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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만 채우기

20.10.13 0

친환경적인 생활을 지향하면서 걸림돌이 되는 건, 생필품을 구매할 때 마트마다 판매하는 상품을 마주할 때다. 육류 소비를 지양하고, 일회용 사용을 줄이려고 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들이 가장 간편하지만, 그만큼 간편한 형태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많아서다. 최근 들어 주방세제를 설거지바로, 각종 클렌저와 욕실제품을 샴푸바로 바꾸었지만 그러고 보니 눈에 띄는 것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작은 두부를 사도, 작은 물건을 사도 그에 비해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들. 나는 분명 1을 샀는데 포장지까지 합해서 1.5개는 산 느낌이다.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핸드메이드 비누를 구입했는데, 정작 배송 과정에서 일회용 쓰레기가 배로 배출될 때도 있다. 출처: 픽사베이

그리고 이러한 걱정을 토대로 ‘친환경 제품’이라 일컫는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고 나면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 상품 자체를 배송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보니 무의미하다 싶다’는 상품평들을 종종 발견한다. 그래서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업자들은 제품이 포장되어 출고되는 전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한다. 포장때문에 환경을 생각하고 출시했다던 제품이 순식간에 기성제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제품으로 전락하기도 해서다.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출처: <환경부> 인스타그램 

 

가끔 피자같은 배달음식이 먹고 싶을 때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일회용 포장 용품은 그다지 사용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글라스 락을 들고 가면 ‘그건 그거대로 민폐가 아닐까’하는 고유한 편견 때문이다.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행동이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유독 검열이 심해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더 고민이 된다. 일전에는 ‘이걸 먹으면 살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배달음식의 가름을 결정했다면, 근래에는 추가로 ‘일회용품 대신 지속 가능한 포장재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더해진 이유다. 배달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 개 더 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농담조로 ‘지드래곤이 여름철에 양산 쓰고 다녀서 유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쯤 되니 유명인 누군가가 배달음식점에 글래스 락을 들고 가서 음식을 받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아니라면 한 번 사용했던 포장용기를 재차 사용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니스프리의 리스테이, 출처: <이니스프리> 

 

물론 이러한 논의가 우리사회에서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의 경우, 꾸준히 공병을 가져오면 구매금액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었고, 나아가 최근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환경을 생각해 ‘리스테이’ 라인을 런칭했다. ‘리스테이’에 속하는 제품들은 모두 리필용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코코넛 껍질을 업 사이클링 해서 만든 ‘리스테이 리스펜서’는 이용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상생활 속 ‘리필의 생활화’를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인사동에 자사 제품의 공병으로 매장을 인테리어하는 필(必)환경적 면모를 실천 중이기도 하다.

 

러쉬 '낫랩 프로젝트', 출처: <러쉬>  


이밖에 <더 바디 샵>은 꾸준히 리필사용을 권장하며 갯수는 많지 않지만 리필 매장을 꾸준히 운영 중이다. 욕실제품 <러쉬>의 경우, 낫랩 프로젝트를 통해 포장용기를 예술적 감각이 도드라지는 스카프로 대체하였다. 이들은 뷰티브랜드로서의 입지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 역시 판매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에 힘입어 이러한 환경을 생각하는 흐름이 뷰티업계 전반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지속 가능한 제품들, 출처: <알맹상점> 블로그 

 

그리고 최근,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이 오픈했다. 이곳의 주인장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조한 샴푸와 린스, 세재를 리필 할 수 있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또한 단순히 리필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회용 마스크와 대나무 칫솔, 지속 가능한 수세미처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의 면모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곳은 말 그대로 상점의 이름처럼, 쓸모 없는 껍데기는 내보내고 꼭 필요한 알맹이만을 추구하는 친환경 샵이다.


 


SNS와 각종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미닝 아웃”의 효과로 개인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선전도 꼭 필요한 시기다. 언젠가는 알맹상점처럼 집에서 사용하던 용기를 가지고 피자포장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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