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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내 손으로 느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가 준 선물 Ⅲ

14.03.27 2
[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7화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가 준 선물 Ⅲ

 

‘여행이 부리는 마술’
- Toliara, Madagascar

 

No.145
Guitar boy, Toliara, Madagascar

마다가스카르에 더 오래 있고 싶어 한 달 더 비자연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선택이었다. 하루에 만 원도 안 쓰며 아끼던 여행 경비에서 비자연장을 위해 80,000아리아리(40달러)를 추가로 지불했다. 그리고 이미 사 놓은 왕복항공권의 돌아가는 표를 포기하고 50만 원 정도의 편도 권을 다시 예약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선택에 있어 나는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곳에서 지금 당장 몇 십 만원 때문에 다시 없을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일요일.
내일은 꼭 오피스에 가서 비자를 연장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 때우기 방법은 해변 따라 걷기.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해변가 작은 골목.
그 사이에서 노래가 조그맣게 흘러나왔다.
그 곳엔 어린 거리의 악사가 있었다.
소년은 집 앞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서서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기타를 내려놓고 쉴 때, 그에게 다가갔다.

사실 연주도 너무 좋았지만 멀찍이에서도 눈에 들어오던 그의 기타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년의 이름은 리아마. 부족한 말라가시어와 손짓 눈짓으로 말을 걸었다. 소년을 가리킨 후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우고, 기타를 가리킨 후 다시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검지로 내 눈을 가리키고 기타를 가리켰다.

'너 노래 최고다. 기타도 최고야! 기타 한번 봐도 돼?' 라는 뜻이다.

리아마는 흔쾌히 나에게 기타를 건네주었다. 비록 오래되고 낡은 기타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에 센스가 돋보이는 별 조각, 네 면이 각진 기타의 얼굴이 너무 멋졌다. 기타를 전혀 칠 줄 모르는 나지만, 줄을 튕겨 보기도 하고 겉 멋든 기타리스트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나는 리아마에게 다시 기타를 건네었다. 소년은 으쓱해하면서 다시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훌륭한 연주였다.

때로는 비싼 돈을 내고 웅장하고 멋진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작은 한 평짜리 공연에 더 큰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 스쳐 지나치거나 무시할 수도 있는 작은 것들을 그 여유 공간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여행은 깨닫게 해 준다.

소소한 것들이 더 특별해지는 것.
그것이 여행이 부리는 마술이다.

 

 

 

‘바다, 물고기 그리고 랍스터’
- Mangily, Madagascar

 

부시릭샤를 타고 택시브루스 터미널로 갔다. 사람들에게 톨리아라에서 망길리로 가는 차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간 곳엔 한 트럭이 있었다. 딱 봐도 사람이 아닌 짐짝을 싣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이 생긴 트럭이었다. 말 그대로 앞에 운전자와 조수석 두 개에 뒤가 뻥 뚫린 그런 트럭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나를 놀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곧 현지인들이 하나 둘씩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온 짐짝은 트럭에 실려 찌그러진 채로 세찬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한 시간 반을 내리 달려 망길리 마을에 도착했다.

 

No.146
Clams
Mangily, Madagascar

망길리는 톨리아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안 마을이 있다고 해서 찾은 곳이다.

우선 숙소를 찾아야 했기에 그 작은 마을에 몇 안 되는 골목을 구석구석 들어가 보았다. 그러다가 10,000아리아리 약 5달러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침대하나 들어가 있는 작은 방갈로를 찾았다. 짐을 놓고 바로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까지는 걸어서 오 분 정도의 거리였다. 가는 길에 삶은 소라, 튀긴 생선, 빵 등을 파는 작은 거리상점들이 몇 개 나와 있었다. 출출했던 차에 잘됐다 싶어 간단하게 요기하기 위해 삶은 소라와 튀긴 빵 몇 개를 샀다.

