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암 (Hero Arms)

21.03.17 0

다리

고등학생 때 참가했던 한 대학교의 작문대회에서 받은 키워드였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아침, 대회가 열리는 대학교로 향하는 버스에서 기이한 광경 하나를 목격했다. 버스의 뒷문이 열리는 순간 각종 의수와 의족이 진열된 가게를 마주한 것이다. 그동안 텔레비전으로만 접하던 보조기를 처음 실물로 접했던 터라, 어린 마음에 신기함이 앞섰다. 가게의 주인처럼 보이는 아저씨는 오픈을 앞두고 정신이 없어 보였고, 흰색도 살색도 아닌 여러가지 플라스틱 물질에 압도되어 ‘와, 저게 손이랑 발이라는 거지?’하고 진열장을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다리,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그래서 ‘다리’라는 키워드를 마주했을 때, 의족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아침 마을의 다리를 건너 마라톤 연습을 하는 주인공과 그를 바라보는 다리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 ‘다리’라는 중의적인 표현을 써서 일까, 덕분에 작문대회에서 수상을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왠지 의족과 의수에 관심이 생겨 한참을 찾아 봤었다. 그만큼 그날 아침에 마주했던 흰 빛깔의 의족/의수기는 강렬한 잔상으로 남았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statnews.com


어린 마음에 신기함도 컸지만, 사실 인간의 신체를 닮은 인공물질을 마주한다는 건 왠지 모를 두려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람의 신체와 아주 닮았지만, 그렇다고 신체는 아닌 물질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라 해야 할까. ‘불쾌한 골짜기’라는 다소 재미있는 명칭을 가진 이 이론은, 사람과 닮으면 닮을수록 묘하게 불쾌한 기분을 칭하는 말이란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기의 외관과 달리, 이 물건은 신체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보조기가 출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미지 출처: 용기를 주는 디자인

 

그런 와중에 휠체어 바퀴에 ‘스포크 카드’를 개발한 자매의 사례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장애가 있는 동생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휠체어 바퀴에 붙이는 스포크 카드를 개발한 언니는 스타트 업 <이지휠>을 창립한다. 이러한 시도는 사회적 약자에게 디자인으로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같은 신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이처럼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휠체어의 차가운 물성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치환한 시도는 디자인의 긍정적인 역할을 보여준다.

 

Engineered especially for you

Each Hero Arm is unique, just like you. We take a 3D scan of your limb, use some clever software and design, and laser sinter your Hero Arm using tough Nylon 12. The full prosthesis is robust, and the innovative socket is comfortable, adjustable and breathable too, which means it’s easy to take on and off while providing you with the best possible fit.

 

비슷한 맥락에서 3D 프린트로 의수를 제작하는 ‘오픈 바이오닉스’는 신체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마블>과 <디즈니>에서 영웅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신체를 의수로 표현한 <Hero Arms>을 출시한 것이다. 당연 이를 착용하는 아이들은 영웅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는데, 이러한 서사는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아이들이 의수에 익숙해지는 재활 프로그램을 ‘히어로가 되는 훈련’으로 소개하여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실제로 의수 재활 프로그램은 매우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스토리 라인은 실체 일부에 결함이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특별함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Disney Frozen Hero Arm Covers

11-year-old Evie Lambert from Huddersfield, was born missing her left arm. She’s struggled with basic skin-like gripper arms offered by the NHS, and has asked Santa for a bionic arm. She recently received a Hero Arm with official Disney Frozen covers. Evie said: “It’s really, really cool to have my bionic arm. I can now pick up a cup and brush my hair with my left hand, which I’ve never been able to do before.” Evie’s Hero Arm was funded by an external anonymous donor.

더욱 놀라운 건, 기존에 다소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 의수의 가격이 보다 저렴하게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기존 의수의 1/30 가격에 제공한다) 또한, ‘오픈 바이오닉스’가 더욱 주목받는 건 저작권 문제에 예민하기로 알려진 ‘디즈니’가 어떠한 조건 없이 이들에 협업하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디즈니는 오픈 바이오닉스에 컨텐츠 크리에이터를 파견하여 디테일한 디자인을 연출을 도왔다고 한다. 이러한 ‘디즈니’의 행보에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감동을 했고, 디즈니 역시 이 특별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존의 롤을 수행한 것이다.

 

모든 이미지 출처: 오픈 바이오닉스

이처럼 ‘프리 바이오닉스’와 ‘디즈니’는 디자인과 기술의 경험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의 발전과 희망을 주는 디자인이 선보여지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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