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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즐기는 법

20.09.09 0

한 때 집콕 챌린지 대란이었던 달고나 커피, 출처: <픽사베이>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삼가면서 자연스레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올 상반기에 발생한 이단 내 집단 감염사태에는 ‘달고나 커피’ 같은 불필요한 육체적 노동(?)을 불사르며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지금의 확산세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간 ‘소처럼 일만 하던 한국인’이라는 관용어에 걸맞게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한국 직장인들은 지옥철을 타고 출근을 해댔다. 그러나 ‘코로나 19’라는 예상치 못한 전염병 출현에 전례 없이 ‘아프면 휴가내기’, ’가능하면 재택근무 하기‘같은 들어만 봤지 실현가능할까 싶었던 허상을 (드디어) 실현한 것이다.

 

장성군의 '일반국민 예방수칙', 출처: <장성군 공식블로그>

 

물론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한 급격한 변화였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긍정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잠만 자던 집'의 기능을 자신의 업무를 보는 오피스로, 음식을 해 먹는 카페로, 공부를 하는 스터디 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에서 ’사랑방‘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했던 것처럼, 단순히 잠만 자던 공간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전반적인 경제 악화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한 산업은 '인테리어' 관련 분야였다고 한다.
 

corona blue, 출처: <픽사 베이>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인 빅터 플랭크는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는 순간이 ‘희망’을 봤지만 그것이 사라졌을 때라고 했다. 올 상반기, 전례 없던 감염증에 자/타의적으로 집에 머물던 사람들은 병이 두렵기도 했지만 조금 설레었던 것도 같다. 그도 그럴게 정부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방역을 추켜세웠고, 실제로도 몇 개월간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몇 개월 동안 하락하던 경제도 6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는 듯했다. 문제는 8월 중순 경 광화문 집회를 중심으로 재차 전염병이 확산하기 시작하면서다. 말 그대로 사람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9월이 되어도 학교를 갈 수 없었고, 또 다시 사람들은 집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만큼 무기력과 우울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었는데,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발현하는 ‘코로나 블루’를 최근 WHO에서 새로운 질병코드로 분류하고자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 동안 ‘코로나 블루’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심상찮은 코로나 블루

kukka 꽃 정기배송, 출처: <kukka>

그렇다면, 이러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은 <구독경제>일 것이다. ‘구독 경제’란 말 그대로 특정 매체를 정기적으로 구독하여 집으로 배달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물론, 매체라는 것은 과거와 달리 단순히 신문과 잡지 같은 미디어를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꽃과 향수, 커피, 미술작품, 과자, 심지어 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최근 이 코로나로 인한 삶의 애환(?)을 술로 달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지, 주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주류 분야 구독경제 중 하나인 <술담화>도 일상의 소소한 변화를 줄 것이다. (*물론 육체 및 정신 건강을 해칠 정도의 섭취는 지양해야 한다)
 

전통주 구독경제 <술담화>, 출처: <술담화>

그림 렌탈 서비스, 출처: <오픈 갤러리>


예술 작품 렌탈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취급받았던 문화/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졌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렌탈’하는 개념 역시 더 이상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작품 렌탈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국내 중견작가의 작품을 교체해준다. 고객은 집을 한 곳의 갤러리처럼 간접 경험할 수 있고, 작품에 따라 달라지는 인테리어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일다. 주기적으로 작품 역시 교체되니 일상의 소소한 흥미를 자극한다.
 

출처: <픽사베이> 

식물기르기 또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한 지자체는 코로나로 인해 기본 주거권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년층에 식물기르기 키트를 지급한 사례도 있다. 생각보다 작은 생명이 생을 유지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몇 주 전 가족 중 하나가 좁은 콘크리트 사이에서 크게 자란 느룹나무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단단하고 길쭉한 나무의 외형에서 상상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단다. 그리고 그 아이를 화분에 옮겨심는 과정을 보면서 가족들은 하나같이 “저 식물도 살겠다고 하는 걸 보면 생명이란 참 신기해. 쟤도 살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장면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 <강박>展

 

대면으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전시와 공연을 방구석에서 즐기는 온라인 문화생활도 좋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다수의 예술업계가 비대면으로 관람객을 유치하는 방법을 시도 중이다. 그런 맥락에서 되레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졌는데, 지난 달 문화재청에서는 신라 유물을 발굴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공개했다가 획기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신라판 구찌네~ㅋㅋ” 1500년전 귀족여성 발굴 유튜브 중계> 

 

출처: <픽사베이>

실제로 신경학적인 개입 외에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다. 그 변화가 꼭 거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좋다. 작은 변화라도 일상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와 예술을 이용하여 '코로나 블루' 역시 전염병 확산과 함께 종식되길 기원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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