소라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아무 간도 하지 않은 소라자체의 맛이 정말 진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소라를 입에 넣으며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다 한 남자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스노클링을 할 생각이 있느냐라며 묻는다. 사실 나는 망길리 해변에 와서 뭔가를 할 계획이 전혀 없었고 그냥 조용히 바다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계속 거절을 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솔깃한 조건 하나를 던진다. 스노클링도 하고 점심엔 생선 요리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친구, 장사 잘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섬나라에 와서 아직까지 생선요리를 입에 대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스노클링’이라는 것보다 그 친구가 말한 ‘생선요리’ 조건에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다. 재밌는 것은 그 친구와 나는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는데 이 모든 얘기가 다 통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나뭇가지를 연필삼아 숫자를 쓰고 그림을 그려가며 대화를 했다.

그 친구가 모래사장에 가격을 쓴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친구가 쓴 숫자를 흐트러뜨리고 내가 원하는 가격을 쓴다.

그 친구가 생각을 잠깐 하더니 생선을 그린다. 그리고 먹는 시늉을 한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는 생선이 얼마나 크냐고 손짓한다. 그 친구는 자기 팔뚝을 잡더니 이만하다고 한다. 나는 눈이 더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오케이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는 내일 전혀 계획에 없던 스노클링을 하고 점심으로 싱싱한 생선요리를 먹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해변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났다. 알고 보니, 근처 해변에 그의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 있는데, 이따가 점심을 그 집에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오케이’

그의 배를 함께 탔다. 어제는 물에 들어가지 않아서 몰랐는데, 지금 나와서 보니까 바닷물이 정말 맑다. 물 위에서도 물고기가 보일 정도였다. 배를 타고 30분 정도를 더 갔다.

 

- 배를 타고 바다로

사실 나는 지금까지 바다나 강에서 수영은 많이 해봤지만, 한 번도 스노클링을 해 본 경험은 없었다.

친구가 여기가 좋겠다며 물안경 장비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스노클링 장비를 얼굴에 단단히 고정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눈앞에 펼쳐진 물 속 모습에 심장 박동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고개를 들어 배에 있는 그 친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번쩍 올렸다.

다시 고개를 물속에 넣고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따라 쉴 틈 없이 눈을 움직였다. 이 수십,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바로 내 눈 앞에서 그것도 같은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볼 수 있다니 정말 그자체가 황홀했다. 물 밖으로 올라가있는 스노클링 호스를 통해 숨을 쉬니 숨을 참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 물속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미동 없이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아마 배에서 바라 본 나의 모습은 대자로 뻗어 죽은 사람 같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가 조금씩 수영을 하면서 열심히 눈으로 물고기를 뒤 쫓았다. 가능하다면 물속에 종이와 펜을 들고 들어와서 지금 보이는 것들을 직접보고 그리고 싶었다. 당장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오늘 내가 본 것을 나중에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나는 몇 마리의 물고기들을 눈으로 외워두었다.

 

No.148
What I saw
Mangily, Madagascar

바닷물 속에서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사실 아까부터 추웠는데 참았다. 이 정도면 만족하리만큼 봤다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배를 타고 해변으로 돌아왔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햇볕으로 몸을 말리며 약속했던 생선요리를 기다렸다.

 

No.149
오늘의 수확
Mangily, Madagascar

 

- 오늘 잡은 물고기

고기잡이배들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사람들이 바구니에 오늘 잡은 생선을 잔뜩 옮겨 담아 이동한다.

“와 오늘 수확이 엄청 나네요!”

나와 스노클링을 했던 친구의 아버지가 방금 잡은 물고기를 몇 마리 손에 들고 오셨다. 그런데 크기가 내 기대에는 못 미친다. 나는 내 팔뚝을 잡으며 어제 분명 그 친구가 ‘이만 한’거라고 했다며 투덜댔다. 아저씨는 알겠다며 그럼 중간사이즈의 생선을 두 마리 구워주시겠다고 한다. ‘야호.’

 

- 오늘의 점심메뉴 싱싱한 생선 두 마리

싱싱한 물고기의 비닐을 벗기도 내장을 제거하고 칼집을 낸 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분 뒤, 해변이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는 잘 구워진 생선 두 마리와 밥, 토마스 소스 그리고 후식으로 바나나와 오렌지가 차려져 있었다. 말 그대로 해변의 진수성찬이었다.

본 재료가 좋으면 쓸데없는 장식과 조미료는 필요 없다. 스노클링도 이미 그 본 재료인 바다가 충분히 아름다우니 좋은 배, 좋은 장비 없이도 만족스러웠다. 지금 이 생선 요리도 싱싱한 생선 그 본 재료가 좋으니 다른 소스나 조미료 없이도 그 맛은 완벽했다.

