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새는 우산

20.01.29 0

제품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비가 새는 우산이나 도수가 없는 안경, 수납공간이 없는 가방, 착용하기 불편한 악세사리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심지어 이런 쓸 데 없는 제품들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당연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의 소비를 지양할 것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좀 더 높은 질의 제품을 그보다 더 많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이 제 기능을 못하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어도 소위 말해 ‘먹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명품이다.

어깨끈이 부착된 검은 케이스는 언뜻 보아 우산케이스인지 몰랐는데 점원이 샤넬마크의 걸쇠를 열자 우산이 나타났다. 그런데 우산을 펼쳐보인 점원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손님, 비가 많이 올 때는 우산을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비가 약간 내릴 대는 괜찮지만, 명품우산은 컬러를 위해 방수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샐 염려가 있습니다.”  출처: <나는 명품이 좋다>

 

이케아 쇼핑백에서 영감받은 듯한 <발렌시아가> 가방, 한화 약 250만원 

위의 쓸데없는 우산이 가치를 지닌 이유는 그 우산이 바로 <샤넬>이기 때문이다. 방수 목적으로 쓰고 다니는 우산이 ‘컬러’ 발색을 위해 방수처리 하지 않았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제품의 브랜드명을 듣고보니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저자는 이러한 마케팅이 ‘제품에 꼭 필요한 기능’인 ‘니즈’와 해당 기능이 없어도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원츠’를 변별하여 설명한다. 때문에 위의 <샤넬> 우산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방수, 즉 니즈가 결여되어 있어도 소비자로 하여금 ‘나는 우산조차 샤넬을 써’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원츠’가 있기에 구매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니즈’가 결여된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명품이 무엇인가’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몇 가지 ‘원츠’만 내재하는 상품들이 있다. 아래의 제품들은 특별한 기능뿐만 아니라 기본 기능(?)조차 없어 보이기도 한다.그래서 매번 논란을 일으키지만, 한편으론 어떤 허망한 제품을 출시할지 기대가 된다.

 

1) 프라다의 머니클립

2017년에 출시한 <프라다> 클립. 단순히 종이를 집는 클립이 아니라 지폐를 끼우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해당클립은 6.25cm의 크기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3cm의 일반 클립보다 2배가량 크게 제작됐다. 한화 약 20만원의 가격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2) 샤넬 부메랑

‘찐 부자면 이 정도는’이란 컨셉으로 떠도는 <샤넬>의 부메랑. 부메랑 가운데 ‘샤넬’ 시그니처가 박힌 것 외에는 별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화 142만원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가격과 날리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가격 때문에) 던질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는 우려가 많은 제품,

 

3) 발렌시아가 가죽백


일반적인 쇼핑백 모양으로 제작한 <발렌시아가> 송아지 가죽백. 가운데 제품 로고가 심플하게 박힌 것이 특징이다. 해당 쇼핑백은 한화 약 120만원으로 출시되자마자 품절을 기록했다.

 

4) 슈프림 벽돌

로고만 있다하면 해당 제품을 수집하고자 하는 팬층을 지닌 <슈프림> 2016년에 출시한 벽돌도 논외는 아니었다. 약 30만원에 출시된 벽돌은 완판되어 <이베이>에서 3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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