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시, 업 싸이클링

21.03.22 0

plastic, 출처: pixabay

 

배달 서비스와 비대면 장보기의 수요가 늘면서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사실 플라스틱이 개발된 목적은 몇 번이고 재활용하기 위해서 라는데,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상에 이처럼 본디 목적과 완전 반대의 길을 걷는 발명품이 또 있을까. 문제는 ‘플라스틱’이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있다는 점이다. 몸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스크럽제에도, 쉽게 뽑아쓰는 물티슈에도, 쉽게 섭취하는 배달 음식에도 플락스틱은 가득하다.

 

upcycling, 출처: pixabay

타임머신을 타고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보면, 이러한 재활용을 이용해 미술활동을 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목표아래 이루어졌던 이 활동은, 돌이켜보면 오히려 이와 같은 활동을 위해 쓰레기를 재생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발면으로 만든 장구와 계란판으로 만든 달력, 고무장갑으로 만든 닭벼슬 등, 당시 초/중학생 아이들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 대부분 엇비슷한 것들을 개발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 시절 아이들은 ‘재활용’을 하기 위해 핑계를 대며 컵라면을 끓여먹고, 새 고무장갑을 뜯거나 계란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업 사이클링’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활용품에 디자인과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업 사이클링’이라 하는데, 학창 시절의 미흡한 실력이 아닌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수록 보다 다양한 분야의 업 사이클링을 선보이고 있다.

 

웨딩 드레스를 파우치로

 

COHAMCIE, 출처: cohamcie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가 입는 드레스는 몇 백만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이 붙는다. 문제는 비싼 가격임에도 5번도 채 입지 않고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드레스 디자인은 트렌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버려지는데, 이렇게 버려진 웨딩 드레스가 한 해 170만벌에 이른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드레스가 땅 속에서도 잘 썩지 않는다는 사실.

 

wedding triangle hand bag 

wedding mini hand bag 

 

wedding strap clutch bag

 

wedding cross line bag

 

wedding earings, 모든 출처: COHAMCIE

 

그리고 한 젊은 디자이너는 버려진 드레스를 이용해 핸드백과 파우치, 그리고 다양한 악세사리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40벌의 드레스로 700여개의 제품을 업 사이클링 했다고 하니, 그간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쉽게 버려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쩐지 인생 최고의 순간을 한층 더 빛나게 하는 드레스의 뒷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업 사이클링이 유의미 한 점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도 있지만, 이로써 또 다른 버려진 것들의 의미를 확장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레스를 활용해 업 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디자이너는 이번엔 버려진 해녀복을 이용해 신상을 선보이고 있다.

 

<쓸킷>의 후세대를 위한 발걸음

 

쓸킷, 출처: 쓸킷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업 사이클링을 하는 엄마들도 있다. 바로 다 쓴 양파망과 크레스파스로 업싸이클링을 하는 <쓸킷>의 이야기다. <쓸킷>은 제로 웨이스트에 입문한 엄마들이 환경을 생각하며 만든 브랜드다. 이들은 재활용이 힘든 다쓴 크레용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킨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아주 ‘새로운 접근’은 아니지만, 비슷한 범주의 색상을 섞어 특유의 색감을 지닌 상품을 재상산한다는 측면에서 변별성을 지닌다.

 

쓸킷 뚜거비 프로젝트, 출처: 동그라미 

 

<쓸킷>은 최근 버려진 양파망을 이용해 파우치를 만드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기능과 디자인 모두 갖추었다. 또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두꺼비’ 노래에 영감을 받아, 기부자들이 다쓴 물품을 기부하면 이를 새로운 형태로 업 사이클링 해 돌려주는 <두꺼비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후세대를 위한 필수의 과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시도는 주목할만 하다.

 

구옥을 새집처럼

 

구옥의 변신, 출처: 오늘의 집 

당근마켓과 중고나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오래된 구옥을 매입해 새롭게 연출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지나치게 상승한 집값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주가 되면서 ‘집’의 의미가 이전과 달라진 것이다. 때문에 연령에 관계 없이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연출하는 ‘주택 업 싸이클링’ 역시 늘고 있다. 실제로 건축과 인테리어 관련한 어플 다운로드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부모세대와 다른 시대를 사는 젊은 층의 집에 대한 시각도 변모 중이다. 공중파 프로그램만 봐도 ‘집’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옥의 변신, 출처: 오늘의 집 

어쩌면 후세대를 위한 발걸음은 새롭게 무언가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들의 가치를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분야의 ‘업 싸이클링’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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