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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국립한글박물관 <디자인: 형태의 전환>展

19.09.26 0

 

2019년 9월 9일부터 2020년 2월 2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글의 조형적 요소와 심미적 측면을 반추하는 <한글 디자인: 형태의 전환>展을 개최한다. 한글은 세종의 철학과 예술성이 반영된 문자로 조형적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오늘날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한글의 특징에 주목하여 디자인적 관점에서 한글을 재해석하여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 한글의 가치를 조명한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가장 먼저 접시와 컵으로 보이는 도예 작품이 눈에 띈다. 이는 과거 핸드폰 자판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천, 지, 인을 형상화한 작품 <천지인>이다. 천, 지, 인은 하늘, 땅, 사람의 모양을 본떠 만든 한글의 기본 모음 글자다. 이는 불의 조화(천), 흙의 물성(지), 인간의 상상력(인)의 결합체인 도장 ㅖ술의 기본 구성과 일치한다. 또한 한글의 실사구시 철학은 도자공예가 쓰임을 중시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작품은 '천'을 상징하는 원형백자 접시, '지'를 상징하는 사각백자도판 '인'을 상징하는 원형백자화병을 제작하고, 기물 표면에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자음과 모음을 디자인하고 조각해 불의 소성으로 제작한 결과물이다.

 

 

맞은 편 벽에는 디자이너가 서술하는 한글의 우수성과 심미적 요소에 대한 다큐가 상영된다. 단순히 언어를 소통하는 문자 이상의 의미로 한글을 창시한 세종이 '디자인'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영상이다. 영상 또한 한글의 과학적인 원리와 디자인적 요소에 대해 직관적으로 서술하는 프레임으로 구성되어있어 누구나 쉽게 그 우수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시장에는 패브릭 소재의 한글 표현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화려한 무늬의 보자기와 의복으로 보이는 해당 작품은 말 그대로 <패션>을 의미한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 기본 8자를 기초로 다양한 글자가 만들어지고 11,172자까지 확장되는 유연성을 가진 문자다. 한글의 이러한 유연성은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패션 디자인과 맞닿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글의 유연성과 모듈적 결합방식을 패션에 적용하는 실험을 비롯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 중 하나인 <덕온공주의 결혼식>은 조선의 제23대 왕 순조와 순원왕후의 막내딸의 혼인식을 재현했다. 당시 덕온공주가 입었던 원삼, 당의, 누비저고리 등에서 영감을 받아 공주의 화려한 의복과 남성복의 매치를 시도했다. 여기에 덕온공주의 글씨를 적용하여 한글의 미적 감각을 표현한다. 그래피티가 엿보이는 아래 작품은 한글로도 충분히 멋진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다. 길거리에 지저분하게 낙서된 그래피티는 오늘날에서야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흔한 말이지만 어려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옷 안에 담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소재로 혼합배치에서 한글 그래픽이 한글에 어우러지게 하고, 일상복에서도 표현이 가능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익숙한 한글을 낯설게 보려는 시도는 전시장 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현된다. 문자는 다음세대로 전이되는 것이 아닌 '생성, 성장, 소멸 또는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진화한다. 이러한 한글이 디지털과 만나 생기는 현상을 통해 한글을 낯설게 보는 프로젝트다. 그런 맥락에서 <한글 낯설게 보기> 프로젝트는 한글의 순환적 질서와 가변적 형태를 통해 수학적인 제자 원리와 규칙성을 끌어내고자 한다. 단순한 그래픽처럼 보이는 작업은 기본자 8개(자음 5개, 모음 3개)라는 기존의 한글 규칙에서 벗어나 자소간의 형태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2개의 기본자(ㄱ,ㅇ)으로 구서오딘 한글 구조를 만들었다. 이로써 한글이 정지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문자임을 나타낸 것이다.

 

한 쪽 벽면을 차지한 그래픽 및 조형작품은 <한글 프레임 워크>다. 이는 자음과 모음의 무한한 조합으로 쓸 수 있는 한글의 구조의 특성을 입체적 조형물로 해석한 작품이다. 모아쓰기로 구성된 한글 위에 보이지 않는사각형 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물품으로 이뤄진 육면의 블록을 제시했다. 작가는 한글희 형태적 특징인 초성, 중성, 종성에 물질적 제한을 두어 해체/조합에 자유와 규칙을 적용했다.

 

 

제법 흥미로운 작품은 전시장 중간에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자음과 모음의 거실>이다. 해당 작품은 훈민정음 28자의 형태를 가구의 기본적인 구조로 사용했다. 한글의 형태를 의자와 탁자, 옷걸이 등의 가구로 해석하여 가까이에 두고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한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전시장에 방문한 관람객이 이를 쉽게 만질 수 있고, 사용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역할이 관람객과 융화되는 느낌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한글 디자인 : 형태의 전환>展은 전시의 제목만큼이나 한글이 디자인에 제시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디자인'의 범주 또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을 해석한 작업을 감상할 수 있고, 개개인 각자가 해석하는 한글의 우수성 역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조만간 맞이할 한글날을 기념하여 문자 이사의 디자이너로서의 한글 해석이 '어떤 형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봐도 좋을 것이다.




전시명 <한글 디자인: 형태의 전환>展  
전시기간 2019년 9월 9일 – 2020년 2월 2일
관람시간 AM 9:00 - PM 6:00 (*토요일은 PM 9:00까지 운영)  
관람료 무료
장소 국립한글박물관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문의 국립한글박물관 / 02-2124-6200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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