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을 것, Wayne Thiebaud

19.06.19 0

Wayne Thiebaud, “Untitled (Three Ice Creams)” (1964)

좋은 그림과 좋은 문학, 좋은 작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삶에 동기를 부여한다. 그런 맥락에서 사람마다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좋은 작품을 접하는 것이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작가와 나 사이에서 작품을 매개로 같은 감정을 발견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작업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기쁜 일이다.

1920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성장하였다. 1941년 새크라멘토주립대학을 졸업하였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만화가와 광고디자이너,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만화영화 제작자로 생업을 해결하였다. 이러한 경력은 이미지를 압축시키고 빈 공간에 선으로 그린 간결한 형태만이 돋보이는 그의 작업의 배경이 되었다.

Wayne Thiebaud, “Pies,” 1961. Private collection.

 

Banana Hand 1977

Two Paint Cans (1987), Wayne Thiebaud. Courtesy White Cube; © Wayne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흔히 ‘지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게, 원대하고 큰 에너지로 목표하는 일에 착수해서 초반부터 모든 힘을 쏟아 붓고 번 아웃(burn-out) 되는 것보다 지치지 않는 ‘꾸준함’이 최종적인 일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팝 아티스트 웨인 티보(Wayne Thiebaud)는 90대의 나이에도 매일 그림을 그리며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삶의 태도를 본받을 만도, 그림에서 느껴지는 서정적인 풍경에서 위안을 얻을 만도 하다.

 

Wayne Thiebaud

 

무엇보다 그의 작업이 흥미로운 건, 팝 아티스트로 알려진 그가 자신의 그림에 대해 취한 입장과 작업과정 때문인데, 대다수의 팝아트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미국의 소비사회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면 그는 자신의 작업에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말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작업’의 느낌을 최대한 지양하고자 했던 당대 팝 아티스트와 달리, 티보는 붓 터치가 돋보이는 정통 유화방식을 차용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내 관심은 오직 미술의 형식적인 문제에 있다. 제발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티보는 케이크와 파이 등 음식그림 외에 인물화와 풍경화도 그렸다. 그의 인물화는 옅은 색으로 칠해진 빈 공간에 무표정한 인물들이 강렬한 측광을 받으며 마치 물건처럼 그려져 있다. 함께 있는 인물들조차 각각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이 작품들은 고독과 소외감에 젖은 현대인의 모습이 건조하게 표현돼 티보의 행복한 음식그림과 크게 대비를 이룬다. 1970년대 이후에는 그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일대의 도시풍경을 주로 그렸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전원풍경을 통해 삶의 심상을 담아내고 있다.

 

Wayne Thiebaud, Flatland River, 1997

 

Cityscapes


Toy Counter (from Seven Still Lives and a Rabbit), 1970

 

그의 그림에는 케이크와 립스틱, 옷걸이에 걸린 원피스 등,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물건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이기에 이질적인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이러한 티보의 스타일은 그가 당대의 미국적 리얼리즘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게 했다. 무엇보다 입체적인 그의 사물들은 빛의 따사로움과 질감을 반영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인 안정과 서정적인 감상을 준다. 동시에 놀랍게도 100세가 다되어가는 그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작업을 한다는 데서 ‘지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웨인 티보가 하는 최종적인 일의 성패를 가늠하자면 ‘꾸준함’에서 그의 작업은 성공적일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의 그의 작업을 기대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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