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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보이는 마스크

20.07.30 0

이미지 출처: Pixabay

업무상 장애인을 만날 빈도가 높은 내게 어느 초등학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렇게 아픈 사람은 처음 봐요” 그 말은 이제 막 기성세대로 진입하고 있는 내게 큰 고민을 주었는데, 어떤 답변을 해주어야 장애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을 강화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서였다. 고민 끝에 준 답변은 “네가 아직 어려서 지금 모든 말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라고 운을 뗀 뒤, 우리 사회에는 아픈 사람들(=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대다수의 시설이 ‘몸이 아프지 않은 사람들’을 기준으로하기에 그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아이는 골똘히 내 말을 곱씹은 뒤,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편의시설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이러한 사실이 시사 하는 바에 대해 이해하는 듯싶었다.

 

무의식에 내재하는 사고는 이처럼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명제의 근간을 흔들어서 당황스럽고 낯 설기까지 하다. 그런 맥락에서 올 초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비말 감염으로 확산하는 전염병 탓에 지구촌 모든 사람들은 전례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철과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더이상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감염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제재가 합당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구어기관이 보이는 마스크, 이미지 출처: UN org

 

최근 우연찮게 ‘독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을 접할 일이 있었다. 그는 잔존하는 청력이 있었지만 그 기능이 미비하여 독화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독화 speech reading: 화자의 입술 움직임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것. 구화교육에서 강조하는 독화능력 발달을 위해서는 입술의 빠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예민한 시/지각 능력이 필요하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런 그에게 평소처럼 전할 메시지가 있어 대화를 나눴는데, 평소와 다르게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화를 마무리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대화가 나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이었음을 자각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대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독화를 사용하는 그에게 화자의 구어기관을 가리는 마스크는 의사소통을 유지하는데 크나큰 장애물이었을 것이다.

 

구어기관이 보이는 마스크, 이미지 출처: UN org

이러한 맥락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마스크가 전하는 의미가 크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프랑스 청각장애인 지원 단체 ‘망덩라망(Main dans la Main)’은 이러한 의제에 공감하고 새로운 형태의 마스크의 필요성을 체감하여 특별한 마스크를 제작했다. 이 마스크는 입술을 가리는 기존의 마스크와 달리 상대의 구어기관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 되었다. 언뜻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일지 몰라도 이 마스크가 특별한 건, 청각장애인 스스로 착용하는 것이 아닌 그와 교감을 하는 주변인들이 착용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감을 발휘해 ‘립뷰 마스크’ 탄생으로 이어졌다. '립뷰 마스크'란 말 그대로 청각장애인이 발화자의 입술을 볼 수 있는 마스크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사방이 막힌 마스크(?)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동시에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의 이면을 반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된 이후로 마스크가 필수가 된 시대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2020년대 사람들이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다니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마스크가 마치 개인 휴대전화처럼 필수품이 되다보니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안으로 개성 있는 디자인의 마스크가 출시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마스크가 보편화되길 희망한다.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도 가치가 있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차등이 없는 디자인 역시 우리사회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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