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eatures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슬로우 패션’

20.08.19 0

근 한 달 동안 지속되어 수많은 수재민을 양산한 장맛비와 수도권을 다시 강타한 코로나 사태의 기저를 생각해보면, “환경보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언론사를 비롯하여 사사로운 개인들이 해당 문제를 단순히 의료적, 방역 안의 좁은 시야로 바라보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초, 코로나가 펜데믹 현상으로 확장하자 세계 석학 ‘유발 하라리’는 정부의 권한이 확장되어 민주주의와 국가통제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것을 예측하고 이후의 삶이 ‘포스트 코로나’로 재정의 될 것이라 말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당시에는 ‘고작 전염병 때문에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지만, 근 몇 개월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변한 일상을 되돌아보며 그가 괜히 세계 일류의 학자가 아님을 실감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어린 아이를 비롯하여 학생,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얼굴을 반쯤 가린 형태가 ‘기본’인 세상이 될 것이라 상상조차 못했다. 요즘의 영유아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은 어린이집 선생님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처럼 마스크를 입에 꼭 붙인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으로서 왠지 모를 죄책감이 고개를 든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환경’과 ‘공존’을 생각해야만 한다.

 

패스트패션이 슬로우 패션으로

 

burberry, 출처: https://medium.com

 

꼭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루어진 변화는 아니지만, 몇 년 전부터 패션업계의 ‘패스트 패션’이 ‘슬로우 패션’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패션업계가 트렌드에 특히 민감한 만큼, 그간 해당업계는 시류를 좇아 유행하는 옷가지와 아이템을 빠르고 쉽게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조달했‘었’다. 이를 마주하는 대중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패션을 통해 수용했고, 그 결과로 버려지는 의류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에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있다. 사실 <버버리>뿐만 아니라 발표했던 시즌 상품을 미처 다 판매하지 못한 대다수의 명품 의류는 ‘브랜드의 가치훼손 한다.’는 이유만으로 쉬이 폐기처분 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는 점인데,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도 이를 수용하면서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관련 뉴스: <Burberry stops burning unsold goods and using real fur>

 

파인애플로 만든 소재 pinatex, 출처: pinterest

피나텍스 악세사리, 출처: https://hamariweb.com

 

때문에 명품 브랜드는 시즌 오프 상품을 소각하지 않음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도 고심하기 시작했다. 일명 ‘친환경 소재’로 불리는 이 부류에는 일전에 소개했다시피 파인애플이나 선인장, 대나무를 이용해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만들어 진다. 이 외에도 일부 브랜드는 그간 ‘시즌’을 명목으로 ‘패스트 패션’을 지향했기에, 근본적으로 이를 타파하는 ‘시즌리스’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계절 내내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계속해서 ‘신상’을 이유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소재의 생산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럭셔리 명품 브랜드 <구찌>는 기존의 신상품 발표 관행을 버리고 ‘시즌 리스’를 지향하여 그간 다섯 번의 제품 출시를 두 번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구찌>는 젊은 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기에 이러한 시도가 패션업계에서의 ‘환경문제’를 반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선인장으로 만든 소재 ‘데세르토', 이미지 출처: https://desserto.com.mx

 

비슷한 맥락에서, 마스크 착용이 여성들의 색조 브랜드 구매에 영향을 미쳤듯(색조 브랜드보다 마스크로 인한 트러블을 완화하는 제품의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한 번 입고 버리는 식의 패션보다 편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능의 자유를 제공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그간 단순히 ‘미용’목적의 꾸밈을 위한 소비였다면, 이제는 ‘소재’를 생각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유니버셜한 디자인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성별의 위계를 없애는 ‘젠더리스’ 트렌드 역시 영향을 미처 앞으로 어떤 디자인의 의류가 주목받을지 궁금해진다.

 

@Highsnobiety / Eva Al Desnudo, 출처: https://www.highsnobiety.com

출처: <GUCCI> 공식 인스타그램

 

이외에도 명품브랜드의 시즌 쇼에서 환경을 위협하는 행태를 살펴볼 수 있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북극의 빙하를 재현한다거나 여름날의 해변가를 구현하기 위해 자연물(=모래나 얼음)을 직접 조달하는 광경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지점은 이처럼 자연에서 빌려온 구조물들이 일회성 시즌에 사용되고 나서 폐기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무이다. 단순히 일회성의, 인간의 눈요깃거리로 사용하기 위해 얼음과 모래를 가져온다면 이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개체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해변을 재현한 2018 샤넬쇼, 출처: 샤넬

265t의 빙하를 실제 공수해왔다는 2010년 샤넬쇼, 출처: https://www.trendhunter.com

 

미시적인 관점에서야 물론, 지속되는 폭우 피해와 코로나 장기화 세태가 방역적, 의료적, 제도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서는 좀 더 혜안을 갖고 인간이 지구에 빚을 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의식주 형태에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 당장 전기를 끊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지금 당장 육식을 끊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우리가 입는 패션에서부터 서서히 변화를 시도한다면,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지구에 조금이라도 ‘덜’ 부담을 주지 않을까. 가히 ‘가치’를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