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의 세습, 한복 교복 디자인

20.06.09 0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시절, 중/고등학생 언니가 부러웠던 가장 큰 이유는 교복에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서 ‘어느 학교를 갈까’를 결정할 때도 그 학교의 ‘교복 디자인’은 꽤 큰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종로에 위치한 여러 학교의 교복을 이 잡듯 뒤지면서, 어떤 학교는 학교의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올드한 감성의 디자인을 교복으로 삼고 있었고, 어떤 학교는 몇 년 전 교복을 리디자인 하면서 보다 세련된(그러나 시그니처를 유지하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비 고등학생의 마음은 여러 학교들의 대학 입결이나 고유한 역사, 그 학교 선생님들의 인품보다 ‘교복’이 더 중요한 요소였달까. 동복에 입을 자켓은 어떤지, 하복의 블라우스는 어떤지, 더 나아가 아무리 교복이 구리거나 예쁠지라도 그 학교가 나에게 교복을 ‘코스튬(?)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지가 정말 제일 중요했다.

 

2020 한복교복 보급시범 사업

 

하지만 정작 등교를 하고 모든 게 귀찮아졌는데, 그도 그럴게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는다거나 (그렇게 예쁜지를 따져댔던) 블라우스 위에 집업 후드를 작업복 마냥 걸치면서 교복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일명 학주라고 불리우는 생활지도반 선생님은 당구대 같은 막대기를 들고 한껏 제 몸에 맞게 튜닝한 학생들을 잡아내곤 했었다. 그런 학주를 피해 다니던 6년의 중/고등학교 생활에서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교복은 ‘멋’이 아니라 ‘얼마나 편한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 여파로 학생들이 등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한 가지 유의미한 시도를 했다. 바로 한국의 전통의복인 ‘한복’을 ‘교복’으로 지정하는 움직임이다. 두 기관은 작년 초에 한국교복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한국교복 디자인 공모전>으로 이어져 현재 시제품 디자인까지 이루어진 실정이다. 그리고 그간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일제의 잔재’로 남은 ‘교복’을 한국의 전통의류로 승화했다는 지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의 경우 교복 업체가 입찰을 진행하지 않아 학생들이 교복을 입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러한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최초에 ‘성차별적 디자인’으로 언급되었던 여학생의 한복에 ‘젠더리스’ 흐름을 반영하여 최근의 시류를 반영하였다는데 의미가 크다. 실제로 ‘한복 교복’은 최초의 ‘몸에 딱 달라붙는 디자인’이 ‘성역할을 정형화한다’는 지적을 받아 편한 교복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여학생은 치마와 내리닫이(원피스), 바지 중에서 원하는 교복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인 한복의 범주를 동복과 하복, 생활복으로 나누고 교복의 본디 목적에 맞게 학생들이 편히 움직일 수 있도록 품을 넉넉하게 제작했다. 또한 매일 입고 자주 세탁해야하는 만큼, 내구성을 고려한 원단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복 교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찮다. 일단 ‘한국의 전통인 한복을 계승한다’는 점에서도 “한복교복은 유사 한복이다”는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제로 어린 학생들이 매일, 그리고 자주 입어야할 한복인데 심미적 측면에서 디자인이 예쁘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또한, 과연 학생들이 매일 입을 수 있을 만큼 편하며, 매일 세탁해도 괜찮을 만큼의 소재이냐에 대한 검증 역시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그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복 교복”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심을 끌긴 하나보다. 해당 이슈가 거론되기 시작한 이래로 정말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충돌하고 있으며,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은 ‘젠더’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운동의 한 갈래로 여겨지는 탈코르셋 운동이 나타나면서, 또한 성역할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면서 ‘젠더리스’가 화두가 되었고 이 같은 맥락에서 입고 벗기 쉬운 ‘법복’이 유행을 타기도 해서다. 실제로 여학생 한복교복에 가미되었던 곡선이 비판을 받은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 기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시류 속의 비판을 반영하는 움직임 역시 신선하다. 올 6월부터 학생들의 한복교복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코로나19의 종식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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