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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 자신을 마주하기

20.12.07 0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인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 역)는 자신이 입고 있는 스웨터 색상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해 편집장인 미란다(메릴 스트립 역)에게 면박을 당한다. 이유인즉슨 그녀의 상사들이 다음 시즌 쇼를 위해 다양한 소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반인 관점에 입각한 앤디가 ‘(내 눈에는) 그게 다 그거 같은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핀잔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편집장인 미란다는 앤디가 입고 있는 스웨터의 구체적인 컬러명을 읊어주면서 해당 컬러가 어떤 시즌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어떤 열풍을 일으켰고, 그녀가 그 컬러의 스웨터를 선택하기까지의 무의식적인 과정을 규명한다. 그리고 앤디는 자신의 언행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례한 행위인지 깨닫는다. 이 장면은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외형’일지라도 누군가가 세세한 관심을 기울여서 만든 결과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녀가 입고 있는 블루 셔츠는 트렌드와 대중의 욕구가 반영된 컬러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Old Coquette>는 거울에 비친 노인의 모습을 통해 ‘외형’과 ‘본질’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림 속의 노인은 젊은 하인들에 둘러싸여 커다란 깃털과 붉은 리본으로 치장을 한다. 노인의 손에는 분홍빛 장미가 들려 있고, 그 장밋빛과 비슷한 색감의 볼을 가진 하녀들의 표정 역시 밝다. 하지만 정작 노인의 얼굴을 그다지 밝지 않은데, 자신을 꾸미는 악세사리와 지극히 상반되는 연출이다. 한 교수는 해당 작품에 관하여 자신의 ‘나이 듦’을 인정하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로 그렇듯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그녀의 음울한 표정은 그림이 주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어딘가 텅 빈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허영’과 ‘사치’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Old Coquette> 베르나르도 스트로치, 출처: wikimedia.org

 

갑자기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와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위 작품이 떠오른 연유는 최근 <유퀴즈>에 출현한 모델 최소라의 인터뷰를 접하고서다. 말 그대로 ‘보여지는 것’, 즉 ‘외형’에 집착하는 패션계의 모순을 가장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최소라는 시즌 피날레를 앞두고 먕확한 이유 없이 한 유명 브랜드의 모델에서 제외됐다. ‘얼굴이 부어 보인다’는 누군가의 주관적인 감상 때문이었다. 그 후 그녀는 5주 동안 물만 마시는 극한의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결국 180cm에 가까운 장신에 45~47kg 이라는 기형적인 몸매를 갖게 된 그녀는 비정상적인 체중감량으로 당시 누군가 자신을 스치기만 해도 사포를 긁는듯한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속내를 알리 없는(어쩌면 알고 싶지도 않았을) 패션계는 비정상적인 최소라의 몸매를 보며 되레 ‘아름답고 멋지다’고 칭송하기에 이른다. 물론 시즌이 끝난 후 그녀는 탑 모델이라는 타이틀과 자신만의 색을 공고히 할 수 있었지만, 5주 만에 망가진 몸을 회복하는 데는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최소라는 당시의 장면을 회상하며 “내 몸은 걸레짝이 됐는데 이러한 몸을 칭송하는 (패션계의) 사람들에게 모순을 느꼈다”고 한다.

 

최소라, 모든 이미지 출처: The Streetvibe 

 

위의 작품과 사례를 통해 위는 ‘외형’이 누군가를 가장 판단하기 쉬운 요소지만 그만큼 피상적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늙음을 마주하지 못하는 ‘음울’을 커다란 깃털과 분홍빛 장미로 덮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우리의 본질을 마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대로 쉬이 판단하는 앤 해서웨이의 무례함을, 혹은 베르나르도 스트로치의 작품 속 노인처럼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며 껍데기뿐인 외형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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