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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내 손으로 느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가 준 선물 Ⅱ

14.03.13 3
 
[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6화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가 준 선물 Ⅱ

 


- 마다가스카르의 아이들

 

- 그림선물

 

 

‘Pousse Pousse’
- Antirabe, madagascar


여행에 있어 ‘그 여행이 힘들다, 힘들지 않다’ 하는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그 나라의 교통수단일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마다가스카르는 여행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장거리 이동에도 ‘택시브루스’라고 불리는 작은 봉고차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 몇 시간을 내리 달려 이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하루’를 잡아야 했다. 운이 안 좋아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에 앉아서 갈 때면, 엔진의 열 때문에 엉덩이가 뜨거워 옷을 몇 겹을 깔고 앉으며 땀을 흘려야 했고, 일찍 자리를 잡아 좋아 보이는 자리를 골라 탔다 해도, 결국 꽉꽉 채워 받는 손님맞이 때문에 몸에 바짝 힘을 주고 버텨야 하기 일쑤였다.

안타나나리보에서 4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안치라베는 나의 마다가스카르 여행 두 번째 도시였다.

봉고차를 타고 안치라베에 도착했다.
“릭샤릭샤, 부시릭샤!”
여기저기서 릭샤꾼들이 달라붙는다.

‘Pousse Pousse’라고 불리는 마다가스카르 릭샤는 오토바이도 아니고 자전거도 아니다. 사람이 직접 발로 뛰어 끄는 이동수단이다. 옛날 우리나라에 있던 인력거와 비슷하다.

 

No.128
Pousse Pousse
Antirabe, Madagascar

무거운 내 배낭과 나를 태우고 끌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커서 처음에는 잘 타지 않았는데, 내가 타줘야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뒤부터 나는 자주 부시릭샤를 이용했다.

사실 마다가스카르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대학을 졸업해도 릭샤꾼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나를 끌고 가는 이 릭샤꾼도 대학까지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이렇게 몸으로 하는 힘든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안쓰러움이 들었다.

그림에서처럼 릭샤에 걸터앉아 멍하니 손님을 기다리는 아저씨.
문득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 김첨지가 떠올랐다.

 

- 부샤릭샤

 

 

‘조금은 어렵고 힘든 Africa의 현실을 색으로 변화주길 바래!’
- Antirabe, madagascar

 

"Where are you from?"

안치라베의 시내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내 시야에 나타난 한 동양 여자 분이 나에게 묻는다.
알고 보니 그 분도 한국인이시고, 여기서 1년 째 천주교 선교를 하고 계신 분이셨다.

성함은 '이 현주', 세례명은 ‘펠라(Perla)’.

한국 사람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셨는지,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듣고 너무 반가워하신다. 나 또한 첫째로 한국인이라서 반가웠고, 둘째로는 특히 한국인을 만나기 힘든 마다가스카르에서 한국 분을 만나니 더 반가웠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데까지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 점심식사에 초대받다.

그 분은 나를 집까지 초대해 주셨다. 그리고 점심식사도 만들어 주셨다. 펠라는 여기 안치라베에서 지내시면서 천주교 활동과 함께 작은 사업(?)같은 것을 하고 계셨는데, 바로 집에서 직접 딸기잼을 만들어 파는 일이었다.

예쁜 유리 잼 통에 집에서 정성껏 만든 잼을 담아 스티커를 붙여서 현지 동네 주민들에게 파는 일이었다. 펠라는 나에게 그 귀한 딸기 잼 한 병을 선물로 주셨다. 정성만큼이나 그 잼은 정말 맛있었다. 그 후, 그 잼 한통이 남은 나의 마다가스카르 여행의 주요 식량 아이템으로 꽃을 피웠다는 사실을 그 분에게 전하고 싶지만 전할 길이 없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함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안치라베를 잘 알고 있는 펠라는 나를 위해 나름 일일 가이드가 되어 주셨다. 시내 이곳저곳을 산책하듯 함께 돌아다니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정말 많이 대화를 했다.

펠라는 사랑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많이 해주었다.
그것은 종교를 떠나서 사람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였다.

여행을 떠나온 지 5개월째, 나는 그 5개월 동안 얼마나 나누고, 얼마나 사랑했을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 간의 이기적이었고 자만했었던 나의 모습들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갔다. 여행을 떠나며 나는 이 여정이 나뿐만이 아니라 남도 함께 행복 지길 바랬었다. 그리고 아직은 한참 부족한 나의 모습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그 때의 마음을 되 세기며 다 잡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안치라베를 떠나고 다시 안치라베를 찾아 돌아왔을 때에도 어김없이 처음처럼 환영해 주셨다.
안치라베를 떠나는 날, 펠라가 내가 묵는 숙소에 맡기고 간 편지를 숙소주인 아주머니를 통해 전해 받았다. 내가 아침 일찍 다른 도시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쁘게 접혀진 편지 한 장.

