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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인정하는 디자인, AERIE

20.02.08 0

 

매일 마주하는 광고와 정보의 범람 속에서 '포토샵'은 우리의 삶과 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되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좀 더 예쁜것', '좀 더 아름다운 것'이 소비와 직결되기에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뷰티, 헬스, 패션브랜드는 특히나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화보를 연출하고 있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포토샵의 홍수 속에서 속옷전문브랜드 <에어리(Aerie)>는 2014년부터 포토샵이 없는 화보를 연출하고 있다. 사진 화보에, 그것도 온몸을 드러내는 속옷 화보에 포토샵이 없다니 가히 놀랄만 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남들이 다 하는 포토샵을 하지 않아서 더욱 신선하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외모의 평균'이라는 것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속옷이 속옷인 이유, underwear가 underwear로 불리는 이유는 옷차림의 아주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인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획일화해서 평균값을 내고 평균에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균'이라 함은 흔히 광고와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의 사이즈를 말한다. 생각해보면 선전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대다수 '일반적이지 않은' 몸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상위 1%일지도 모른다) 사실 사람의 몸이라는 건 외모만큼이나 모두 획일적일 수 없는데도,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끊임 없이 특정한 몸의 형태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자신이 가진 몸과 비교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와 TV 속에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들의 이미지 탓이 크다.

 

 

일전에 이효리는 자신의 화보를 보고 '이효리 같은 몸매가 아니라서 울었다'는 30대 중반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사실 자신의 몸매가 포토샵으로 연출된 작업임에도, 상처를 받았을 당사자에게 '나도 똑같이 뱃살이 있고, 이건 포토샵이에요'라고 연락을 했다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러한 현상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효리 스스로도 포토샵이 없는 원본 사진을 공개하기가 어려웠다는 걸 보면서,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토샵이 없는 <에어리(Aerie)>의 시도는 선구적이었다. 그렇다면, 따로 보정을 하지 않아 뱃살과 셀룰라이트, 잡티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들의 시도는 어떠했을까. 실제로 포토샵 없이 연출된 사진을 보면, 모델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매, 피부가 눈에 띈다. 어쩌면 기존에 알고있던 아름다움과는 대치되는 연출에 소비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여성들은 특유의 '현실감'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프로젝트 이후 후년도 매출이 20%나 증가하는 쾌재를 불렀다. <에어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평범한, 일반적인 몸매의 여성들을 모델로 고용했다. 이들의 화보는 그 전과는 다르게 익숙하고 친숙해졌고, 여성들은 보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최근들어 각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여성이 늘었고, 이러한 시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뷰티/미용 업계의 매출이 많이 경감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통 몸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포토샵은 업계의 가장 기본이 되었고, 미디어는 계속해서 1%의 여성이 지닌 외모를 부각하고 있다. 부디 앞으로의 업계 전반에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명목으로 1%의 여성들의 몸매가 과잉 일반화되질 않길 바란다. 사실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건, 사회/관습적으로 학습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디자인 역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아름다움'에 관한 정의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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