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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확대, 에두아르 마네 (Édouard Manet)의 그림들

14.04.01 3

점심을 먹고 사람이 한적한 낮에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루하지만 매일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예를 들면, 어제는 ‘도둑’주차가 가능했는데 오늘은 꽉 차버린 거주자 우선 주차 공간, 저번 주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갑자기 손님이 몰아닥친 음식점, 한 시간 전에는 한산했는데 갑자기 환자가 몰린 점심시간 즈음의 병원 등등. 나는 관객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바쁘게 하는 일을 구경하곤 한다.

새롭다고 쓰고 가끔 지루하다고 읽는 ‘하루’는 각자 개인에게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런걸 보면, 삶은 정말 ‘갑자기’ 일어나는 것 같다. 너무나도 갑자기 변한다. ‘갑자기’라는 단어의 생김새부터 뭔가 초조하고 불안한 느낌? 그래서 순간순간의 일상이 소중할지도 모른다. 지금이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 같은 시간, 오후 1시 14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혹은 무엇을 입고 있을지 나는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일상의 ‘갑작스러운’ 찰나를 그린 화가들은 ‘인상주의’다. 학창시절부터 미술책에서 너무 많이 배워서 이제는 모두가 읊을 수 있는 ‘인상주의’가 아직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의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은 인상파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그림을 소개하려 한다. 마네는 <올랭피아>나 <풀밭 위의 점심>같은 그 당시의 문제작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순간을 포착한 것 같은 그림들도 많은 것 같다.  

다른 화가들도 찰나의 많은 그림들을 그렸지만, 마네의 인물들은 뭔가 생각에 잠긴 것 같아서 친밀감이 간다. 무심한 듯 시크한 찰나의 표정들. 보통사람들의 일상의 찰나들.

문득 마네의 그림을 보며 그림 안의 사람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하고 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혹은 “아침에 기분이 어떠셨어요?” “잘 지내세요?” 턱을 괴고 앉아있는 사람, 카페에서 음식을 먹고 나오는 사람, 바에 영혼 없이 서있는 여자에게.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2년, 캔버스에 유채, 96cmX130cm

 

[라티유 영감 가게에서 Chez le père Lathuille], 1879년, 캔버스에 유채, 112cmX92cm

 

[만취한 여인 The Plum (Plum Brandy)], 1878년, 캔버스에 유채, 73.6cmX50.2cm

 

[아틀리에에서의 아침식사 Breakfast in the Studio (the Black Jacket)], 1868년, 캔버스에 유채, 118cmX153cm

 

[식물원에서 In the Conservatory], 1879년, 캔버스에 유채, 115cmX150cm

 

[카페-콩세르에서 At the Café-concert], 1879년, 캔버스에 유채, 30.2cmX47.5cm

 

[철길 The railroad], 1873년, 캔버스에 유채, 93cmX113cm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에두아르 마네)


마네 그림 속의 사람들은 정지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냉정해 보이지 않는다. 마법사가 와서 박수를 딱 치면, 정지된 표정을 풀고 바로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와 남편 혹은 애인이 되어 그들의 인생을 살아 갈 것 같다. 지금 정지된 저 사람들은 어쩌면 다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뇌를 갖고, 이로 씹고, 상처가 나면 아픈 몸을 가지고, 매일 새롭고도 지루한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같은’ 사람이니까.

순간정지의 마법으로 나의 시야에 들어온, 옆 테이블에서 뭔가를 열중해서 읽고 있는 어떤 여자분, 뒤에 앉아서 다리를 떨고 있는 영어공부를 하는 남자, 초콜릿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옆 옆 테이블의 두 여자, “벤티사이즈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고 외치는 점원의 ‘순간’들. 다들 지금 이 찰나에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하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다. “ 순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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