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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심을 주는 포스터

20.10.06 0

구구절절한 문구보다 시청각 이미지가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다.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기존에 만연했던 사안들이 비로소 범죄로 인정받기도 하고, 개인의 자유와 침해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때인 것이다. 몇 주 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다가 문득 시선이 꽂힌 포스터 하나가 있었다.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라는 강렬한 슬로건 아래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를 알리는 서울시의 공공포스터였다.

 

어느 마스크를 쓰시겠습니까? 출처: 서울시 

 

내심 1년 사이에 많은 것들이 바뀐 지금이 얼떨떨하기도 했고, 마스크가 현재로써 유일한 ‘백신’이라는 사실에 씁쓸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게, 이달 13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겐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마스크’는 소위 ‘연예인 패션’이라 불리며 ‘얼굴을 가린다’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겨울철 방한 목적으로 쓰이곤 했다) 지금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착용해야하는 보건 필수품이 됐다.그러고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과 인사를 해본 적이 너무나 오래다. 그래서 마스크가 없는 상태로 TV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연예인을 보고 있노라면 ‘나와 다른 평행세계에 살고 있나?’는 생각이 들면서도 새삼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진 시류에 ‘인간은 참 적응의 동물이구나’ 싶다.

 

서울시의 마스크 의무화를 표기한 다양한 포스터, 출처: 서울시 

 

 

해당 포스터가 강렬한 여운을 준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른 ‘마스크’의 기능을 극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왼쪽의 여성은 백신 기능을 하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었지만, 오른쪽의 누군가는 누군가 씌어준 산소마스크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매서운 선전 때문인지 사람들은 해당 포스터에 공감을 표했고,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퇴근길 대중교통에서 보다 더 체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포스터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을 얻어 긍정적으로 회자되기도 하지만, 이와 반대로 논란을 부추겨 갈등을 유발하는 사례도 있다. 바로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담뱃갑 경고이미지’와 ‘몰카 방지 포스터다’다.

 

담뱃갑 포장지 경고그림등 표시내용, 출처: 보건복지부 

 

2015년 1월, 기존 2,500원 하던 담배 값이 4,500원으로 대폭 인상된 적이 있었다. 폐암을 비롯하여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흡연율을 줄인다는 공익적인 목표와 당시의 담배 가격이 물가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000원이나 대폭 인상된 담배 값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었지만, 이와 동시에 또 논란이 되었던 건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포함할지의 여부였다. 혹자는 대폭 인상된 가격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택하는 사람에게 굳이 혐오감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삽입해야겠냐고 했고, 누군가는 그렇게 해서라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갑론을박 끝에 담뱃갑에는 흡연이 원인이 되는 각종 질환의 이미지가 삽입되었지만, 공식적으로 쓰이는 선전 포스터의 의미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불법 촬영 근절 함께해요 옆으로 서기, 출처: <고양 여성 민우회>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화두가 되었던 일산일대 지하철 ‘몰카 포스터’ 사례가 있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지하철 내의 몰카를 근절하기 위한 예방책으로 ‘옆으로 서기’ 캠페인을 추진하였는데, 문제가 되었던 건 몰카 촬영을 하는 가해자의 행동을 지적하고 근절해야 하는데 피해자에게 ‘당하지 말라’는 늬앙스의 슬로건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형적인 2차 가해의 일환으로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고, 그 어떤 분야에서 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직군에서 이러한 포스터가 제작되었다는 점이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일산 동부 경찰서의 <옆으로 서기>를 비판하는 모습, 출처: <고양여성 민우회> 

재미있는 지점은 이러한 포스터를 살펴보면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시류를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때에는 그저 관습적으로 여겨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던 사안이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정의되어 옳고 그름의 잣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공공포스터가 사회적 담론과 합의에 부합할 수 있는 건, 타인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며 그 침해가 유해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의 여부, 그리고 해당 담론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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