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마약

19.07.10 0

요즘 들어 사회문화면을 가득 채우는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혐의를 보면 ‘예술가=마약’이라는 오명의 공식이 떠오르는 듯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LSD 투약 전후의 그림들은 어쩐지 마약투약 혐의가 정당성을 부여하는 느낌인 동시에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경험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적인 감상들은 사람들의 입에 다양한 담론으로 거론되며 ‘정의(justice)’를 정의하는 이슈로 이어지기도 한다.

 

LSD 복용 45분, 1시간  45분후 


LSD 복용 2시간 15분, 3시간 30분후 

LSD 복용 4시간 45분, 6시간 후 

LSD 복용 6시간 45분 후

 

LSD 복용 8시간 45분, 9시간 후

 

그림은 웹상에서 흔히 알려진 LSD 복용 후 자화상의 변화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던 마약 복용 전의 자화상은 LSD 복용 후 시간이 흐를수록 추상적이고 대범해진다. 특히 이때부터 그림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마약의 효과가 더해질수록 그림 안에 내재하던 요소들이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치 한 곳에 몰려있던 에너지가 폭발하는 느낌이다. 이와 동시에 그림 속의 색채는 두려움을 산출하는 듯한 화려함을 내뿜는다.

 


LSD 투약실험

 

LSD를 복용한 후의 작업한 그림들을 살펴보면, 화려한 색감과 무늬가 공통적인 특징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다소 기하학적인 무늬의 패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LSD를 직접 복용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쉽게 경험해볼 수 없다'는 특수성을 반영하여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LSD화 그림은 마치 어렸을 적 즐겨했던 매직아이처럼 선명하고 뚜렷하며 헷갈리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 그림에는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적인 패턴’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알렉스 그레이

본연의 상태일 때는 쉬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손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약은 문화/예술계 인사에게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게, 각종 문화계 인사들이 마약투약의 정당성을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서술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렇다면 투약 후에 얻어진 작업들은 과연 예술로써 본연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한 맥락에서 LSD 투약 후 작품은 일반인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경험하고 서술한 방법의 일종이기에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능력에 반칙을 가한 일이므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이렇듯 우리는 '나름의 정당성'을 빌미로 행해지는 작업들에 대해 정의를 내려볼만 하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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