보다는 그냥 ‘디자이너’이고 싶어요. 현재 가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고 그 중 가구 비슷한 것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 처음부터 ‘나는 가구를 만들어야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전공을 배우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 내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제화 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실내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주로 3d가 중심이 된 표현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간을 만들 기회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가구는 내 아이디어나 정체성을 실제화 해서 표현이 가능한 수단이었기에 이런 작업들을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구 디자인의 매력

같은 얼굴에 화장법만 바꾸면 또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가구는 같은 공간을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그러한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는 어떤 가구를 사용하나

미니멀한 스타일의 가구들이 많아요. 기능적으로 접근한 디자인보다는 스타일리쉬한 가구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직접 디자인한 <Squaring> 책장도 벽에 걸어 사용 중입니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Squaring> 책장



디자이너 이세훈의 포트폴리오에서 대표작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Anitya chair가 아닐까 싶다. 언뜻 보기에도 평범한 디자인은 아닌 것 같은데, 자세한 제작과정을 말해 줄 수 있나

완성된 모습을 예상하지 않고 PVC 비닐에 열을 가해 만드는데, 작업할 때는 항상 비디오 촬영을 해요. 완성된 오브제도 중요하지만 오브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죠. 작업 중간 중간에 비디오를 보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한 뒤 다음 작업 방향을 결정해가면서 최종 완성을 하게 되는데 따로 정해놓은 완성의 틀은 없습니다. 작품을 그때그때 느낌에 의해 빚어나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보통 집중하다 보면 한번 작업하는데 서너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해 꽤나 고된 작업이에요. 제작기간이 긴 작품들은 완성하기까지 약 한달 정도 걸립니다.

<Anitya Chair>

 


꽤나 위험이 따르는 작업 같은데 PVC(비닐) 소재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

<Anitya>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순간적인 역동성이에요. 우리들은 영원을 이야기하고 불변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영원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영원보다는 이 짧은 순간들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소재도 일회성이 짙은 비닐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비닐의 외부의 힘(열)에 의해 꿈틀대는 역동적인 순간을 작품 안에 담아 내려 하였습니다.그 역동적인 움직임은 다른 움직임에 의해 펴지거나 구겨지면서 매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 PVC비닐에 열을 가하는 모습

 


그런데 가구라는 것은 실사용자들이 쓰고 싶게끔 어필해야 하지 않나. 언뜻 보기에는 착안감이 어떨지 예상하기 어려운데, 실제 가구로써의 실용성은 어느 정도인지

기능만으로 접근한다면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기는 조금 힘들겠죠. 굳이 착안감이나 활용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능성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하이힐보다는 런닝화가 발에 더 기능적이지만, 여자들이 하이힐을 포기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보기보다 제법 편안합니다.(웃음)



Anitya는 ‘무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품과의 연관성은?

앞서 말했듯이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보았고, 작품을 통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마 작품의 메테리얼을 보고 있으면 조금씩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느낌을 받게 될 거에요.

 

Anitya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오브제를 만들어왔는데, 앞으로도 이어서 제작할 계획이 있나

현재까지 만든 것들 중에서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은 아직까지 없었어요. 제작과정을 찍고 다시 모니터 할 때 보면 완성되기 전보다 만드는 중간에 알 수 없는 형태들을 발견했을 때 오히려 더 끌리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형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Anitya Mirror>, <Anitya Stool>

  

 

작품을 제작할 때 완성된 모습을 미리 계획하고 제작하는 편인가?

기본적인 틀은 3D로 미리 만들어 놓고 시작하긴 하지만 맨 처음의 계획대로 완성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디테일적인 요소들도 대부분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작업들이 정해진 틀에 목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본능적인 감각인가 혹은 의도된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저는 완성된 모습을 미리 결론짓지 않아요. 사전 작업은 그저 대강의 밑그림만 그릴 뿐, 나머지는 실제로 만들어 봐야 그때 그때 적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거든요. 이 때 내리는 판단들은 작품에 정형화된 틀을 넣지 않겠다는 제 의도와 연관이 깊어요. 또 앞으로는 완성 그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구요. 최근에 제 포트폴리오를 쭉 살펴봤는데, 어떤 것은 작업을 끝까지 해버리지 말고 중간에 멈춰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도적으로 미완의 상태로 남겨두어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싶기 때문이죠.

 


또 대부분의 작품들이 ‘검은색’을 기조로 만들어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맨 처음 Anitya 체어를 만들었을 때 주변에서 컬러가 들어가면 좋지 않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도는 해 보았는데, 결과물이 영 맘에 안 들어 중간에 폐기처분 해버렸어요. 막상 색을 넣어보니 정형화된 이미지가 연상이 되더라구요. 이를 테면, 레드는 정열, 화이트는 깨끗함, 순수 같은 그 색깔만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이미 있는 이미지를 덧대어 보기보다는 그저 작품이 있는 그대로, 그리고 완전히 자유로운 시각으로 이해되길 바래요. 그런 의미에서 블랙은 모든 색의 합이기도 하고, PVC 비닐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쌓여 나온 컬러도 블랙이기에 본래의 성질 그대로를 살린 색을 쓴 셈이죠.

- 디자이너 이세훈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몇 개월 전부터 남양주에서 부모님의 노후생활을 위한 집을 짓고 있어요. 건축 설계를 제외한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대부분을 총괄하고 있는데, 손에 페인트가 지워질 날이 없네요. (웃음) 또 요즘 신발에 관심이 많아 제가 신을 가죽 샌들을 제작 중이에요. 잘 만들어서 상품화까지 되었으면 합니다.

- 실내/외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여 짓고 있는 부모님의 집


아들이 집을 지어준다니 부모님께서 매우 뿌듯해하시겠다.

믿고 맡기신 건 사실인데, 제가 하는 바람에 공사일 하시는 분들이 불만이 많아요. 디테일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건 하나라도 그냥 못 넘어가니까. 이를테면 정말 미세한 틈 이나 높이 같은 것? 그런 걸 일일이 말해서 고치고 하다 보면 그분들 입에서 ‘사장님, 아드님하고 작업 못하겠어요’ 소리가 절로 나오죠. (웃음) 그리고 공사 초기에는 아버지와 취향 차이로 이런 저런 트러블도 많았는데(나는 미니멀함, 아버지는 온리 클래식!) 지금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고 열심히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한번은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내 디자인으로 채우고, 현장에서 직접 땀 흘려가며 완성하는 것. 첫 작업이 다름 아닌 내 집이라 오히려 힘든 부분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이 배웠어요. 스스로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죠.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이세훈에게 역동성이 가지는 의미란?

저에게 역동성은 생기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제되어있는 가구에게 주는 생기.

 


이세훈
http://leesehoon.com
http://notefolio.net/leec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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