작은 편지였지만 굉장히 깊은 편지였다. 그 어찌 감동스럽던지. 잠시 지쳐있던 나에게 강한 에너지를 주었다.

 

- 편지사진

나는 그녀의 편지를 깊이 새겼다.

‘꼭 좋은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너의 소질과 재능으로 조금 어렵고 힘든 아프리카의 현실을 색으로 변화주길 바래!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Perla’

 

 

‘무지개를 담은 아이’
- Antirabe, madagascar

 

No.130
무지개를 담은 아이
Morondava, Madagascar

길 위에서 만난 어린 소녀는 인상 찌푸린 얼굴로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무거운 바구니를 이고 간다. 스치듯 지나간 그 소녀의 모습이 내내 잊혀 지지가 않는다.

‘네가 든 그 무거운 바구니에 무거운 삶의 짐이 아닌, 무지개를 선물해주고 싶어.’

현실에서 불가능 한 일이더라도 내 그림에서 그 한계는 없다. 하지만 내 종이에서 그려진들 그것이 현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내 그림이 사람들과 소통되어질 때 그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길 위에 있다.

 

 

‘하나’
- Antirabe, madagascar

 

No.131
A woman with baby
Morondava, Madagascar

머리엔 커다란 보따리 짐 하나.

한 손엔 무거운 감자꾸러미 하나

그리고 등에는 가득 찬 행복 하나.

 

 

‘우 닭, 좌 오리’
- Antirabe, madagascar

 

No.138
Saturday market-2
Antsirabe, Madagascar

우 닭 좌 오리

아주머니는 오늘도 양어깨가 든든하다.

 

 

‘163km 기차여행’
- Manakara, Madagascar

 

No.141
Manakara, Madagascar

이른 아침 7시.

피아나란추아에서 마나카라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8시에 출발한다는 기차는 9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무라무라(말라가시어로 '천천히 천천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많이 하게 된 말이다. 항상 정시에 출발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대도시의 삶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무라무라.

어제 기차표를 예약하면서 친구가 된 독일인 부부 알렉스와 팀,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벤자민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Finarantsoa에서 Manakara까지는 163km이다. 절대 멀지 않은 거리인데, 가장 걱정인 것은 굉장히 낡고 오래돼 보이는 기차의 상태였다. 이 기차가 잘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시작된 기차여행.

덜컹덜컹 이 늙은 기차는 뛰어가도 따라갈 수 있을 만한 속도로 달린다. 더군다나 달리는 중간 중간 잦은 고장 때문에 기차는 자주 정차했다. 택시브루스를 타고 가면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는데, 과연 이 기차는 얼마나 걸릴까.

 

Manakara train

 

- 기차역의 아이들

창밖으로 펼쳐지는 짙푸른 자연풍경이 가다 섰다를 반복하는 기차에서 우리를 달래 주었다.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그 산골 깊이 사는 현지인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바구니에 담아와서 창문 너머로 장사를 했다. 기름에 튀긴 세모 모양의 사모사라는 이름의 음식, 해물 튀김, 과일 등 다양한 군것질거리들이 무료한 기차여행에 작은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아직 일하기엔 너무 어려보이는 아이들에서부터, 임신한 여자, 장애가 있는 사람, 아기를 업은 아낙네까지 그들은 그것을 생계 수단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 같았다.

 

No.142
Manakara, Madagascar

기차에서 잠시 내렸다. 아기를 업은 아줌마가 뒤꿈치를 한껏 세우고 바구니를 번쩍 들어 사모사를 파는 모습과 만났다.

기차 안에서 나는 그들이 만든 먹음직스러운 음식만 보았다. 그리고 기차 밖에서 그들의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저 힘겨운 '뒤꿈치'를 보았다.

기차는 출발한 지 11시간 뒤, 밤 8시가 되어서야 Manakara에 도착했다.

 

 

‘해변에서의 축구’
- Toliara, Madagascar

 

No.144
Football on the beach
Toliara, Madagascar

마다가스카르 남서쪽에 위치한 톨리아라 해변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주말이 끼는 바람에 할 일이 딱히 없어서 해변을 따라 계속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해변에서 공을 차는 동네 젊은이들을 보았다. 신고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기만 한 허름한 고무 슬리퍼는 다 벗어두고, 맨발로 모래를 튀기며 그들은 정말로 열심히 공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잘 보이는 명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스케치를 했다. 스케치북을 펴고 그림을 그리는 나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축구하는 모습을 그리는 동양 여자에게 사람들이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축구에 빠져 손을 움직이고, 다른 이들은 나의 그림이 신기해 눈을 움직인다.


파스텔 톤으로 바다가 펼쳐진 배경에서
햇빛을 받아 더 반짝이는 그들의 진한 피부!
관중들의 환호소리 대신 파도소리를 배경삼아
뜨겁게 달궈진 모래보다 더 뜨거운 다리로
바닷바람보다 더 강한 열정으로
파도보다 더 시원하게 터지는 그들의 찐한 젊음!

 

아직 끝나지 않은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다음 편에도 계속됩니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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