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달력

21.01.20 0

인생 일력, 출처: <민음사>

 

서류나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 여전히 숫자 ‘2020’을 적고 급하게 숫자 1을 덧붙이는 수정을자주한다. 물론 이런 실수는 매해 초마다 저지르곤 하지만, 이번 해가 더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전적으로 ‘코로나’ 탓일 것이다. 항간에 농담으로 “전 세계의 2020년은 1월과 2월밖에 없었다”는 말에 쉬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인류의 삶은 지속되기에 또 어김없이 2021년이 찾아왔다. 그리고 희망을 비출 한해의 달력 역시 찾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애춘의 화원> 

<애춘의 화원>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예약 판매를 개시할 때마다 품절사태가 일어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달력이 연일 화제다. 흔히 공공기관에서 제작한 디자인은 촌스럽거나 공적이라는 편견이 있음에도, 이번 2021년 달력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품절되었다고 한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슈가 된 것은 비단 이번 달력뿐만 아니다. 그간 꾸준히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상품들이 주목을 받았고, ‘박물관’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2021년 달력 역시 마찬가지다. <애춘의 화원>이라 이름 붙은 이번 달력은 신명연의 <산수화훼도> 중 12가지 꽃 그림을 디지털 작업을 통해 재해석했다. 일종의 팝업카드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다른 달력과 변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매달 피어난 꽃이 시간이 흐를수록 이전 장의 꽃과 겹쳐져 꽃밭을 이룬다는 점이다. 마치 시간의 연속성을 가시화한 느낌이다.

 

일상의 실천, <일상의 역사> 달력

 

일상의 역사, 출처: <일상의 실천>

매해 신선한 디자인의 달력을 선보이는 ‘일상의 실천’에서 2021년에는 일력이 아닌 달력을 선보였다. <일상의 역사>라 이름 붙은 이 달력은 16명의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여 2021년을 그렸다. 일상의 실천에 의하면 이번 달력은 기존 달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기념일과 다른 기념일을 특별히 다룬다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일상의 실천’다운 달력이다. 평소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관심이 많다면, 16명의 작가가 각자 해석한 시간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일상의 역사

역사는 수많은 시간의 퇴적이 만들어낸 거대한 덩어리이지만, 정작 시간은 아무런 힘이 없다. 시간은 단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가오지 않은 한 치 앞을 향해 단방향으로 흐르고 쌓일 뿐, 행복의 순간을 기록할 수도 참사의 기억을 유지할 수도 없다. 이는 흡사 매일을 살아가면서 불완전한 과거의 얼굴을 오늘날의 풍경으로 다시 마주해야 하는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다. 순간을 기록하지 못하고 기억을 유지하지 못한 우리의 일상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흐르고 쌓이는 동시에 힘없이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남겨두고자 우리는 일상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한다. 이름 없는 노동자의 잊힌 외침과 쉽게 간과한 기후 위기 그리고 불평등한 인권의 불온한 기록은 힘없는 각자의 일상이 모여 만든 각성의 순간이다. 행복과 절망의 반복이 퇴적해 이뤄낸 각성의 역사. 우리는 이것을 <일상의 역사>라고 부르기로 한다.

<일상의 역사>는 열여섯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려낸 열두 개의 얼굴을 각기 다른 질감의 종이에 담아낸다. 매월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얼굴 위에 공존하는 행복과 절망의 불온한 기록은 매일을 살아가면서도 잃지 말아야 할 역사의 증언에 다름 아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시간동안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값진 힘을 얻을 것이다. 출처: <일상의 실천>

 

 

 

일상의 역사, 모든 이미지 출처: <일상의 실천>

 

민음사, <2021 인생 일력>

 

인생 일력, 출처: <민음사>

 

도서출판 브랜드 <민음사>에서도 2021년 달력을 선보였다. 앞서 소개한 달력과 달리 <민음사>는 일상의 매일을 반추할 수 있는 ‘일력’을 선보였다. <인생 일력>이라 이름 붙은 민음사의 달력은 몇 년 전부터 매해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출판’이라 일컫는 까닭은 출판 브랜드답게 일력 내에 동양고전에서 가려 뽑은 365개의 문장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명에 의하면 2021년은 ‘소의 해’로, ‘소’가 동양과 친숙한 개체이기에 동양고전과 접점을 이루었다고 한다.

 

인생 일력, 출처: <민음사>

 

올해 들어 일력이 눈에 더 띄는 이유는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성공하는 이는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며, 성실한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진다. 모두에게 2021년의 한해가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내일이 오늘보다 더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