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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호들

21.02.01 0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덮으면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라 하는데 정작 코로나 이전에는 일상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마스크가 없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행복의 기호들 

 

개인적으로 놀랐던 사실은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서 나와 가치관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비말로 감염되는 코로나의 저주는 일과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을 모두 ‘자기만의 방’으로 밀어 넣었다. 자연스레 집은 단순히 잠만 자던 휴식 기능을 벗어나 일을 하는 일터로, 음료를 마시는 카페로, 운동을 하는 트레이닝 공간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고, ‘자기만의 방’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하는 것이다. 어젯밤에 주문한 식재료가 새벽에 배송되어 대문 앞에서 이를 챙겨 들고, 동네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준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며 유투브 채널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챙겨 듣고, 화상 회의를 준비한다. 최근에는 집에서 하는 식사가 늘어 식기세척기를 구매했다.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세탁을 돌리고 있지만, 최근에 관심이 생긴 가전제품은 건조기다.

 

세탁의 행위 

2000년을 넘어서면서 ‘래미안’ ‘e편한세상’과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했다. 브랜드 아파트들은 빌트인 시스템을 도입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2년 LG전자는 빌트인 시스템에 맞춰 디자인한 드럼 세탁기 트롬을 출시했다. (중략) 트롬이 출시되던 당시만 해도 드럼 세탁기는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게다가 빌트인 시스템을 선택한 브랜드 아파트 역시 고급 주거 형태로 이해되었기에 트롬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다. 출처: <행복의 기호>

 

TV를 보는 행위, 오브제 TV 


오브제 TV는 LG전자가 생산하는 프리미엄 가전의 하나다. 이 TV는 세련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투박해 보인다. 그것은 제품을 얇게 만드는 것을 TV 개발의 당연한 방향으로 인식하는 데서 오는 관성적 느낌이다.  (생략) 오브제 TV는 TV 스크린을 통해 수납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브제 TV는 2016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세리프(Serif) TV’와 비교된다. 두 TV 모두 벽으로부터 TV를 분리해내는 모습을 취한다. 하지만 TV의 물질성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 세리프 TV와 달리 오브제 TV는 가구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행복의 기호>

 

 

 

현재 DDP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전시 <행복의 기호>의 서문과 전시를 관람하며 떠오른 일상의 감상이다. 팬데믹 시대에서 개최하는 <행복의 기호>는 이렇듯 코로나 이전의 삶과 지금의 변화를 반추하게 한다. 사실 해당 전시는 작년 중순에 개최되었다가 코로나 재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러다 팬데믹 상황에 적합한 온라인 전시로 그 형태를 바꾸었는데, 전시의 취지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시는 일상의 행위를 네 가지로 나누고, 이와 관련한 사물(object)을 탐색한다. 전시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행위는 (1) 음악 듣기와 (2) 청소하기, (3) 세탁하기, (4) 음식 보관하기다. 우리가 어느 공간에서나 행하는 ‘모든 행위’이기도 하다.

 

청소하는 행위, 다이슨 무선 청소기 

다이슨(Dyson)사의 V6는 기존 청소기와 여러 면에서 차별화되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무게를 줄이고 모터를 손잡이 가까이에 배치해 다루기 쉽게 디자인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빠른 속도로 모터를 회전시켜 먼지를 빨아들이는 사이클론 방식을 활용해 기존 청소기의 먼지봉투를 없앤 것도 특징적이다. 또 별도의 거치대를 두어 청소기를 벽에 거치하도록 함으로써 보관과 공간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다이슨 V6는 고가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기호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후 LG전자 등 국내 업체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고가 청소기 시장을 형성해 나갔다. 출처: <행복의 기호들>

사실 생각해 보니 해당 행위는 코로나가 있던 때든, 그렇지 않은 때든 모두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네 가지 행위가 미치는 삶의 영향이 이전보다 더 커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늘어난 시간’ 동안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섯 가지 행위와 관련된 전자제품을 끊임없이 구매하고 있다. 나 역시 그동안 관심 없던 가전제품에 흥미가 생기고, 이를 통해 직접적인 육체노동 대신 ‘삶의 윤택함’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마이마이>, 음악을 듣는 것  

‘마이마이’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이름이다. 1981년 5월에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마이마이는 앞서 출시된 소니사 ‘워크맨’의 유사품이었다. 무게 400g 정도의 이 제품은 워크맨처럼 스피커 없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중략) 이들 제품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1980년대 신세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CD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출처: <행복의 기호들> 

 

때로는 지금의 상황이 싫기도, 좋기도 하다. 사람들이 대면으로 모일 수 없어 시작된 화상 회의가 주말주야를 가리지 않고 개최되지만,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며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방금까지 화상 회의를 했던 그 아이패드로 지금 당장 외국인 선생님과 회화 공부를 할 수 있다. 참 신기한 세상이다. 지금 사람들은 떨어져야 하는데, 왜 자꾸 물건(object)으로 연결될까.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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