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의 미학

21.01.13 0

언어와 심리를 전공하며 공부할수록 한글의 매력을 느낀다. 특히 문자의 해독에 어려움이 있는 난독증 사례를 접하다 보면, 어릴 적 으레 순서대로 자음의 표상을 외우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방법이었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그렇게 문자습득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교수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평가 중 하나가 “한글이 참 과학적인 문자네요!”, “세종대왕은 정말 천재예요”라는 소리다.

 

자음대칭 모음, 출처:자음대칭 모음 

그만큼 한글의 자/모음체계 분류는 과학적이다. 그도 그럴게 자/모음 체계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 문자가 구어로 산출되는 과정에서 혀의 위치와 높낮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ㄱ에서 ㅎ까지 이르는 자음은 한 녀석 한 녀석 사람처럼 저마다의 성격이 있고, 비슷한 성격의 아이들끼리 군집을 이뤄 특성을 공유한다.

한때 인터넷에서 유머로 쓰였던 에어비앤비의 한국어 후기도 이러한 한글의 과학적인 표음특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국어 ‘사과’를 [애플]이 아니라 [애아쁠-]로, ‘바나나’를 [버내너]라고 음독했을 때 더 ‘원어민’스러워질 수 있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한국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자음대칭 모음, 출처: 자음대칭 모음 

 

한글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가 가진 전통문화와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일들에 관심이 많아졌다.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결정한다는 ‘언어결정론’을 지지하며, 언어가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원플러스 제로>의 최원서가 선보인 한글 자음 수납 정리 도구는 언어의 기능성을 직관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무엇보다 14개의 자음 중에서 좌우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ㅂ,ㅍ,ㅊ,ㅎ]을 디자인 대상으로 삼은 것도 조형적 관점에서 흥미롭다.

‘자음 대칭 모음’은 대칭을 이루는 한글 자음의 조형성을 모티브로 한 정리 소품입니다.
거울 주변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자음 ‘ㅂ,ㅊ,ㅍ,ㅎ’의 형태를 반으로 쪼갠 디자인으로 거울에 붙였을 때 자음의 형태가 온전히 완성되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이는 한글의 조형적 특징 중 대칭의 원리를 돋보이게 하여 한글의 조형적 우수성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의도를 담고자 했습니다. 출처: 자음대칭모음

 

자음대칭 모음, 출처: 자음대칭 모음 

 

<자음 대칭 모음> 시리즈는 한글 자음 중, 좌-우로 대칭을 이루는 [ㅂ,ㅍ,ㅊ,ㅎ]를 이용해 개발한 수납함이다. 수직으로 반으로 조깬 자음을 거울에 비추었을 때, 완벽한 자음이 완성된다. 해당 수납함에 조금 더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요소를 가하자면,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해당 자음의 순서대로 물건을 배치하는 것이다. 자음 /ㅂ,ㅍ,ㅊ,ㅎ/는 순서대로 입술 앞에서, 입천장(=경구개) 중간, 목구멍 안에서 산출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조형을 이루는 방식이 단순화 되어 많은 국민들이 익히기 쉽도록 디자인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글은 선대칭 도형, 점대칭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한글의 조형적인 특징 중 하나인 ‘대칭’은 한글의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우수성을 대변합니다. 단순한 형태로 인해 기억하기 쉬우며 시각적인 명료함을 전달하여 쉽게 읽힙니다. 또한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형태가 한글만의 간결함을 드러내어 아름다움을 전달합니다. ‘자음대칭 모음’은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칭’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 되었습니다. 출처: 자음대칭모음

 

자음대칭 모음, 출처: 자음대칭 모음 

‘한글’은 모든 국민들이 쉽게 습득하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우면서도 과학적인 문자다. 더불어 조형적인 측면에서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닌 언어다. 이렇게 보기에도 좋고, 기능 또한 매우 체계적인 이 문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한글’의 조형적 특성을 다룬 디자인들이 보다 일상적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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