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K-짤의 비밀, 어르신 짤

20.03.02 0

 

가끔 카카오톡을 통해 터무니없이 전송되는 부모님의 짤을 보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일명 ‘어르신 짤’이라 불리는 이미지는 그 나름의 색 조합과 정곡을 찌르는 카피라이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어쩐지 60년대 감성을 깨우는 이 짤들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혹자는 ‘레트로’를 컨셉으로 하는 짤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진짜 누가 만드는지’를 궁금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짤들은 70대 이상의 ‘찐 어르신’들이 포토샵을 이용해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르신 짤을 곰곰이 살펴보면, 보색대비의 컬러가 눈에 띄고 곳곳에 한 번쯤 들어봄직한 명언들이 즐비하다. 짤은 추석과 설날,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도 하고 ‘폐렴예방’과 같은 짧은 건강 상식을 다루기도 한다. 문자 곳곳에는 한문이 들어가기도 하며 ‘궁서체’와 ‘바탕체’ 같은 기본 글꼴이 크게 박혀있다. 전반적인 색채며 문자며, 배열이며, 자신의 자아를 꼿꼿이 드러내서 신선하고 재미있다. 사실 이러한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저하되는 어르신들의 시력 탓이 크다. 때문에 ‘어르신 짤’이 다소 난잡한 구도와 요소들로 가득 찼음에도 각기 매력을 발산하는 건, 그만큼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서일 것이다. 이러한 기저 탓인지 젊은 층 역시 ‘어르신 짤’에 열광하고 있다.

 

어르신 짤 

 

이 모든 ‘어르신 짤’의 출처는 윤동철 강사에 근거한다. 올해로 여든에 가까운 나이의 윤동철 선생님은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또래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포토샵 강의를 진행 중이다. 윤 선생님은 매주 수요일마다 포토샵을 비롯하여 동영상, 홈페이지 편집 기술을 6070대 노인들에게 가르친다. 한 때 제조업과 원예업에서 몸담았던 그가 컴퓨터 기술을 접하게 된 건 ‘100세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와 ‘배움’에 대한 이념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소외’ 현상에 대한 담론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시설을 비롯하여 대다수의 업종들이 무인계산기를 들여놓고 있고, IT기술의 대표격인 은행업무도 계속해서 비대면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낮은 디지털 활용률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매년 실시하는 디지털 격차실태조사에도 나타난다. 조사 발표 때마다 6가지 주요 인터넷 활용 항목 모두 60대 이상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정보화진흥원은 4개 소외계층을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장노년층은 디지털 역량, 접근, 활용 측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노년층의 낮은 미디어 활용이 미치는 파급효과다. 2017년 나온 ‘노인집단 내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삶의 만족도 연구’에 따르면 독거노인, 부부노인 가구가 3세대가 함께 사는 노인들보다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 활용성은 물론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졌다.

 

여론형성 측면에서 일부 장년층은 카카오톡과 유튜브를 통해 극단적인 정보 확산을 부추겨 ‘세대 간 갈등’과 ‘공론장의 왜곡’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역에서 미디어 교육을 해온 정수진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 마을미디어연구소장은 “미디어 활용도에 차이가 있고, 쓰는 미디어 플랫폼에 차이가 나고, 그 결과 문화가 달라지고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출처:<미디어 오늘>

 

청와대 으르신 짤 

이러한 맥락에서 ‘어르신 짤’이 주는 시대적 메시지는 가히 긍정적이다. 노년층에게 컴퓨터와 그 기술이라는 다소 어려운 매체에 대해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그렇고, ‘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꾀하는 것 역시 그렇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서 자신의 얼굴과 감정을 대변하는 젊은 층의 ‘이모티콘’의 역할을 ‘어르신 짤’ 역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가 진화될수록 소외되는 어르신들이 없길 바라며, ‘어르신 짤’이 세대 간의 화합과 소통을 불러오길 기대해본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