그리고 그 가격 또한 너무 저렴했다. 스노클링과 생선요리를 포함 한 가격은 약 10달러정도였다. 해산물을 이렇게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니, 맘에 든다 여기.

톨리아라에서 한 달 비자 연장도 했겠다.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일정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원래 내일 바로 떠날 계획이었는데, 여기서 하루를 더 지내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 계획변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계기는 바로 여기 주인아저씨가 흘리면서 말한 ‘랍스타’였다. 내가 너무 맛있게 생선요리를 먹으니, 주인아저씨가 ‘랍스타’도 요리 해줄 수 있다고 한마디 흘리신 것이었다.

‘랍스타?!’

생각을 해보니 내가 살아 온 25년을 되 집어 볼 때, 랍스타는 딱 한 번 먹어본 기억이 있다. 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맛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맛이 기억이 안 나면, 안 먹어 본 거나 다름없지 않나?’

나는 당장 내일 점심으로 랍스타를 예약했다. 열심히 흥정한 가격은 랍스타 한 마리 그릴요리에 약 7달러. 훌륭한 가격이다. 내일 나의 입으로 들어갈 랍스타는 지금 이 바다 어딘가에서 유유히 수영 중이겠지.

미리 미안하다 전한다. 그리고 빨리 먹고 싶다.

오로지 랍스타를 위해 망길리에서 하루 더 묵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약속한 1시에 맞춰 가보니, 랍스타를 잡으러 간 사람이 아직 못 잡았는지 안 돌아 왔다며 2시에 다시 오란다.

 

- 랍스타

2시 그 집 마당에는 정말 팔뚝만한 랍스타가 꼼지락 거리고 있다. 아저씨는 능숙하게 랍스타를 반으로 갈라서 그릴위에 올리셨다.

구워질 때 풍기던 그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입에 넣은 살에도 그대로 느껴진다. 살살 녹는다. 워낙 싱싱하다보니, 꼬리 끝에 잇는 살까지 쏙 빠진다. 바다에서 나온 지 2시간도 채 안된 랍스타를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야외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다니, 정말 망길리 해변을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랍스타 한 마리를 배에 넣고, 해변에 있는 파라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친구들, 가족들에게 보낼 엽서를 적고 있었다.

 

- 망길리 해변의 아이들

그때 옆에 누워계셨던 한 백인아줌마가 말을 거신다.

“여행 왔어요?”
“네”

이렇게 시작 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이 아주머니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신데, 나와 같이 혼자 여행 중이시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뒤에 보이는 숙소에서 묵고 계시는데, 오늘 누군가 창문으로 들어와 방을 털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금과 아이폰을 잃어버리셨다고 했다. 나는 너무 안타까워서 괜찮냐고 어떻하냐고, 되려 더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그 아줌마는 침착하게 말하시길,

“나도 처음에는 놀라고 화났었는데, 사실 그런 건 다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 몸 안 다친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 그런 물건들만 없어졌지 난 해 안당하고 잘 있으니 다행이지 뭐.”

그렇다. 다 마음먹기 나름이고, 생각하기에 따라 달린 것이다.

아주머니는 그 상황에서도 나에게 태국컵라면을 선물로 주셨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해결되었다. 감사해요.

바다, 물고기 그리고 랍스타...태국컵라면으로 망길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소년의 꿈’
- Mangily, Madagascar
 

No.150
소년의 꿈
Mangily, Madagascar

한 소년이 해변에 눕혀진 나무 위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장난감 배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앉아 소년이 배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소년은 영어단어를 꽤 알고 있었는데, 나는 물었다.

“너 배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장난감 만드는 거야?”
“마이 드림”

“배를 만드는 게 꿈이야?”
“예스, 빅 보트”

“왜? 큰 배를 만들어서 뭐하려고?”
“빅 보트, 피쉬피쉬, 마이 파덜, 마덜, 브라덜, 씨스털..”

“아~큰 배를 만들어서,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팔기도 하고,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들 주려고?”
“예스, 예스”

소년은 참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소박하지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아름다운 꿈이라 생각했다.

소년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마지막 남은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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