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미디어’와 ‘뉴 트렌드’의 조합

20.11.11 0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오면서 새로 구비해야할 것들이 많아졌다. 가까운 친인척에게 연말 및 신년 카드 보내기, 2021년의 다이어리를 미리 구비하기, 크리스마스 파티하기 같은 일들이다. 물론 코로나19 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 때문에 그간의 연말/연시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알게 된 것들이 참 많다. 방구석 라이프의 소중함과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삶의 필요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만큼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많았던 한해였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 풍족했던 과거에 대해 자꾸 곱씹게 된다.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MV

얼마 전 관람했던 <삼진그룹 토익반> 영화가 뇌리에 남은 것도, 기술력은 부족해도 주머니와 인심이 풍족했던 과거가 그리워서일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서로 거리를 두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예민하지 않았던 그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어도 서로를 도와 국가적 어려움도 이겨내던 그 시절 말이다. 그리고 겨울과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참 많아졌다.

 

2020 크리스마스 씰: 펭수

2020 크리스마스 씰, 출처: 대한결핵협회

 

누구나 한번쯤 ‘초등학교’라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학교로부터 강매를 당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크리스마스 씰’이다. 사실 우표와 씰의 차이점을 몰라 “씰만 붙이면 편지가 갈 수 없어”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직관적으로 우표보다 표면적이 크고, 우표보다 예쁜 그림이 많았던 게 씰이었다. 씰은 그저 ‘어려운 누군가를 돕는다’는 명목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메일이 등장하면서 손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씰의 존재도 희미해져갔다.

 

2020 크리스마스 씰, 출처:대한결핵협회

 

하지만 대한결핵협회는 2020년인 오늘에도 여전히 열일 중이다. (대한결핵협회는 매년 꾸준히 다양한 크리스마스 씰을 선보였다) 올해에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펭수”를 모델로 관련 굿즈를 선보였다. 머그컵과 엽서, 브로치 등 덕후라면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들이다. ‘씰’이라는 아날로그적 요소에 현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모양새다.

 

기후 위기 우표

 

기후 위기 우표, 출처: BERRY

 

크리스마스 씰이 아닌 진짜 우표도 발행됐다. 손편지보다 카카오톡과 같은 단발성 뉴미디어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우표’는 다소 올드한 느낌을 주지만, 그래서 우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렴한 가격에 대비해서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매체가 우표이기도 해서다. 이러한 우표의 매력은 주 미디어 채널이 변화했어도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다. 그리고 최근 핀란드 우정사업본부는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 ‘기후 위기’를 키워드로 한 작업을 의뢰했고 신박한 우표가 탄생했다. 열반응 염료를 이용해 사람의 열(=손가락을 통해 전해진다)이 닿으면 그림이 바뀌는 형태의 우표다. 우표는 크게 기후 변화, 이로 인한 난민 발생, 동물보호 메시지를 전한다.

 

기후 위기 우표, 출처: BERRY

 

단순히 눈이 내리는 그림, 작은 규모의 이동, 새의 이미지로 보이는 우표가 체온이 닿음으로써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 기후 난민, 동물 멸종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선사하는 것이다. 작지만 큰 메시지를 담은 핀란드의 우표는 현 인류의 위기를 직관적으로 작은 우표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의미하다. 아무도 손편지를 목적으로 우표를 찾지 않아도,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크리스마스 씰’과 ‘우표’가 낯선 시대에서 이토록 꾸준히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매체여서 일 것이다. 올드 미디어와 뉴 트렌드의 조합인 두 매체가 앞으로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궁금하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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